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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채 Sep 02. 2022

21년 어느 날

잠을 미루고 쓰는 글


점차 새해를 받아들이는 감각이 무뎌진다. 21년 새해가 밝았음을 이제야 자각한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너무 많은 감정과 정의 내리지 못할 생각들에 둘러싸여 돌아보지 못하고 지나온 탓이겠지. 나는 언제나 뒤돌아 쌓여있는 추억들을 더듬어보는 편이었으니. 그런 나의 시간이 없었으니 그 간의 내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일도 사람도 관계도 사랑도 여전히 너무나 버겁다. 이 공허함과 알 수 없는 어지러움은 어디에서 오는가. 일도 사랑도 무엇이 정답일 수 없는데 마음 한편에 정답이라 품어온 것들이 현실화되었던 급변하는 몇 달은 나를 이렇게 혼란 속에 가두었다.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 나는 어디쯤을 걷고 있는 것인가. 


세상 사람들의 삶에 가까워진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남들처럼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덤덤하게 때론 강단 있게 살아가려고 노력한다고 해야 할까. 그 속에서 잠시 멍하니 휩쓸리니 나 자신이 사라진 것 같다 해야 할까. 


나는 근래 생각하는 것들을 내려놨다. 내가 살아온 삶, 나의 자아, 내가 가진 어떤 가치들을. 꼼꼼히 살피고 고민하던 나의 주된 생각들과 멀어진 지 이렇게나 오래되었구나 하고 놀란다. 내 모든 것이었던 생각들은 이렇게나 휘발성이 높다. 


난 여전히 여리고 자주 슬프다. 관계에 치이고 허덕이지만 아닌 척 담담한 척 지내고 있다. 가끔은 영웅이 되고 싶기도 하고, 가끔은 연약한 어린아이가 되고 싶기도 하다. 나는 신입사원인지 중고참 선배인지 가늠조차 안되기도 하고, 내가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기억이 안나기도 한다. 그저 약속된 대로 몸이 이끄는 대로 살아가고 있다. 


단단하다 생각했던 자아는 언제 무너졌을까. 

나는 이 흔들림 속에서 자연히 생각하길 버린 걸까. 

어쩌면 별 뜻 없는 시간 속에 나와의 약속을 지켜가며 하루하루를 사는 게 맞는 게 아닐까. 

내 감정이 뭔지 생각이 뭔지 내가 누구인지 모두 잃어버린 기분이다.


모든 감정이 생각이 눈에 보이고 글로 적어 내려 갈 만큼 명확했는데. 

모호함 속에 빠져 감정과 생각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니. 

정녕 나를 잃은 기분이다. 


나는 누구지. 어딜 가고 있는 거지. 뭐 하고 있는 거지. 



19,20,21년에 걸쳐 괴로움과 우울함에 몸서리치던 저의 이야기를 옮겼습니다. 글을 읽으시며 느꼈을지 모르겠습니다. 처음 작성한 19년도의 글은 우울하고 슬픈 이유를 명확히 적어나갔지만, 시간이 지나며 짙어지고 사라지지 않는 우울함은 생각과 감정을 모두 무너트렸음을 적나라하게 알 수 있습니다. 다음 글은 병원에 가기로 결심했던 순간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4년 만에 병원에 가야겠다는 결심을 한 저의 이야기를 읽어주세요. 그리고 21년도의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저보다 더 빨리, 옳은 선택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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