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우울함에 갖는 편견이 있다. 사실 있는 정도를 넘어서 아주 박멸하거나 처리해야 할 무언가로 여기기도 한다.
우리가 그간 마음에 관한 단상 브런치북에서 살펴본 전반을 아주 간단히 요약하면 내 마음의 신호를 잘 들여다보자는 것이었다.
내 마음은 큰 힘을 갖고 있지만 손발이 달려 있진 않기에 어떤 식으로든 본인이 파악한 것을 잘 알려주고 잘 해결하고자 끊임없이 신호를 주고 있는 것이다.
우울은 그중에도 내면으로 향하는 에너지이다. 우울하면 자꾸 혼자 있고 싶고, 가라앉고, 기력이 없기도 하다. 안으로 안으로, 자꾸만 내려가고 들어간다. 표정도 사라지고, 재밌던 일에도 흥미가 없어진다. 의욕도 사라진다.
그 모든 신호는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라는 메시지다. 다른 활동, 다른 사람, 다른 주변의 무엇에 시선을 주지 말고 내 내면으로 향하라는 메시지.
물론 이 우울감이 오래되고 지속되어 벗어날 수 없거나 우울증이라는 진단아래 들어갈 상태라면 주변의 도움과 전문가의 처방에 따라 약물과 상담이 꼭 필요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우울은 우리가 보통 종종 경험하는, 그러나 편견으로 나쁜 것으로만 치부하는 우울에 대한 것이다.
그렇게 우울을 깨달았다면, 조금 더 혼자 있을 필요가 있다. 내 내면에 채움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밖으로부터 뭔가를 받아들이고 느끼기보다는 내 안에 있는 것들을 살펴야만 한다. 지금, 내 안에 발견되어야 할 무언가가 있을 수 있다.
내가 우울함을 느낀 이유를 찾는 것도 도움이 된다. 모두가 우울해지는 지점이 다르기에 답은 그 한 명 한 명의 사람 안에 있다.
거절일 수도 있고, 인정일 수도 있다. 사랑일 수도 있고 어울림일 수 있고 이해일 수도 있다. 때마다 다른 종류의 욕구가 우울을 통해 표현된다.
밖으로, 밖으로 자꾸 나돌다 보면 나를 잊고 맞춰 살게 된다. 주변과의 어울림에 집중하다 보면 내가 원하는 것, 나는 누구지? 를 잊게 된다.
그 잊음이 극에 달 했을 때 우울은 똑똑, 나를 돌아보라고 찾아온다.
그런 순간에도 밖을 헤매고 있으면 우울은 초인종을 띵동 띵동 쾅쾅쾅 더 거세게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그러기 전에 내면을 주기적으로 잘 돌보면 좋겠지만, 마음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는 바깥에 적응하도록 태어났고, 어울리고 속한다는 건 아주 중요한 과업이기에 자칫하면 자꾸만 나를 잃게 된다.
그러니 우리에겐 우울이 필요하다. 적당한 시기에 너 내면 좀 돌아봐. 알려주는 우울.
우울과 함께면 온갖 성찰의 글도 더 쉽게 쓰인다. 우중충한 날씨의 나라에서 좋은 예술작품이 많이 나온다는 설이 있지 않은가.
우울이 찾아오면 반갑게 문 열고 내면을 여행하자. 세상만큼이나 들여다볼 게 많은 곳이 내 속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