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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사실이 아니다

직접 묻고 직접 확인하기

by 몇몇

생각은 사실이 아니다. 늘 새겨도 모자란 말이다. 우린 생각의 지배를 받고 생각이란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 반복적으로 일깨우지 않으면 어느새 내가 생각 속에 갇혀 있음을 깨닫게 된다.


한 번 어떤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벗어나기란 참 고되다. 누군가와 다투고 난 후 회복이 어려운 것도 결국 '생각'의 늪에서 발을 빼지 못하기 때문이다.


싸우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은 생각. 상대가 아직 화가 나 있을 것 같은 생각. 풀리지 않을 듯한 생각. 누군가에게 내 얘길 할 것이란 생각. 나를 싫어하는데 티 내지 않는다는 생각. 내 연락을 일부러 보지 않는다는 생각. 나를 만나서 표정이 좋지 않다는 생각.


다시, 싸우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 생각이 만들어 낸 근거들이 그 생각을 뒷받침하고 결국 단호한 결론을 내린다.


우린 전처럼 돌아갈 수 없어.


그러나 그것은 생각이다. 그런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런 느낌도 들 수 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생각인 것이다.


오래된 관계에선 이 '생각'이 더 많은 갈등을 빚게 한다. 내가 저 사람을 좀 아니까, 너라면, 너는 보통, 너는 대체로, 저 사람은 이럴 때 이렇게 했으니까.


그 사람의 패턴을 알기에 그 패턴 안에서 판단한다. 예를 들어 예전에 다른 친구를 무례한 행동으로 욕했던 기억이 있다면, 이번엔 나에게 무례한 행동을 찾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과거 기억이 있기에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여길 것이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아닐 수도 있다. 우리는 확인하기 전까지 물어보기 전까지 확신해서는 안된다. 늘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대에게 확인해야만 한다.


그렇게 확인하지 않은 스스로의 판단이 늘어갈수록 오해는 깊어진다. 그럴지도 몰라. 그럴 것 같아. 그럴 거야.


어떤 생각이든 확인하지 않고 두면 그 부피를 불리고 늘여간다. 주체할 수 없이 커져서 터지는 순간 내 안의 기정사실이 되고야 만다.


그렇게 되기 전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확인해야 한다.


아무리 예측 가능한 상대여도 상황이어도, 그날만은 다를 수 있기에 물어보아야 한다.


묻기 어려운 상황과 날들이 있을 수도 있다. 분명 매번 묻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경우엔 생각을 확인하기 전까지 결정 내리지 않을 필요가 있다. 오해는 닫혀있는 문 안에서 커진다. 창문을 열어 두면 오해는 바람이 불면 창 밖으로 날아갈 수 있다.


불편함이 올라올 때, 지금 나를 움직이는 생각을 확인해 보자. 그 생각은 사실인가? 확인하거나 물어볼 수 있는가?


눈앞의 일들을 조금 더 쉽게 바라보고 해결할 수 있는 작은 원칙을 기억하자.


직접 묻기. 직접 확인하기. 생각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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