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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나비 Dec 14. 2021

별이 내려와 내 가슴에 꽂히다

슈나우저 별이와의 첫 만남

어쩌다 너를 만나게 되었을까?

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처럼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었을까?


    어려서부터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했다. 아마 그때는 철 모를 때라 '귀여운 장난감' 정도로 생각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임감'이라는 단어를 알리가 만무했을 테니까... 역시나 어른이었던 부모님은 당연히 반대를 하셨고 나 또한 나이가 들어 현실을 받아들인 어느 순간부터 반려견을 키우자는 말은 자연스럽게 쏙 들어가 버렸다. 그렇게 20대를 맞이하고 평범한 대학생활을 누리고 있을 무렵, 정말 별거 아닌 계기로 운명 같은 인연을 맞이하게 되었다.

    2011년. 이 해는 잊지 못하는 해이다. 할머니께서 교통사고를 당하셔서 장기간 병원에 머무시게 되셨는데 그동안 연세가 있으신 할아버지를 혼자 둘 수는 없어 우리 집으로 모셨다. 그땐 각자 일 하랴 학교 다니랴 바쁘게 지냈던 때라 낮시간 동안 혼자 집에서 무료히 지낼 할아버지 걱정에 어떻게 하면 좀 무료하지 않고 집에 머무실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엄마 입에서 먼저 "강아지를 한 마리 데려와서 키울까? 조그만 놈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거라도 보며 덜 심심하시게..." 라며 제시한 것이었다. 그 후 정말 내가 그동안 키우자고 우겨왔던 시간이 무색할 만큼 금방 결정하고 무엇보다 빠르게 진행됐던 것 같다. 고민한 그날 엄마의 말 한마디에 결정을 하고 그 다음날 바로 데려왔으니까 말이다. 정말 인연이 되려 그랬던 걸까?

    별이는 샵에서 데려온 친구다. 지금은 샵에 대한 인식의 변화(모든 샵이 그렇지 않으리라 믿고 싶지만 개 공장과 같은 안 좋은 이야기들)와 부정적이기만 했던 유기견 입양에 대한 좋은 이미지 확립 그리고 올바른 입양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이 많아져 반려견을 맞이하는 방법들이 다양해졌지만 그때만 해도 샵에 가야만 반려견을 입양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때라 큰 고민 없이 곧바로 애견샵들이 즐비해 있던 거리로 가 눈에 띄는 한 샵에 들어섰다. 샵에 처음 들어서자마자 본 광경은 빼곡하게 들어찬 투명한 케이지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호기심 가득한 순수한 눈동자들, 꼬리를 연신 흔들어대며 샵에 들어온 한 생명체에게 최선을 다해 자기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아기 강아지들이었다. 이 장면을 끝으로 어떤 생각과 감정을 느꼈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귀엽다고 느낄 새 없이 샵을 둘러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줄 둘러보니 대부분이 뽀얀 털을 가진 흰색의 강아지들이었는데 그 사이에서 유난히 까만 털에 회색빛 수염을 가진 강아지가 있었다. 바로 별이었다. 왜였을까? 왠지 모르게 자꾸 마음이 간다. 아마도 사장님이 말씀하신 한마디 때문일 듯싶다.

까만 털을 가진 친구가 인기 견종이 아니라서요.

    연민이었던 걸까? 그래도 상관없다. 그 친구면 좋겠다 생각했다. 슈나우저라는 견종이라 소개받고 몇 가지 질문을 한 뒤 별이라는 이름을 가지기 전인 슈나우저를 데려가기로 결정했다. 

    별이를 데려오던 그때는 지금도 생생하다. 양손에 쏙 들어올 만큼 작디작은 생명체. 새삼 초보 보호자 아니랄까 봐 어쩔 줄 몰라하던 상태로 차 뒷좌석에서 별이를 내 양손에 올려놓고 차가 흔들려 놀라지 않도록 최대한 팔을 고정시켜 집으로 가는 내내 쥐가 날 정도로 아파도 내색하지 않고 집까지 갔다. 내 손바닥에 올라와 자고 있는 별이를 보니 그제야 실감이 나 콧구멍은 벌렁벌렁하고 올라가는 입꼬리는 주체가 안되더라. 그 서툰 손 위에서 앞으로 벌어질 일은 하나도 모르는 채 그저 새근새근 잠들어 있던 아기 별이의 모습과 그 온기를 생각하면 아직도 뭉클하다.

    이름을 짓는 건 참 어려운 일이었다. 처음엔 '사랑이, 깜이, 똘이..'등등 강아지스러운 귀여운 이름들이 우수수 나왔지만 마음에 꼭 와닿는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무심코 별이를 봤는데 까만 털 사이로 유독 엉덩이 털이 하얬는데 그 모양이 딱 별 모양인 것이 아닌가? 그래서 별이가 되었다는 생각보다 하찮고 귀여운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이름이 지어진 그 순간부터 별이라는 존재가 내려와 내 가슴에 꽂히기 시작했다. 지금은 별이가 아니고서는 별이 될 수 없을 만큼...


    별이는 미니어처 슈나우저라는 견종으로 평균 6~8kg 정도 큰다는 이야기를 듣고 데려왔다. 정말 자라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하루하루가 다르게 점점 크더라. 그렇게 무럭무럭 자라서 어느새 평균을 넘어 11kg가 되는 몸무게에 체고도 보통 슈나우저 보다 크고 다리도 길더라. 이렇게 자꾸 커도 되나 걱정이 될 정도로 나날이 크다 보니 너무 잘 먹였나 싶기도 했다.

    사실 아파트에서 키우게 되면 작은 반려견을 선호하게 된다. 우리 집도 크게 예외는 아니었다. 하루가 다르게 크는 별이를 보면서 그만 좀 컸으면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렇지만 아주 훌륭하게(?) 크게 자라준 별이. 고민했던 것과는 다르게 덩치가 좀 크다고 해서 지내는데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큰 만큼 안는 맛도 있고 어딜 가도 듬직해 보이니 묘한 든든함도 있더라. 반려견을 키우다 보니 깨닫게 되는 한 가지가 있는데 겉모습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는 거다. 크면 큰 만큼 사랑스럽고 작으면 작은대로 사랑스러우니 어찌 이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오늘도 난 별이와 함께 매일을 보낸다. 10년이 넘는 세월, 어떻게 말도 안 통하는 반려견 별이와 교감하며 지낼 수 있었는지 나 또한 놀랍도록 신기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를 통해 이 신비로운 인연을 하나하나 풀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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