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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진 Mar 29. 2024

육퇴 후 출근합니다

어쩌다 사장

육퇴 후 출근


월 100만 원.


아이를 직접 양육하는 부모에게 지급되는 부모수당이다. 육아휴직을 쓰고 아이를 직접 키우는 나 또한 부모수당 100만 원을 매달 받고 있다.


나라로부터 아이를 키우는 몫으로 100만 원을 수령하고 있으니 어찌 보면 지금 나의 주된 업은 '육아'라고 보는 게 맞겠다. 


그렇게 하루 10시간 정도를 아이와 함께 하고, 퇴근한 남편과 아이를 마지막으로 먹이고 재우면 밤 9시 정도가 된다. 


드디어 육퇴, 육아 퇴근이다.


그런데 그렇게 육퇴 한 내가 향하는 곳은 침대도 쇼파도 아닌 작은 모니터 앞 공간이다. 온라인 마케팅 공동대표로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밤이 되어서야 미뤄두었던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누가 시키지도 등 떠밀지도 않은 온전한 나의 의지로 선택한 두 번째 업이다.


어쩌다 사장


온라인 마케팅 동업을 하게 된 나는 공동대표로 회사 브랜딩, 상품 세팅, 컨텐츠 기획 및 제작, 그리고 영업과 마케팅까지 올라운더로 일하고 있다. 


온라인 마케팅 의뢰가 들어오면 내부 미팅을 통해 현황분석과 해결방안을 정리하고, 대면 미팅을 통해 사장님들께 마케팅 제안서를 설명드린다. 이번 주에만 벌써 세 분의 사장님과 미팅을 가졌다.


아직은 인적 레버리지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육아와 함께 이런 스케줄을 소화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대면 미팅을 위해서는 남편이나 엄마의 도움이 꼭 필요하고, 육퇴 후 멍 때리며 그저 TV 보고 싶은 욕구를 참는 데에도 꽤 많은 의지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본격적인 딴짓을 시작하는 데 큰 영향을 준 것은 육아의 시간들로 잊혀 가는 나의 이름을 되찾고 싶다는 마음이다. 하루 종일 아이와 있다 보면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나의 모든 시간과 행동이 아이에게 맞춰지기 때문이다.


육아와 딴짓을 병행하는 나의 스케줄을 아는 지인들은 번아웃을 걱정하며 일단 육아에 전념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애정 어린 조언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소 무리해 보이는 이 시간들이 나에게는 일상 속 무료함을 벗어날 수 있는 열정이 되고 있다. 육아 우울증을 겪지 않은 것도 그 덕분인지도 모른다.


내 이름으로 채우는 시간들에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새롭게 채운 활력으로 아이와 함께 더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


육퇴 후 출근하는 나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소박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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