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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금성 Nov 14. 2024

달팽이


새벽녘 이슬을 머금은 채
별빛 한 조각 등에 지고
하얀 길 위를 기어가는
작은 우주


아득한 수평선 너머
파도 소리가 홀로 울리면
번진 잉크 얼룩진 꿈을 따라
반짝이는 발자취를 남기고


한 글자 한 글자
밀알의 흔적을 남기며
세상이란 푸른 물결 향해
더듬이를 세우는 이 밤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 거라고
껍질 속 감춰 둔 꿈

남몰래 움츠리지만


고독하게,

느릿느릿 기어간 그 길이

돌아보면,

눈물자국처럼 보이지만

오직,

저 달팽이만이 나아갈 수 있다


패닉 - 달팽이


수험생 시절, 패닉의 달팽이를 위로를 종종 받곤 했습니다. 수학이 늘지 않아 속상하기도 했지만, 언젠가 꼭 1등급을 받을 거라고 다짐하면서요. 비록 그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이후 은행원을 그만두고 국회의원 비서관이 되겠다는 새로운 꿈을 품었습니다.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기대와 함께요. 그 기대가 충족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 과정에서 하나 깨달은 게 있습니다. 남들이 닦아놓은 길에서 1등을 하는 것보다, 고독하더도 내 길을 만들어가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걸요.

자기보다 큰 껍질을 짊어지고 나아가는 달팽이처럼, 꿈을 이루는 것보다 꿈이 있다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 꿈은 꼭 수능으로만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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