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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만보 Apr 18. 2023

나이

서른이 됐다고 어른스러워지지 않는다

  2021년 서른이 됐다. 10년 전, 티비에서만 보던 멋있는 남자 선배들을 만날 생각에 들뜬 새내기로 대학에 입학한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결혼해서 한 가정을 이뤄야 하는 나이가 됐단다. 스무 살에 보던 스물다섯 살 선배는 나이가 먹을 만큼 먹은 성숙한 어른 같았는데 정작 내가 스물다섯이 되어보니 세월만 지났을 뿐 스무 살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그렇게 스물여덟까지도 정신연령이 스무 살 주변을 맴돌았던 내가 서른을 기점으로 많이 변했다. 서른이 되고 이십 대를 돌아보니 '남들과 나를 비교하고 좌절했던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했다면 지금보다 한층 더 색채가 강한 사람이 됐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없다'는 통찰이 생겼을 때, 작은 목표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하나씩 실천했다. 배가 불러야 숟가락을 내려놓는 엉망진창인 식습관 바꾸기. 꾸준히 운동해서 허벅지 뒤 셀룰라이트 없애기. 1년에 최소 1,000만 원 모으기. 한 달에 한 권 이상 책 읽기. 초등학교 때 좋아했던 글쓰기 다시 시작하기. 피부 노화를 방지하기 위해 매일매일 선크림 바르기. 매년 1월 1일 누군가의 새해 목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흔하디 흔한 목표이지만 소홀히 하지 않고 꾸준히 하다 보니 더 단단한 사람이 됐다.


 이를 통해 나이는 껍데기일 뿐이라는 걸 다시 체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건 없다. 변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은 이십 대 후반은 스무 살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스스로 변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 중인 삼십 대 초반은 이십 대 후반과는 너무 다른 느낌이다. 나이 들어서 철이 든다는 것, 나이를 먹으면서 남들과 다른 아우라를 갖게 되는 것은 환상이다. 나이에 비례하여 더 좋은 사람이 되는 일은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철이 들고 성숙해지는 변화는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려고 노력한 능동적인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보상이다. 그러니 나이가 들면 저절로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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