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 쓸쓸함을 책임지는 일에 대하여.
우린 본디 아빠 그리고 엄마에게서 분리되어 나왔다. 그 거센 본질은 늘 우리의 중심에 머물러, 홀로 서기 어렵게 만든다.
엄마에게서 탄생하여 점차 '나'를 만나 가면서도 다시 돌아가서 안정감을 찾고, 분리되기를 두려워한다. 분리불안은 우리에게 핵심 감정이다.
그 반복되는 분리의 시간이 길어지고 잦아져도 우린 늘 다시 하나가 되고 함께하길 소망한다. 부모를 떠나서는 친구들과, 연인과, 다시 그리고 자신의 자녀와. 홀로 서 있음이 때론 고독하게 느껴진다. 견딜 수 없이 연결되고픈 순간이 생긴다.
야속하게도 그런 날엔 우린 누구와도 쉽게 연결될 수 없다. 쓸쓸함에 푹 빠지고 깊이 몸을 담그고 허우적 댈수록 그 늪은 더 몸을 가둔다.
쓸쓸함. 그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순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발버둥 친다면 내가 잠긴 세상은 흙탕물이 되어 나는 앞을 볼 수 없게 된다.
쓸쓸함. 그 외롭고도 고독한 순간을 자꾸 회피하고 누군가로 무엇으로 채우려고 한다면 나는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없다.
아무도 나를 몰라주는 것 같은, 그 누구도 내 마음 같지 않을 것 같은, 누군가 옆에 있어도 누구와 대화를 해도 채워지지 않는 순간의 외로움을 우린 존재하기 위해 겪어야만 한다.
나와 가까운 누군가를 향해 자꾸 더 함께해 달라 외치면 외칠수록 고독은 깊고 넓게 다가온다.
어찌할 수 없는 그 쓸쓸함의 방문은 나로 하여금 나를 발견하게 한다.
우린 누구나 기대고 싶고 부대끼고 싶다. 그러나 내가 나를 안고 보듬을 수 없다면 누구와도 어울릴 수 없다.
어떤 날, 어떤 이유에서건 쓸쓸함이 찾아온다면 아낌없이 외로워할 필요가 있다.
어디로도 도망가지 않고, 어디로도 몸을 숨기지 않고 쓸쓸해할 기회를 주자.
언제나 낯선 이 쓸쓸함의 감각 앞에서, 고독을 즐길 나만의 방법을 찾아 두자.
우린 언제고 혼자가 되며, 또 혼자임을 받아들이고 즐겨야 하기에.
너무나 연결되고 싶은 날엔, 나와의 연결을 견고히 하자. 외로움과 쓸쓸함을 부둥켜안고 때마다 마주할 우리를 다독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