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섯 살인데 초등학생들이 따돌립니다- 2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었다

by 윤슬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다고 말했던 그날은 배신감과 허무함, 그 어린 나이에는 도무지 알 수 없는 감정들로 너무 우울했습니다. 일명 '왕따'란 걸 당하고 있거든요.


사건의 발단은 이랬습니다.

이 여자아이에겐 시골마을에서 같이 나고 자란 하나밖에 없는 단짝 친구 윤희(가명)가 있었습니다. 시골 마을의 학교라 한 학년에 반은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둘은 그래서 당연히 늘 같은 반입니다. 일 학년부터 육 학년까지 쭈~욱!


그러던 어느 날, 반에서 소위 대장이라 불리는 여자아이 유리가 이유 없이 절친 윤희를 따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학년에는 대장 아이가 싫다고 하면 지목된 아이와 단 한 명도 놀아주지 않아야 하는 무언의 법칙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아, 왜냐 구요? 지금 그 학교엔 '따돌림 놀이'가 대유행 중인데, 따돌림을 당하는 친구와 놀아주는 사람은 그날부터 그 친구 대신 '술래'가 되거든요. 놀아주는 친구가 새로운 왕따, 왕따를 당하던 친구는 다시 예전처럼 놀아주는 퍽 이상한 방식의 놀이죠.

여러분 왕따놀이의 룰이 대충 이해 가시나요?








그 룰을 알고 있던 여자아이는 절친이 걱정되어 잠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렇지만 이내 고민하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는지 금방 생각을 접고 결심을 하죠. 그리곤 대장 아이를 찾아갔습니다.



여자아이는 용기를 내어 대장에게 말합니다.


"야 니가 먼데 애들을 따돌리고, 놀아주고 니 마음대 론데? 왜 애들 괴롭히노?"


옆에 있던 대장 오른팔이 나서 어깨를 툭 밀치며 얘기합니다.


"니는 뭔데? 니가 윤희가? 자는 가만있는데 왜 니가 난린데?"


듣고 있던 여자아이가 말했죠.


"그럼 니는 먼데 덩치 값 좀 해라. 니가 싸워도 유리(대장) 이기고도 남겠다만 옆에 붙어서 부끄럽지도 않나?"


싸움은 담임선생님이 오셔서 일단락되었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스쿨버스 안, 단짝 친구 둘은 같은 칸에 나란히 앉았습니다.


"윤희야. 나는 이렇게 하면 자네가 나를 따돌릴걸 안다. 하지만 나는 니가 더 소중해서 니랑 놀 거다. 니도 내 신경 쓰지 말고 니 마음 가는 대로 해라. 니가 어떻게 하든 나는 아무 말 안 할게!"



다음날 절친은 바로 다른 친구들과 놀았습니다. 그래서 왕따에서 벗어날 수 있었죠.


안타깝게도 룰을 알면서도 어긴 그 여자아이는 그날부터 벌칙으로 절친 대신 '왕따'가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삼 학년에서 중학교 삼 학년까지, 거의 칠 년의 세월을 말입니다. 아, 시골 학교라서 초등. 중등학교가 하나씩밖에 없어 가능한 일이긴 했었습니다.


그 여자아이는 유치한 아이들과 다신 상대하기 싫은 마음에 이전 '왕따 놀이'의 '술래'들과는 달리 놀아달라는 구차한 구걸 따윈 하지 않습니다.

속으로 "내가 너네를 다 따돌리는 거야!" 라며 정신승리를 하고 맙니다.








과연 정말 그랬을까요?

이 여자아이는 그럭저럭 살아내서 어느덧 서른여섯 살 어엿한 성인이 되었습니다. 현재는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도 하고 딸, 아들 한 명씩 낳아 남부럽지 않은 행복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니 오늘도 꿈을 꾸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이 그대로 꿈에 찾아와 무시하고, 놀리고 따돌립니다. 서른여섯 살인 이 여성은 꿈속에선 여전히 그때의 여리고 작던 쪼꼬미 그대로입니다.


이렇게 주기적으로 초등학생들이 서른여섯 살의 성인을 '왕따'시킵니다. 꿈속에서도 깨어나서도, 마치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간 듯 그때의 그 아프고 비참한 기분을 온전히 느낍니다.








이 글의 주인공은 바로 '저' 자신입니다.



당시 누군가 들어주고 꼭 도와주길 간절히 바랐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던 이 이야기를 끝까지 귀 기울여 들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아직도 잘 모르겠기에 여러분께 질문을 던져봅니다.



여러분들 '왕따'를 당하지 않으려면 그때의 저는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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