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급수적으로 돈을 벌고 싶어
약사가 이거 왜 해요?
'특목고 - 약대 우등 졸업 - 안정적인 약사의 삶' 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딴짓의 세계로 입문하면서 만나게 된 수많은 인연들로부터 오조 오억 번 들었던 질문이 하나 있다.
약사가 이거 왜 해요?
개국하면 손에 쥘 수 있는 직장인 월급 이상의 수익, 안정적인 전문직의 삶.
부동산 투자를 비롯한 각종 부업 관련 스터디나 모임에 가보면 약사를 포함한 전문직은 생각보다 찾아보기 힘들다. 본업을 통해 일반적인 직장인보다 높은 수익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비슷한 질문을 반복적으로 받으며 그동안 정작 나는 자신에게 그 이유에 대해 질문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왜 나는 안정적인 길을 두고 새로운 일을 벌이려고 하는 걸까?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나의 차이는 뭘까?
그제야 나는 그동안 질문하지 않았던 '이 길을 가는 이유'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기하급수적으로 돈을 벌고 싶어
흩날리는 벚꽃에도 웃음이 만개하던 대학생 시절, 친구들과 밥을 먹다 한 친구가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졸업하면 돈 얼마 벌고 싶어?
다들 구체적인 액수를 말하기 바빴는데 아직도 그날 친구들에게 던졌던 나의 대답이 생생히 기억난다.
난 기하급수적으로 돈을 벌고 싶어.
'기하급수'란 일정한 비율로 수가 증가함을 의미하는데, 일상에서는 그 양이 기하학적으로 증가함을 뜻한다. 그렇다, 20대부터 나는 나의 수익과 자산이 아주 많이 증가하기를 바란 사람이었다. 당시엔 왜 그렇게 많은 양의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지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학창 시절부터 20대까지 열심히 살았던 나의 노력이 당연히 월 소득에 반영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어쩌면 그런 수익을 당연하게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현실은 달랐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당신에게 주어진 4가지 선택지] 에서 언급했듯 전문직 또한 소득이 조금 높을 뿐 스스로 일을 해서 돈을 버는 영역에 속한다. 즉, 내가 일한 만큼 돈을 벌 수 있으며 나의 노력이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갈아 넣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실제로 주변의 많은 선후배 약사들이 이런 방식으로 돈을 벌고 있는데,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리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나 또한 근무약사로 일하며 빡센 약국에서의 근무 환경을 경험한 바 있기에 평생 그렇게 일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확답하기 어렵다.
약사가 이거 왜 해요?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와서 누군가 나에게 이 질문을 한다면, 나의 대답은 이렇다.
13년 차 약사의 대답
자영업자가 아닌 사업가로 살고 싶어요.
[부자의 본질] 글을 통해 부자들이 일반인을 넘어선 소득과 자산을 통해 누리는 것은 "시간"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경제적 자유'에서 '자유' 또한 나의 시간을 회사를 위해 쓰지 않을 자유를 의미한다.
즉, 우리 모두가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배경에는 나의 시간을 마음대로 쓰고 싶다는 욕망이 자리한다.
나 또한 그렇다. 가족과 함께 하거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에 나의 시간을 쓰고 싶고, 육아용품을 살 때마다 최저가를 찾아 헤매는 남편의 시간을 아껴주고 싶다.
우물을 벗어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경험들을 하며 내가 깨달은 사실 하나는 다양한 부업 경험을 쌓고 딴짓을 하는 데에 전문직이라는 자의식은 하나도 도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본인이 가진 것에 취해 자의식이 과잉된 사람들을 종종 만났다. 그들은 조금씩 달랐지만 거의 비슷했는데, 그들의 목표는 태산같이 높고 큰데 반해 그 목표를 위해 지금 하고 있는 것은 보잘것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과잉된 자의식으로 변화를 이끌어내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들이 목표를 이룰 가능성은 매우 희박할 것이다.
보다 빠르게 목표에 도달하고 싶다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본업이 어떤 것이든 돈이 어디로 향하는지, 사람들이 어디로 모여드는지 그 흐름을 놓치지 말고 쫓아가야 한다. 한 번 놓치면 따라가기 힘들고, 계속 우물 안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이것이 13년 차 약사인 내가 우물 밖으로 나온 이유이며, [육퇴 후 출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