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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해파리와의 전쟁

<에세이> 늙은 어부의 노래

by sunb

선원들이 사투를 벌이는 건 쓰레기뿐만이 아니다. 해파리와의 전쟁이다. 해파리는 정말 성가신 존재다. 해파리는 대부분 바다에서 나며, 연안 또는 난바다의 수면 부근에 많다. 특히 요즘엔 기후 온난화로 해파리의 증식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해파리는 자기방어로 독을 방출하는 종류가 많아, 다루는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생김새는 우산이나 종 모양이다. 아랫면 중앙에는 ‘입자루’라는 돌기가 있고 그 앞 끝에 입이 있다. 입 주위에 입술 모양의 돌기 또는 작은 촉수가 있다. 그리고 긴 팔 모양의 구완口腕이 발달해 늘어져 있다.

전 세계 바다에 널리 분포하며, 극히 소수만 담수淡水 및 기수汽水에서 산다. 먹이를 잡을 때는 촉수를 사용하며, 촉수 위의 자포를 유용하게 이용한다. 대체로 육식이며, 살아 있는 꽤 큰 동물도 자포로 마비시켜 삼킨다. 해파리는 호흡·배설·순환 기관이 없는 게 특징. 자포는 빗해파리류를 제외한 모든 해파리의 유일한 무기이다. 자극에 의해 자포 내부의 사상관絲狀管이 발사되어, 그 안의 독이 상대방 조직 내에 주입된다. 독의 종류와 강도는 해파리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전혀 아픔을 느끼지 않는 것에서부터 치명적인 것도 있다.


해파리의 종류는 수도 없이 많다. 종 모양을 한 꽃해파리류와 낮은 우산 모양의 연軟해파리류가 바다에서는 대표적이다. 우리가 원치 않게도 자주 접하는 게 바로 이런 해파리이다. 동지나해와 같은 대양에서 서식해선지 엄청나게 큰 것이 대부분이다.

중국 등 동양 일부 나라에서는 해파리를 식용하기도 하는데, 뿌리입해파리를 주로 먹는다. 뿌리입해파리는 갓이 두껍고 지름이 40∼60㎝로 매우 크다. 식용 해파리는 한국·중국·일본 연안에 서식하며, 중국요리에 특히 많이 쓰인다. 해파리의 날것은 수분이 98%이며, 이것을 말리거나 염장하여 사용한다.

고기 선별 작업을 하면서 접한 해파리의 모습은 너무도 징그러웠다. 그래서 이를 먹는다는 것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처음에는 무심코 고기와 섞인 해파리를 손으로 퍼내 갑판 배수구를 통해 바다로 흘려보냈다. 목장갑을 끼었다고는 하지만 반팔 셔츠를 입고 있어 팔뚝은 노출 상태였다. 한참 있으니 살갗이 벌겋게 부어올랐고,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해파리의 독이 피부 속으로 침범한 것이다.

선별 작업을 마치고, 내가 부어오른 팔을 보며 고통스러워하자 선임들은 그때서야 해파리 독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해파리 독 같은 건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다만 나와 함께 배 반장도 팔에 해파리 독을 쏘여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다음부턴 해파리 다루는데도 이골이 생겼다. 장화를 신은 발로 골라내 삽으로 밀어냈던 것. 그물을 풀어놓고 보면 고기보다 해파리가 많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한번은 그물 가득 해파리만 올라온 적도 있다.

어느 날, 크레인에 끌려 선미를 타고 올라오는 집어망이 어느 때보다 부풀어 있었고 묵직했다. 선원들은 대박이 난 줄 알고 좋아들 했다. 그러나 이내 분위기는 착 가라앉고 말았다. 선원들은 집어망을 열어보지 않고도 해파리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린 것 같았다.

집어망이 갑판에 완전히 올라온 뒤 전체가 해파리임을 확인한 우리는 크게 낙심했다. 해파리를 치울 일이 큰 걱정이었다. 해파리를 원활하게 치우기 위해 갑판에 펜스를 설치하지 않았다. 그물 밑을 꿰맨 노끈을 풀자 해파리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아니, 마치 해일처럼 해파리 떼가 갑판 안쪽으로 밀려왔다. 이를 갑판 중간에 나 있는 배수구를 통해 바다로 흘려보내야 했다.

모든 선원이 해파리 퇴치에 매달렸다. 나는 배수구 옆에서 밀려오는 해파리를 삽으로 퍼내느라 잠시 허리조차 펼 수 없었다. 조금만 게으름을 피우면 갑판 안쪽으로 밀려들어가 치우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그러므로 안쪽으로 밀려 들어가기 전에 재빨리 배수구를 통해 바다로 밀어내야만 하는 것이다.


해파리 더미 속에는 고기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조기와 병어, 오징어 등 모두 합쳐서 겨우 네댓 상자에 불과했다. 완전히 허탕을 친 것이다.

잡아 올린 고기가 적은 만큼 할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물론 그것은 소득과 관계되는 일이어서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 좋았던 것.

이내 그물을 점검하고, 터진 그물코를 꿰매는 등 투망준비를 해놓고 침상에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꺼두었던 휴대폰을 꺼내 전원을 켰다. 아이들에게 전화를 할까 하고 통화버튼을 눌렀으나 ‘서비스 이외 지역’이라는 메시지가 뜬다. 멀리 공해상에 배가 떠있음을 의미한다. 다시 휴대폰 전원을 꺼버리고는 침상에 내려놓았다. 지금 같으면 GPS와 와이파이 시스템 등으로 전화를 못할 곳이 없다시피하지만 그때는 폰 환경이 열악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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