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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채 Sep 02. 2022

병원에 가기로 결심한 날

알 수 없는 슬픔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슬픔의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

너무 많아서일까 아니면 그저 습관적인 슬픔인 걸까.


나의 감정의 시작이 이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상에선 티 내지 않으려 노력하고, 어쩔 땐 아무렇지 않게 당연하단 듯이 행복하지만 결국엔 나는 이 우울하고 슬픈 감정으로 되돌아오는 것만 같다. 또다시 잠에 들지 못하고 울지 못하는 슬픔에 잠겨있다.


머리가 물에 잠긴 것처럼 무겁게 느껴진다. 감정은 통제할  없는 우울함에 빠져있고 어느새 그게 나의 모습이라는 생각버릴 수가 없다.  시간 전까지만 해도 그래도 괜찮다 생각했는데... 나는 여전히 괜찮지 않은가 보다.


인생에 선을 그어 성공과 실패를 가를 수 있는 지표가 있다면 성공으로 조금 올라온 지점에 점 찍힌 인생일 것이다. 남들의 눈으로는 잘못될게 하나 없는. 그런 삶. 나도 스스로 그렇게 느꼈던 적이 있다. 나는 어디에 내놔도 실패하지 않은 인생을 살았다고. 그러니 괜찮다고. 무엇이 괜찮았을까? 나는 뜻도 모를 슬픔에 빠져 오랜 시간을 괴로워하고 있는데. 무엇이 나를 이토록 슬프게 하는지 알 수 없어 나는 더욱 슬퍼졌다. 해결될 수 없다는 생각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죽고 싶지 않은데 살고 싶지도 않다는 말이 와닿았다. 왜 살아야 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병원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머릿속에 스위치를 끈 듯 요동치던 감정이 죽고 일정선을 그어 나아간다. 그것이 이토록 조용한 새벽 나를 울지 못하게 만드는 슬픔이라니. 괴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숨을 쉬는 지금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약물의 도움을 받는다면. 아니 그것보다 내가 이 감정의 실마리를 찾고 이겨낼 수 있었으면 한다. 뜻 모를 감정에 지나치게 묶여 사는 내가 싫어지니까. 일상을 살아가는 게 아니라 버티는 것 같은 현실이 너무 힘들어서.


우울함에 대해 뇌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책에서는 결정하고 행동하라 했는데, 가겠다 결정하는 것을 4년 동안 고민했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점점 자신을 잃어가는. 그로 인해 작은 우울들도 쳐내지 못하고 더 나 스스로를 포기해가는 모습을 보기 싫다. 나도 건강한 마음으로 살고 싶다.




여러분들은 죽고 싶지 않은데 살고 싶지도 않다는 생각을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여러 번 추락하는 기분을 느끼며 어느 순간 스스로가 위험하다는 자각을 해보신 적은 없으신지요.

저는 그 마음을 품고 있음을 자각했을 때에야 병원에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4년간 지옥 같은 마음으로 버티며 살아오던 시간들에 충분히 지쳐있던 시점이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이 저와 같은 감정을 느끼신다면,

저처럼 병원의 문턱이 너무 높아 혹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어(이 정도의 마음으로 병원에 가도 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들) 고민하고 계신다면, 저는 조금 더 빠른 시일 안에 결정하시고 행동으로 옮기셨음 합니다.


내가 나로서 존재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요. 조금 더 행복하시기 위해서요.

오늘도 어딘가에 계실 당신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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