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 먹고 싶은 만큼 시켜.”
“니가 쏘는거야?”
“아뉘. 더치지~ 근데 이렇게 하면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는 거. 닭갈비 10인분? 9인분??”
동환이가 나서서 주문을 하라고 외쳤다. 식당안은 메뉴판이 벽에 걸려 있고 화로가 가운데에 동그랗게 자리 잡아서 그 주변엔 음식을 먹을 수 있게 은색 막이 둘러쳐 있었다. 천장에서는 대롱대롱 원통형이 매달려 연기를 빨아들이는 모습이였다. 벌써 일행 말고 다른 사람들도 4-6명씩 짝을 이뤄 닭갈비를 구워 먹고 있었다.
“얘, 너무 목소리 컸다. 아직 자리도 잡지 않고!”
동환을 나무라는 같이 온 셋 중의 한 여학생이 말했다. 여기서 조금씩 얼굴을 텄다.
‘내가 참…. 친화력이 없어서 서로 알아가기가 힘드네. 학창시절까지 주변에서 잘도 다가와 내가 다가갈 필요가 없었는 데 대학 오니 다르긴 하네.’
괜히 내가 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찌…… 나만 혼자 인건가 싶었지만 여기도 여자 셋이잖아. 한명은 얼굴 트고 어쩌면 친하게 지낼 수 있을거야.
“여어, 지금 들어온 학생들이 많네? 예약은 했어?”
사장님이 말을 걸었다.
“아니요. 8명이 앉을 수 있는 방 같은 거 없을 까요?”
내가 대답을 했다.
“있지~ 바로 보이는 칸막이가 신발을 벗고 앉은뱅이로 앉아야 돼. 괜찮아?”
“네, 괜찮습니다! 다들 가자.”
태현이 나서서 방으로 씩씩하게 걸어 들어갔다.
다들 자리에 앉고 나서 태현이 주문서를 보며 말했다.
“8명이고 배불리 먹으려면 10인분 하면 되겠지?”
태현이 다른 사람들의 동의를 구하는 눈빛으로 둘러봤다.
“응”
다들 동의한다는 표시를 얼굴을 끄덕이거나 대답을 했다.
“여기 닭갈비 10인분 주세요”
“그래. 배불리 먹고 가렴. 준비해 줄게.”
사장님이 답했다.
다들 모여서 잠시 어색했다. 잠시 나는 용기를 내어 여학생 셋중 한 명에서 말을 걸었다.
“안…녕?”
“아, 안녕?”
“있지, 여기서 누굴 알아서 같이 오게 되었어?”
“응, 동환이. 넌?”
“난 태현이. 셋이서 친해?”
“응. 같은 학교라 같이 다녀. 다 같이 지역학군 인 건데 어디 학과에 배정 받았어?”
“난 중국학과. 그러고 보니 이름을 말하지 않았네.”
“괜찮아. 난 러시아학과로 배정 받았는 데 별로야. 이대로 계속 러시아학과면 자퇴하려고.”
‘아,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구나. 이름을 밝히지 않으려 하니.’
“그래? 난 중국학과 보고 온 건데 지역학군으로 되서 피 보는 거 아닌가 싶어.”
“응.”
어색한 대화는 이것으로 끝났다. 그리고 어색한 침묵 같은 기다림이 있었다.
남학생들은 금방 서로 친해진 모습이였다.
‘거참…. 여자와 남자의 차이가 뭘까? 저긴 벌써 4명이서 친해져서 왁자지껄인데.’
곧 반찬이 나오고 반찬이 나옴과 함께 닭갈비도 같이 나왔다.
“그니까. 그 스타크래프트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어. 전략을 잘 짜야 이겨.”
떠드는 내용을 들으니 게임의 공통사항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 공통사항이 없어서 난 이야기 끊겼나? 이름도 밝히지 않는데 뭐.’
“아… 얘! 네 이름은 뭐니?”
“어? 나?”
갑자기 남학생 동환과 태현외에 다른 둘 중 하나가 말을 걸었다.
“나? 수현이라고 해. 넌?? 갑자기 말 걸어서 놀랬어.”
“난 대환이라고 해. 얜 수원이라고 하고.”
“어. 난 수원이야. 잘 지내자.”
“응….”
갑자기 말을 걸어서 순간 나는 어색했다. 어떨결에 남자 둘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근데 이들과 어쩐지 같이 지낼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나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닭갈비가 익길 바라고 있었다. 여학생들은 지네들끼리 떠들고 있었다.
“그니까, 수현아. 스타크래프트라고 전략시뮬레이션이라고 알아? 이거 되게 재미가 있다? 나 이거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어.”
“어. 알긴 한데, 난 요즘 오락실에서 펌프를 신나게 하고 있어. 지금 그게 운동이 되는 지 체중이 점점 줄고 있어.”
“그래? 펌프가 그렇게 좋아? 얘들아, 이따가 펌프하러 가자. 너 은근 뚱뚱해.”
“응. 알고 있어. 그래서 성형다이어트를 하려고. 내가 초등학교 땐 미인이였거든.”
“무어? 에이…… 하하하하하.”
놀리는 건지, 그냥 웃어주는 건지 모를 대환이의 웃음.
“아, 우린 펌프나 게임 싫어. 먹고 여자들은 그냥 갈게.”
“아니~ 여자들은 게임을 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때 마침 직원이 와서 닭갈비를 몇 번 휘젖고 나서 먹어도 된다는 신호를 보내고 갔다.
“야야, 먹자.”
약간 어색해 질 수 있는 순간에 닭갈비를 먹었다.
나는 다행히 남학생들과 말을 트게 되어서 안심이 되었다. 여자 셋도 재잘 되지만 셋 중 하나는 소외되는 모습이 보였다.
‘왜 …. 셋이서 다니면서 둘만 말하고 하나는 소외 되면서도 같이 다니는 걸까?’
난 의아해 하면서도 입에 닭갈비를 넣었다.
닭갈비는 순식간에 다 해치우고 볶음밥까지 싹싹 비운 후, 더치페이로 각자 돈을 냈다. 이때 닭갈비 값은 8000원. 지금보다 훨~씬 싼 가격이였다. 그래서 10000원씩 거뒀다. 근데 소수의 사람이 먹으나, 다 같이 먹으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같이 밖으로 나가 여학생과 헤어졌다. 그러나 그 중 한 명이 셋에서 빠져 나와서 남학생과 가려는 나에게 다가왔다.
“나도 오락실이라는 데 가보고 싶네. 너넨 가.”
“아니 왜~그래. 재미있게 놀아. 우린 도서관 갈 거야.”
“응.”
쿨하게 같이 온 일행과 한 여학생이 떨어져나왔다. 계속 몇 마디만 하고 소외 된 채로 있더니 이게 아닌가 싶었나보다.
“자 그럼! 모두 오락실로 가볼까? 나 PC방밖에 못가봤어. 오락실 처음이야.”
대환이가 나서서 말하며 무리를 이끌 듯이 앞으로 나섰다.
“난 은지라고 해. 아까 이야기 하는 거 들었어. 수현이라고?”
“응. 어디 학과에 배정 받았어?”
“난 중국학과.”
“나도. 근데 러시아학과 배정 받은 쟤네랑 같은 고교 출신이라서 같이 다녔어?”
“응. 내 생각엔 ㄱ,ㄴ,ㄷ순의 이름으로 학생들을 배정 해 버린 거 같아.”
“그치? 중국학과 배정받은 학생들이 다 김씨야.”
“그니까. 김씨겠네?”
“응. 너도?” “응.”
나와 은지는 서로 얼굴 보면서 씩 웃었다. 이로써 나도 친구가 생기는 건가.
“아, 나도 중국학과 인데. 너희 둘은??”
“나와 수원은 일본학과야. 다른 고교 출신인데 OT때 알게 되었어.”
“그러면 동환이나 태현이랑은 아는 거야?”
“아니. 오늘 알았어.”
나와 은지는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뭐? 오늘 처음 만났다고? 그런데 그렇게 친할 수 있어?
“어. 나와 태현은 동창이고 얘네 일본학과는 지나가는 거 붙들었어. 우리 펌프 신나게 하자.”
와…. 남자들의 친화력이란?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나도 저런 친화력이 있었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워낙 친화력이 부족한 걸.
나는 어릴 때부터 남들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왜냐면 상대방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들의 친화력으로 나는 그냥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었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이끌어주는 이가 생겨서 인사이드가 되어있어서 내가 먼저 나서서 말 걸 일이 없었다. 그러나 대학생활은 달랐다. 내가 구하지 않으면 구해지지 않았음을 몸소 체험을 했다.그래서 이때부터 친구 사귐을 내가 먼저 다가가야 하는 데 어떻게 인사까지 되지만 말을 이어가야 할지 알 길이 없어서 언제나 어색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그래도 이때 은지를 알게 되어서 대학 4년 동안 친하게 지냈다. 그 이후는 각자의 길을 가서 연락이 끊겼다.
이렇게 6명은 오락실로 향했다.
오락실에 가니 여러 게임기 사이로 펌프4대가 찬란한 불빛을 뿜으며 거대한 몸집을 드러냈다. 남자 넷은 바로 흥분을 해서 어떻게 하는 지도 모르고 냅다 500원짜리 동전을 기기안에 넣고 올라섰다.
“야야…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 그러고 보니 나 이거 처음 하는 거네?”
수원이 살짝 당황해 하며 말했다.
“어? 나도. 뭐지?? 수현아, 너 할 줄 알지? 알려줘.”
그래서 내가 나서서 펌프를 하는 법을 알려줬다. 근데……..
“야야야….. 이거 못하겠어!!”
다른 셋도 다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엉거주춤으로 기둥을 붙잡고 당황해했다.
“아, 이거 잘 못하는 구나. 그러면 ….. 내가 시범을 보여 줄게.”
그래서 옆에서 지켜보려고 했는 데 나설 수 밖에 없어서 500원동전 2개를 기기 안에 넣고 기기 발판위에 다리를 올려 놨다.
“잘 봐.”
좀 쉽다고 생각하는 [자자의 버스안에서]를 골라서 시범을 척척 보였다.
“우와…… 되게 잘한다.”
“그니까 화살표를 저 위의 빈 화살표안에 넣기만 하면 돼. 춤추는 거 같지 않아?”
남학생과 은지의 존경?의 눈빛을 받으며 한 번 하고 내려오려다 다 하라고 해서 3판을 다 하고 내려왔다. 원래 2판인데 보너스로 1판을 더 주어 3판이 되는 시스템이였다. 한번 노는 데 500원이라는 거다.
짝짝짝짝….
“박수 받을 일도 아닌 데 왜 박수 쳐?”
내가 민망해 져서 말했다.
“되게 멋졌어!”
은지가 말하고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들도 해 보겠다며 다시 펌프위로 올랐다. 은지도 하려고 기다렸다가 나와 함께 펌프를 했다.
날은 저물어 가며 나의 대학 적응도 잘 되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