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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동아리(1)

by 김솔현

어느 날, 수정이가 한 동아리의 홍보용지를 갖고 왔다.

“수현아, 우리 여기 한 번 가보지 않을래? 재미 있을 거 같아. 근데 강의동 지하라는 데 으스스하다?”

그래서 나와 수정은 팔장을 끼고 강의동으로 향했다.

“지하라지만 으스스할 거까지 아니겠지? 한 번 가보자.”

강의동은 700번으로 시작되는 건물로 인문대를 지나 바로 붉은 벽돌의 5층건물이였다. 나와 수정은 인문대에서 강의동 5층에서 1층으로 엘리베이터로 내려와 지하층으로 향했다.

“어찌 정말 으스스하게 음침하다.”

“그래. 정말 그러네? 정말 지하에 동아리 방이 있단 말이지?”

조심스럽게 둘은 계단을 내려 갔다. 그리고 바로 눈에 띈 동아리 방의 이름이 보였다.

[애니월드].

그래서 한 번 들어가 볼 참에 문 손잡이를 잡아당겼더니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사람이 없나 봐. 간판만으로도 애니메이션에 대한 거 같은 데 다음에 오자.”

내가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옆 방은 비행기 조립반 같이 비행기 모형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여기도 재미가 있을 거 같은 데….”

수정이가 팔장을 풀지 않고 말했다.

이 동아리 방의 손잡이를 돌렸더니 역시 열리지 않았다.

“동아리들이 한 꺼번에 쉬는 날인 건가?”

나는 수정이에게 말했다.

그래서 다시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그런데 그 때 어떤 남자가 내려오다가 어깨를 부딪혔다. 그런데 갑자기 내 손목을 확 잡았다. 그리고 다짜고짜 이런다?

“나랑 사귀자!”

뭐야? 내 손목을 잡고 왜 이러는 거야? 사귀자니!!

“나랑 사귀자고~”

“아니 이거 놔요! 누군데 다짜고짜 사귀재?”

완전 성희롱이였다. 무턱대고 사귀자는 남자. 선배 같았다. 키는 180cm정도 되었고 얼굴은 길죽했다. 헌칠하게 생겼는데 무턱대고 사귀자고 하니 어이가 하나 없었다.

놓으라고 소리를 질렀는 데도 손목을 잡은 손을 이 남자는 놓지 않고 조르기 시작했다.

“나랑 사귀자고! 남자 친구 없지? 엉?? 예쁜데 말이야.”

나는 이때 다이어트 성형이 되어서 초등학교 때의 예쁜 모습이 되어 있었다. 중고등학교 때의 오동통했던 얼굴은 사라졌다. 머리카락도 길러서 곱슬인 데 쭉 폈다. 내가 봐도 내가 예뻤다.

하지만 이 날 갑자기 남자에게 희롱을 당하니 너무 놀라서 사색이 되어 뭘 어쩌지 못했다.

이 때 수정이가 휴대전화를 들어서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신고하려고 했다. 그 기세에 손목을 놓고 하는 말이…

“다음에 또 만날 거니까, 그 땐 나랑 사귀는 거야!”

참 어처구니 없다. 언제 만날 일이 있다고 다짜고짜 사귀고 뭐가 있어? 정말 심장이 쫄깃했다. 무서워서 수정이랑 줄행랑으로 온 힘을 다해 뛰었다.


“괜찮아? 다짜고짜 손목 잡혀서 헛소리 들었으니 놀랬겠어. 난 단지 옆에만 있었는 데도 놀라웠는 데.”

“어, 좀 놀랐어. 이제야 놀람이 가시는 거 같긴 해. 되게 웃겨. 다짜고짜 사귀자니. 내가 예쁘니?”

“음….. 조금은. 그 사람 좀 또라이 같지 않아?”

“그런 거 같긴 해.”

같이 강의동에서 바로 나와서 다음 수업을 위해 인문대로 넘어가 강의실 104호로 향했다.

“여기서 헤어지자. 잊어. 미친 놈 만났다 생각해. 난 컴퓨터실에 강의 있어서 갈게.”

“잊도록 할 게. 잘 가.”

나는 헤어져 104호 강의실로 들어가 자리에 앉고 나서 수업을 위해 교재를 주섬주섬 폈다.


수업이 끝나고 수정이랑 같이 카페에 가서 음료를 마시기로 약속해서 컴퓨터실로 향했다. 때 마침 컴퓨터 수업도 끝나서 수정이가 제일 먼저 나왔다.

“많이 기다렸어?”

“아니, 방금 나도 나왔어. 카페에 가서 어떤 거 마실까?”

오손도손 이야기 하며 가려는 카페는 독립카페였다. 이 골목에는 스타벅스나 이디야커피 같은 커피브랜드 매장이 없었다. 2000년대초에는 브랜드커피점이 발달이 되지 않아서 개인독립커피점이 많았다. 그리고 대학생들 상대니 커피 가격도 저렴 1잔에 1500원 했다. 나와 수정이, 중간에 또 만난 남학생 태영이까지 합세해서 후문을 통해 나갔다. 좀 더 골목에 걸어서 간 카페는 약간의 허름했지만 90년대 복고풍의 카페 내부를 인테리어를 했다.

셋은 카페에 들어서서 자리를 잡고 아메리카노2잔, 카프치노를 시켰다. 카프치노는 내 꺼였고 나머지 2잔은 태영과 수정꺼였다. 내가 이 시기에 빵 떡 모양의 계피가루가 뿌려진 카프치노에 빠져 있더랬다. 내가 한 번 빠지면 2년 정도는 헤어나오지 못하는 고질병이 있었다. 그래서 이 날 처음으로 호기심에 카프치노 시켰다가 뿅 반해서 한 동안 이 커피만 마셨다.

“대학생활 어때? 나는 교복이나 머리카락 길이를 자유롭게 할 수 있어 좋다~”

태영이 행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럭저럭. 아직 학기초라 어리버리해. 넌?”

수정이 대답하며 나를 쳐다 보았다.

“나도 대학생활이 재미가 있어. 무엇보다 시간표를 내 맘대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너~무 좋아. 좀 치열하게 눈치싸움을 해야 하는 데 이 것도 재미가 있더라.”

내가 신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에 반대의 표정을 짓는 수정.

“난, 수강신청 할 때가 싫어졌어. 약간의 몸싸움이 있고 내가 듣고 싶은 수업을 다 찼다고 앞에서 잘라서 못 들으니 기분이 언잖더라고. 난 고교생활이 맞나 봐. 자유를 주니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이 말에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주어진 자유에 둘도 어색한 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내가 바라는 일이 벌어져서 좋아했던 나. 나는 고교의 꽉 막혀 일방적으로 내 준 시간표대로 생활하는 점이 참 불만이 많았다. 내가 쉬고 싶을 때 쉬지 못했다. 그러나 대학은 내가 만든 시간표에 ‘공강’이라는 걸 넣어서 이 시간에 낮잠 자고 싶을 때 잘 수도 있고 쉴 수 있게 해서 참 좋아했다.

‘내가 꿈 꿔 왔던 일이 현실이 되다니!’

나는 갑자기 좋아서 부르르 몸을 떨었다.

“왜 떠냐?”

태영이 모습을 보고 히죽 웃으며 지적을 했다.

이야기 도중에 커피들이 나왔다.

“맛있게 마셔요. 입 맛에 맞을 지 모르겠네.”

다들 한 모금씩 마신 후 시음 맛이 어떤지 말해 줬다. 다들 엄지 척하며 맛나다고 이구동성으로 대답을 했다. 이에 만족해하며 주방 쪽으로 향한 여사장님이였다.

“여기 아르바이트생 쓰지 않고, 저 사장님 혼자 하나봐.”

“엉… 그러네? 뭐 이렇게 작은 가게는 아르바이트생을 잘 쓰지 않은 듯해. 인건비가 많이 들잖아.”

우리는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수업이 다 끝나고 터벅터벅 기숙사로 향하며 동아리 생각을 했다. 태영이가 컴퓨터를 배우고 싶어서 컴퓨터 동아리를 들었다는 말에 자극이 되어 예전에 갔던 애니월드 동아리가 생각이 났다. 근데 갑자기 내 팔을 잡던 남자는 누굴까 싶었다. 한 편으로 무서워서 그 동아리는 안가는 게 낫겠다 싶었다.


다음 날, 기숙사를 나와 학교로 향했다. 이 날 사실 늦게 나와도 되는 데 기숙사 방에 나홀로 남게 되었다. 나머지 2명은 수업과 나갈 일이 있다며 나갔다. 그래서 일찍 학교로 향했다.

인문대학에는 여학생 휴게실이라는 방이 하나 마련되어 있었다. 복도의 한 귀퉁이에 있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방에 들어가 보니 침대 3개와 소파, 탁자, 벽에 따라 붙어 있는 책상이 비치되었다. 침대 3대에 이미 잠이 든 여학생들이 자고 있었다. 자는 학생들이 있어서 목소리 낮춰서 떠드는 여학생들의 대화를 본의 아니게 엿듣게 되었다. 어떤 학생은 영어영문학과 인데 19세기 문학을 배운다고 생각과 다르다며 자퇴 생각을 친구에게 밝히고 있었다. 한 쪽은 저소음의 코고는 소리도 들렸다. 나는 가방에서 어제 빌린 책을 꺼내 읽었다.

책을 읽다 보니 래연이라는 동기가 들어왔다. 다짜고짜..

“수현아, 안녕? 책 읽어? 우리 ‘애니월드’라는 곳에 가보지 않을래?”

나랑 언제 친했다고.

“응? 왜?”

“아니, 네가 만화를 좋아한다고 들었어. 나도 만화를 좋아하니까 같이 동아리 들자.”

“엉?? 나 거기 가기 좀 그런데?”

“뭐가 가기 뭐해? 가자.”

내 팔을 붙잡고 이끄는 그녀. 얘 뭔가 싶었다. 지 말만 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내 팔을 붙잡고 끌고 나가서 꺼냈던 책을 주어 담기 바빴다.

나는 다시 애니월드라는 동아리로 가는 강의동 지하층으로 향했다.

‘아, 얘 뭐야…. 가기 싫다니까 잡아 끄는 건? 가기 그런데.’

내 사정은 안중에도 없다고 래연은 씩씩하게 강의동으로 나와 팔짱을 꼭 끼고 향했다.

“야아, 나 가기 싫다고. 한 번 갔다가 왔어. 문 앞까지.”

“난 못 갔잖아. 그 날 일이 있었단 말이야. 가자. 왜 빼?”

다시 지하층으로 가는 계단 앞에 썼다. 내려 가야 되나, 말아야 하나.

억지로 끌려 와 다시 한 번 예전에 나의 팔을 획 잡아 채던 남자 선배를 또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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