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지금 앉으신 자리는 비상구석입니다. 갖고 계신 짐은 이륙을 위하여 선반 위에 보관 부탁드립니다.”
나는 늘 그랬듯 이륙을 준비하며 비상구에 앉으신 손님께 말했다.
“아... 그러면... 저... 자리 좀 옮길 수 있을까요?... 제가... 엄마랑 같이 있고 싶어서요...”
“네?”
내 눈에 보이는 건 비상구 쪽에 위치한 3자리 중 가운데에 앉은 그녀, 그리고 그녀의 옆자리를 차지한 가방이었다.
그녀의 엄마를 찾기 시작한 내 시선을 감지한 그녀가 슬프게 웃으며 말했다.
“여기요... 여기... 저희 엄마 여기 있어요...”
그녀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에는 그녀의 가방이 있었다. 열려있는 가방 사이로 보이는 액자 속에서 중년의 여인이 인자하게 웃고 있었고, 그 옆으로 유골함이 보였다.
“지금... 장례식장에서 오는 길이거든요... 마지막으로... 엄마랑 같이... 같이 있고... 싶어서요...”
아... 순간 나는 너무 눈물이 나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랑하는 엄마를 떠나보낸 마음을 짐작할 수도 없지만, 그녀의 말투와 표정에 그녀의 슬픔이 고스란히 전달되어서... 이대로 말 한마디라도 꺼냈다가는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손님 앞에서 펑펑 울어버릴 것만 같았다.
두 눈에 눈물을 가득 담은 채로 입술을 깨물며 울지 않으려 안간힘으로 버티고 있는 나를 다행히 지나가던 사무장님께서 발견해 주셨고, 우리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 손님의 마지막 여행을 위해 자리를 옮겨드렸다.
다행히 손님이 많이 없던 비행기라서 수월하게 빈자리를 찾을 수 있었고, 사무장님께서 허락해 주셔서 손님의 가방을 의자 위에 두었다. 나는 다시 기내를 돌며 이륙을 위해 기내 점검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자리를 보니, 그녀는 안전벨트를 하는 것도 잊은 채 허망한 표정으로 가방만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애써 씩씩한 척 그녀에게 다가갔다.
“손님, 안전벨트 착용해 주십시오. 어머님 안전벨트는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가방 속 그녀의 어머님이 걱정되어서 나는 최대한 조심히 그녀의 가방에 안전벨트를 둘렀다.
“다 됐습니다!” 나는 애써 웃으며 씩씩하게 말했다.
그녀는 나의 손을 잡으며 힘겹게 말했다. “고마워요...”
나는 또다시 차오르는 눈물을 겨우 참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이륙을 하면서 힐끗 보니, 액자를 쓰다듬고 있는 그녀가 보였다.
나는 멀리 보이는 액자를 보며 속으로 말했다.
‘어머님, 마지막으로 따님이랑 행복한 시간 보내시고, 좋은 곳에서 편히 쉬세요.’
그날. 나는 그렇게 떠난 이의 마지막 비행을 함께했다.
(*안내 : 이착륙 시 가방을 안고 있거나 자리에 둘 경우, 비상상황 발생 시 탈출이 어려워집니다. 가방은 반드시 머리 위 선반 혹은 앞 좌석 아래에 보관해주세요. 위의 경우는 비행기 전체의 손님이 매우 적었고, 해당 손님이 앉으셨던 줄 전체가 비어있어서, 가방을 안쪽에 두고 손님이 복도 자리에 앉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