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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채 Sep 02. 2022

20년 어느 날

내가 가지지 못하는 것들을 쥐고있으려니 이렇게나 탈이나는걸지도 모르겠다. 

내 것이 아닌데 그 것을 품자니. 그러니 탈이나는건 아닌가. 

이 어려움에도 끝이 있는건가.


여린 마음으로 살아가기엔 벅찬 세상인건지 아니면 편안함을 두고 또 나 혼자 어려운 길을 걷는건지 어떻게 이겨낼 수 있는건지.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렇게 잠자코 있음 되는건지. 나는 또 얼마나 참아야하며 이 감정의 소용돌이는 몇번이나 일어나야 잠잠해지는건지. 아주 작은 스크래치에도 이렇게나 무너지는 나는 그저 덜 자란 어린아이일 뿐인건지. 정말 평온함을 지켜야한다는 마음에 나를 욱여넣고 있는건 아닌지. 


내가 단정짓고 자신있어했던 당당한 나는 또다시 부서져 발밑으로 가라앉는다. 나는 이리도 연약한 사람인것을. 괜찮다고 넘어갔던 시간들은 반드시 되짚어 돌아온다. 또 그 날이 왔나보다. 


불현듯 화가 치밀어 오르고 불안함에 몸 어딘가가 간지러워 견딜수 없다. 나는 아픈걸까. 건강하지 못한 몸과 정신은 나를 잠식시키고. 잡히지 않는 기억들을 헤집어 오늘을 살아간다. 또다시 잠들지 못하는 밤을 지샌다. 


아 사는게 이렇게 힘들다니. 그럼에도 무엇도 놓치지 못하는건 내 욕심인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걸까. 나는 무엇을 인정해야하는걸까. 나약한 나를? 변치않는 세상을? 나의 욕심을? 어느것도 내마음대로 되지않는다는 사실을? 그 것들을 다 인정하고 안아줬다 생각했는데. 난 아직 다 품지 못한걸까.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는거지. 조금 더 나락으로 떨어져야 알 수 있을까. 아아 나는 지금 떨어지는 중이구나. 그래서 어떤 것도 잡을 수가 없는거구나. 그렇다면 나는 얼마나 더 이 끔찍한 감정속에서 살아야하는거지. 바라보지 않고 생각하지 않으면 가루처럼 사라질거라 생각했는데.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있다가 이렇게 덮쳐오다니. 무섭다. 생각하는 밤도 무섭고 쓰러져있는 나도 무섭다. 무엇도 할 수 없는 무기력이 무섭다. 살아있는 시간이 괴롭다. 


왜이렇게 억울하고 분한지. 무엇이 이리도 화가나는지 모른채 무수히 많은 생각들과 분노속에 잠들지 못하고 뒤척인다. 나는 왜... 이렇게도 나약할까. 왜 그 많은 풍파들 속에 강해지지 못한건가. 나는 삶의 어려움에 이렇게나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하는건가. 왜.. 왜 버텨내기가 이렇게나 힘든걸까. 


괜찮지 못한 날들이 간다. 누구도 잡아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또 이를 악문다. 부패된 생선궤짝이 생각난다. 탈출을 시도하는 노래하는 물고기도. 그 안에 잔뜩 웅크린 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물고기도. 얼음이 쏟아져 정신이 아득해지면서도 푸른 바다를 떠올리는 물고기들. 나는 그 어딘가에 함께인 느낌을 받는다. 


나 정말 행복하고 싶어. 즐겁고 싶어. 만족하며 살고싶어. 단단해진 나를 부여잡고 그럼에도 행복한 삶이야! 하며 살고싶어. 내 탓이 아니야 라고 당당하게 말해주는 사람이고 싶어. 난 그저 이런 사람일 뿐이야 하고.... 난 그런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를 단정짓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나는 또 다시 나를 단정지었나보다.



제가 앓는 우울장애는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님을 느낍니다. 몇년에 걸쳐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지 못했던 저의 솔직한 글을 나눕니다. 어딘가에 20년도의 저와 같은마음으로 살고계신 분이 있으시다면 그 시간 역시 지나간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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