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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만보 Apr 16. 2023

운명

운명일까 선택일까

 연인 사이에 쓰이는 운명이라는 단어를 믿지 않게 됐다. 언젠가부터 운명이란 단어에 사랑을 빗대어 말하면, 관계에 대한 주체성을 잃는 기분이 들었다. 철없이 상대방의 장점 하나만 보고 연애를 결심했던 이십 대 초반과는 다르게 이제는 '내 연인은 이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라는 기준을 갖고 옆자리를 내어줄 사람을 선택하는 안목이 생겼기 때문이다. 친구에게 술과 담배는 안 하고 커피와 대화를 좋아하는 이성을 찾아달라고 소개팅 주선을 요청했을 때, 그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이 찾아왔다면 그것은 하늘이 정해준 운명이라기보다 나와 잘 맞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서 찾은 인연이라는 생각을 한다. 


 사랑을 시작하게 되면 내가 가진 모든 여유 시간, 돈, 에너지를 나눠줘도 아깝지 않은 나날이 거침없이 흘러간다. 단 한 번이라도 진정한 사랑과 이별을 해본 사람이라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나와 잘 맞는 사람을 찾는데 고군분투할 것이다. 상대방과 견고한 관계를 쌓기 위해 쏟은 모든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아픔을 겪은 사람이라면 다시는 그 아픔을 겪고 싶지 않아서 다음 만남에 신중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삼십 대의 사랑은 운명보다는 선택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고 싶다. 모든 것을 내주기 위해 까탈스럽게 고른 사랑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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