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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현 Mar 08. 2024

자신의 일을 찾는다는 건

일과 나의 삶


사람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천직이라며 그 자리에서 행복감과 만족을 느끼며 살아갈까?

누군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으라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이 잘하는 일을 찾으라 하던데 어떤 게 옳은 선택일까?

그렇다고 마냥 자신이 좋아하거나 잘하는 일을 모두가 이루고 살진 않는 것 같던데,

워라밸 워라밸 하는 건 현실과 미래, 그리고 일과 나의 삶이 적절히 배치되는 것을 원하는 일상이지만서도 가끔씩 그 의미를 되새기려 했었다.

내가 생각하는 ‘일’에 대한 기준은 무엇일까 적어봤다.


1. 경험과 센스

누군가 버린 액자를 당근마켓에서 구해와 자신만의 액자로 만든 것을 본 적이 있다.

직사각형 모형의 사진을 16개 붙여 넣을 수 있는 꽤 큰 크기의 액자였는데

좋아하는 사진들을 프린터 하여 조각조각 액자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렇게 세상에서 하나뿐인 콜라보 액자가 되었다는 이야기.

버려진 것을 허투루 생각하지 않고 나만의 것으로 만들어 재탄생시킨다는 그 안목과 센스가 그 사람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일도 마찬가지. 똑같은 직업을 가졌다고 해도 모두 다 같은 일을 하고 있진 않듯이.

직업의 키워드는 같을 수 있으나 그 세계가 나의 취향과 성격, 그리고 경험과 배경지식을 통해 확장될 때 자신의 일을 더 다채롭게 꾸며갈 수 있다.

먼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헤매지 않다고 했던가.

대한민국의 사람들은 삶에서 일의 지분율이 높아 일을 재밌게 해야 오래 한다고 한다.

나 역시 나의 관심사가 조금이라도 일과 겹쳐졌을 때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라

관심 밖의 분야는 일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찾지 못했노라고.

예를 들면 아직 확실히 정하지 못한 내 노선과 내 적성에 맞지 않는 공부를 한다거나

무작정 시간 때우기 식의 일들은 곧 죽어도 무의미하다는 걸 알았다.

그렇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보다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고민을 찾았던 것 같다.

아, 나는 일에 대한 좋고 싫음이 확실하고 좋아하는 것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구나.

브랜드의 확장을 개인의 확장으로 넓힐 수 있는 일을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을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2. 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

나에게 일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조건과 어떤 상태에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일했는가?’ 일에 대한 목적성이다.

가령 프리랜서들은 어떤 일을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 가에 선택을 할 수 있고,

직장에 속하지 않는 대신 나의 하루 루틴과 일을 스스로 결정짓는다는 것에 가장 큰 메리트를 느낀다.

일어나는 시각, 일하는 시각, 일을 하는 기준, 급여와 연봉 등등.

자꾸 선택을 하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과 우선순위 위주로 일을 택하게 되니 자신에 대해 더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도가 높아졌다.

일에 대한 기준과 선택은 ‘남들이 좋다고 하는 일’이 기준점이 되지 않는 것이기도.

무작정 ‘애쓰기’가 아닌 나를 잘 아는 기준점에서 기본기를 탄탄히 쌓아가기.

그렇게 나만의 기준을 세우게 되면 직장에서나 밖에서나 확실하게 기준이 세워지는 것이다.


3. 실패를 바라보는 시선

그렇게 기준까지 세웠으나, 실패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는데,

그때 책에서 발견한 문장들이다.


'실패했을 때 내가 잃을 것은 무엇인가?'

'결과에 상관없이 이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울 것인가?'

이 2가지는 내가 힘에 부칠 만큼 어려운 도전을 앞두고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다.

이 질문을 던지고 나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고,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최악의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미 예상해 본 것이기에 당황하지 않는다.

실패를 매몰비용이 아니라 배움과 성장을 위한 R&D 투자로 만들 수 있다.

우미영, <나를 믿고 일한다는 것> (2020)


성장은 과정을 경유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결과이고,

잘 수행된 과정은 세상이 성공이라고 정의하는 결과를 담보하지는 못해도 성장만은 가져다준다.

정확히 말하자면, 수행의 과정에 지적으로 집중하며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의식하는데 노력을 기울인 사람은,

자신이 무엇에서 나아졌는지 발견하게 된다.

그걸 발견한 사람은 거기에 '성장'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제헌주, <일하는 마음> (2018)


그렇게 자신을 알아가며 성장할 때 자신의 일을 찾을 수 있다.

일과 나의 삶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려면 일단 우선순위를 매겨보는 것과

나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남의 기준과 선택, 판단이 아닌 나의 내면의 소리를 들여다보기.

잠깐 쉬고 있는 이 시간이 무언가 해야 한다는 조급함을 앞세워 불안해하는 시기가 아니라

진정한 나의 일에 대해 고민해 보는, 오래 달리기 위한 시간임을 믿는다.





Q. 늦었다고 생각하면 늦은 거죠?

A. 네. 늦은 거죠.

근데 늦은 건 늦은 거고 하려면 하는 거지

늦은 거랑 하는 걸 엮을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늦었다는 건 남의 인생에서 그런 거고 내 인생에선 시작하는 건데요.


자신의 일을 찾는다는 건, 꿈이 있다는 건 고통스러우면서도 행복한 일이라고 한다.

물론 꿈이 있는 삶은 완벽하고 행복하다.

작게 꿈을 실현하는 과정에선 행복하지만 그 조그만 꿈이 발전하는 과정에선 그렇게 힘이 들 수가 없다.

나를 더 나은 곳으로, 나 자신을 재촉하게 되는데 그게 욕심 때문이려나.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게 가슴 벅차면서도,

이런 새 가슴으로 어떤 큰 일을 해낼까 하면서도,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 마음이 자꾸만 조급해졌다.


뒤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고 달려야 할까?

지금까지 지내왔던 길을 돌아보며 가야 할까? 고민했던 적이 있다.

그러다 늦었다고 생각이 들었던 적도 많았다.


하지만 늦은 것과 하는 것은 분리된 일이라는 점이라는 것.

다른 사람의 기준과 나의 기준이 다르고

남들이 늦었다고 해도 내가 하고 싶으면 밀고 나가면 되는 거다.

현재의 내가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는 것처럼

과거의 내가 지금 이런 상황으로 흘러가게 알았으면 뾰족한 조언이라도 해줬을까.


“나와 생각이 같고 전부 공감해 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그럴 사람은 나빼고는 없다고 미리 생각하고

그때마다 좌절하거나 상처받거나 씁쓸해하지 않도록 더 단단해져야 돼.

나랑 생각이나 가치관이 다르면 그럴 수 있어 잘 모르니까..

구체적으로 함께 얘기하고 세세히 공유하지 않은 이상 또 공유한들 감이 안 오니까..

주변 반응은 어쩌면 그들한테는 당연한 거고 그런 반응들에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고,

그런가 보다 해버려. 내 소신과 확신대로 꾸준히 밀고 나가면 돼 흔들리지 말고.

엄마가 항상 우리 딸 응원하는 거 잊지 말고.”

내가 흔들릴 때마다 사랑하는 선희 씨(엄마)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 지 모른다.


아직 어떤 일이 천직이며, 완벽하다! 그런 건 없지만,

그때그때 맞는 상황과 환경, 나이 듦에 따라 좋아하는 것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일들을 멈추지 않고, 취향을 수집하는 일을 계속해나갈 작정이다.

나의 취향과 더불어 살아가는 테두리 안에 어떤 좋은 영향을 받고

누군가는 어느 시기에 만나 적절히 조화롭게 현재의 내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과거를 뒤돌아보기보다 수많은 생각이 겹치던 시간을 끌어안으며 미래를 향해 가고 싶다.


나는 정해진 직업 같은 건 잘 믿지 않는다.

“네가 좋아하는 일을 먼저 찾아봐.”

이게 가장 어려운 걸 알면서도 오늘도 누군가에게 또 같은 조언을 한다.

본디 자신의 길을 아는 건 본인이 해결해야 하는 숙제이자 지름길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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