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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경 Jan 17. 2024

'조승연의 탐구생활'만큼 유익한 조승연 엄마의 육아서

덕담 같은 육아서보다는 실용서가 좋은 이들에게 추천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유튜버를 꼽으라면 조승연이다.


아마 많은 이들도 '조승연의 탐구생활'을 최애 유튜브로 꼽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박학다식함과 유머, 가끔은 재수 없기도 할 정도의 통찰력과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면서 보여주는 여러 나라의 문화와 역사 이야기는 '유튜브 끊어라'는 많은 조언들에도 '이 정도 유튜브면 거의 학습 콘텐츠야.. 아니, 신문보다도 더 유용하다고!!'라고 해명할 수 있을 정도다.


특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코너는 '조핑턴 포스트'와 'MMM'이다.


'조핑턴 포스트'는 아무래도 나의 직업 특성상 외신 미디어를 보면서 미디어 비평 기사를 쓸 때가 많은데, 그런 콘텐츠를 만들 때 '와 나도 이 정도로 분석하고 싶다'라고 생각하면서 참고하려고 노력하는 콘텐츠이다. 그래서 재미로 보기보다 일을 할 때의 레퍼런스로 많이 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hIbRZ69bJLQ&list=PLjfbL5XDzjs37wQgeCcmor0IxhKlenN0Y&index=8


MMM코너는 '서로 다른 성향의 사람도 이렇게 재미있게 대화할 수 있구나'를 알려준 콘텐츠다. 그리고 어쩌면 이 시대 가장 스마트한 사람들로 꼽히는 이들의 대화를 엿보는 재미도 있다.


돈의 흐름과 트렌드에 민감한 미키김과, 돈의 흐름보다는 역사적 가치와 자신만의 취향으로 세상을 보는 조승연의 상반되면서 공통된 화젯거리로 항상 대화의 재미를 일깨워주는 콘텐츠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wvQm3qf3CEo&list=PLjfbL5XDzjs12IrvdCqpRllVY-XnSh7CR&index=36


육아서 이야기를 하겠다면서 왜 갑자기 '조승연의 탐구생활'을 영업하고 있을까?


사실 내가 영업하지 않아도 너무 잘되고 있는 채널이긴 하고, 조승연 작가의 팬도 엄청난 걸 알고 있다.


그런데 아마 조승연 작가의 팬이어도 내가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은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후후


바로바로.... 무려 조승연 작가 엄마인 이정숙 선생님이 쓰신 '조승연처럼 7개 국어 하는 아이로 키우는 법'이다!!


굉장히 환하게 웃고 계신 조승연 작가님의 얼굴이 인상적인 표지이다


사실 나는 이 책을 발견하고 너무 반갑기도 하고 웃겨서 ㅋㅋㅋㅋ약간 조승연 작가와 친구라면 이 책에 나오는 에피소드를 가지고 놀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특히 조 브라더스의 장기자랑 부분)




여하튼 조승연 작가의 엄마가 쓰신!! 어떻게 하면 조승연 같은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실 제목처럼 '우리 아기를 7개 언어를 구사하는 아기로 키우고 싶다~' 이런 부모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조승연의 탐구생활' 애청자라면 한 번쯤은 '와 어떻게 저렇게 박학다식하고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속속들이 알고 있을까? 그리고 그걸 어떻게 적시적재에 잘 맞춰서 두세 가지 이야기를 꼭 한 가지 이야기처럼 잘 만들어 기가 막히게 콘텐츠를 뽑아낼까? 광고도 이렇게 고급지게 하다니'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꼭 '미국의 가장 좋은 대학 중에서 유학하고 저녁엔 줄리어드 음대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파리로 넘어가 루브르 박물관에서 미술사를 공부한' 스펙 이야기를 넘어서라도 말이다.


또한 아기를 조승연처럼 키우고 싶다! 이런 느낌이 아니더라도, 예를 들어 이적의 어머니 박혜란 선생님이 쓰신 육아서가 인기인 것처럼, 사실 유명인이기도 하고 + 학벌도 좋은 + 여러 가지 능력을 펼치며 게다가 인기 많은 유튜버로도 먹힌 사람의 유아기가 궁금하기도 하는 마음에 읽어보는 것일 테다.


사실 이적의 어머니 박혜란 샘이 쓰신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도 다 읽었었다. 그런데 나에게는 좀 너무 지나영 샘의 '본질 육아'처럼 올바른 말씀 모음집처럼 느껴져서 '와 진짜 너무 재미있고 도움이 된다.'이렇게 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읽으면서 음, 그래 참 맞는 말이지. 그렇지. 음.. 맞아.. 옳으신 말씀이야. 이런 느낌의 반복일 뿐이었다.. 꼭 서울대 나온 아이가 '학원 안 가고 교과서로만 공부했습니다'라는 말을 듣는 느낌이랄까? (죄송합니다)




반면 '조승연처럼 7개 국어 하는 아이로 키우는 법'은 제목처럼 어쩌면 조금 적나라하기도 하고 혹은 실용적인 팁들이 많아서 캡처해 가면서 읽었다. (아 근데 조승연도 외국어 학원은 다니지 않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이런 문장들.

우리 아이들은 놀이하듯 외국어를 배워 10대 때 3개 국어, 20대 때 7개 국어를 익혀 서로 모셔 가고 싶은 인재로 성장했다. 언어보다 이과에 강한 큰아이는 중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 가 외국어인 영어로 공부해서 대학과 대학원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그것도 큰 힘 안 들이고.


우리 아들과 외국인 친구들은 국가나 인종을 따지지 않고 비슷한 지적 수준에 따라 친구를 사귄다. 문화 공감대와 대화 수준으로 친구를 고르고 비즈니스 상대를 고르는 것이다. 자식을 글로벌 리더로 기르려면 이런 세계 트렌드, 다시 말해 대화 콘텐츠의 품질부터 대화 방법까지가 평생의 동지 또는 친구를 구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에 걸맞은 인재로 길러 내야 한다. 자녀를 언어에 강한 아이로 키우라고 주장하는 까닭은 바로 그 때문이다.


어쨌든 이렇게 조승연 작가와 조승연 작가의 형을 둘 다 미국으로 유학 보내고, 둘 다 세계적인 회사의 스카우트를 받으며 여러 나라의 친구들과 우정을 쌓게 키운 노하루들이 대량 방출돼 있다.




내가 정리해 본, 이 책에서 말하는 육아 노하우는 다음과 같다.


모국어를 확실히 가르치고 다른 언어를 가르친다. 이 책에서는 언어 시스템을 '광케이블 깐다'라고 비유하는데, 한번 깔고 나면 인터넷으로, 전화로, 팩스로 바로바로 전환할 수 있듯 모국어 시스템을 탄탄하게 깔면 다른 언어도 그렇게 가르칠 수 있다고 한다.


아주 아기 때부터 여러 가지 책을 읽혀준다. 이 집의 경우 엄마가 워킹맘이어서 어렸을 적 외할아버지가 육아를 해줬는데, 외할아버지는 철학책 마니아였다고 한다. 그래서 초등학생도 안된 아이들에게 니체나 칸트 같은 책을 읽어줬다고. 엄마 역시 집을 도서관처럼 만들어주었다고 한다. 핵심은 아주 아기 때부터 고급징 언어를 사용해 대화하는 것이다. 굳이 어린 아기를 위한 대화체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아이가 무언갈 궁금해할 때는 모두 답해주려고 하지 말고, 역으로 되묻거나 사전을 찾아보라고 한다. 모국어를 가르칠 때도 사전 위주로, 어원 위주로 제대로 가르친다. 국어사전은 물론이고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보고 아이 스스로 항상 찾아볼 수 있게 한다. (워킹맘이어서 아이들의 호기심 넘치는 질문을 모두 답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렇게 언어를 가리키기 전에 그 나라의 문화에 따른 어원, 역사 등을 가르치면서 언어에 대한 호기심을 길러준다. 그러면서 지식도 함께 길러진다.


학원을 보낼 돈으로 해외여행을 간다. 조승연 역시 외국어 학원을 다니지 않았다고 하고, 그 돈으로 해외여행을 자주 보내고, 가족과 함께 갔을 때도 아이들에게 심부름을 많이 시켰다고 한다. 표를 사 오라거나 빵을 사 오라거나 메뉴를 시키는 것을 모두 아이들에게 시키면서 아이들에게 외국어를 활용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게 했다고 한다.


집에 있는 사물들에 한글과 영어로 이름표를 붙여서 사물의 이름을 외우게 하고, 한글 단어나 영어 단어를 활용한 게임을 자주 한다.


또한 아이에게 장기자랑이나 발표할 수 있는 자리가 생기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하고, 집에서도 조력을 해준다.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대화를 이끄는 실전 대화팁도 많이 나와있어서 도움이 됐다.



역시 T성향인 나에게는 덕담 같은 육아서보다 실용서 같은 육아서가 더 도움이 됐다. 육아서를 고르고 읽으면서 이렇게 나의 성향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어서 즐거운 부분이다.


그리고 자꾸 육아서에서 '학벌보다는 인성~' 이런 식의 미사여구도 많이 보이는데 아이가 학벌도 좋고, 말도 청산유수이고 커리어도 좋고 잘 나가는 사람이니 육아서를 쓸 수 있게 된 것 아닐까? 대부분의 많은 육아서를 쓴 엄마의 아이들은 학벌이 좋다. 아니면 학벌을 상쇄하는 커리어가 있거나. 그게 아니면 육아실용서라기보다는 에세이가 될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육아실용서에 미사여구 같은 겸손이 많은 것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냥 대놓고 우리 아기가 이렇게 잘났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나에게는 오히려 자세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나 할까. 오히려 우리 아기가 잘났다고 세부적인 정보를 말하는 게 겸손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이야기 같기도 하다.


책이 아니라 실제로 만나는 부모들에게 속속들이 '자식 대학은 어디입니까? 저녁엔 무슨 대학원을 다녔습니까? 공부는 어떻게 했습니까? 그럼 형은 어디 대학 나왔습니까?' 이런 식으로 물어보기는 민망한 일이고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나처럼 세속적인 정보를 얻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포인트에서 공감이 갈 것이라 생각한다.




이와 비슷한 책으로는 서안정 작가의 '결과가 증명하는 20년 책육아의 기적'이라는 책이 있는데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이 책이 정말 뛰어나다. 특히 책육아 부분에선 이 디테일을 뛰어넘을 책이 나올 수 있을까 싶은 정도다. 다음 연재에선 서안정 작가의 책 이야기를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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