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 어제 ….. 내가 못하는 술을 마셨나봐?”
많이 마신 것은 아닌데 안주와 사이다를 먹으라했지만 어디 그럴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주거니 받거니 하는 술 잔 사이에 껴서 나도 몇 잔을 마셨나보다. 어제 있었던 일이 잘 생각이 나지 않아서 꼽씹어 보았다. 어제….. 아무 일도 없이 잘 지나간 거 겠지?
축제가 있다고 학교 수업이 휴강을 한 건 아니라 좀 어수선 했지만 수업은 계속 되었다. 그래서 수업을 듣기 위해 나갈 채비를 하다가 갑자기 눈이 번쩍 띄였다.
“어제…. 말 싸움이 ….. 곯았던 곳이 터졌나? 몸 싸움이 있을 뻔 했지…휴…”
그렇다. 내가 어제 또다른 술자리를 이동하다 같이 있던 친구들과 헤어지고 내 동아리 사람들과 어찌저찌 같이 있게 되었다. 남학생이 태반인 애니 전문 동아리. 내가 몸 담고 있는 동아리 였다. 좀 짖꿎은 게 있지만 착해서 곧잘 여자인 나와 어울리고 있었다.
“하… 별 일 다 봐. 그래도 내가 있었으니 싸움이 크게 번지지 않았지. 다들 부글부글 했었구나. 난 언제나 중재자가 된다니까… 이러지 않았음.”
오전 10시 수업을 들으러 학교를 향했다. 도대체 어제 어떤 일이 벌어져서 내 기분이 영 좋지 않은 거야?
과 동기랑 즐겁게 안주와 사이다를 마시며 보낸 후, 과 동기들과 함께 다른 천막들을 두리번 거렸다.
“여기 아이스크림도 파네. 입가심으로 내가 살게.”
“와~ 고마워.”
다들 빵빠레 같은 콘아이스크림을 들고 터벅터벅 주변을 돌고 있었다.
“여~ 수현아! 놀러왔어? 여기 동아리 주막에도 들려라.”
갑자기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동아리 남자학생이 나를 부른 거였다.
“동연아. 언제 동아리에서 이런 거 준비했대? 서빙??”
“아, 같이 온 아가씨들도 있었네~ 여기 앉아서 음료 좀 마셔요.”
동연이가 눙을 쳤다. 나를 포함해 넷은 자리에 앉았다. 몇 분 지나니 셋은 좀 불편했는지 먼저 일어나야겠다며 자리를 뜨고 나는 또 우글대는 남학생들 사이에 홀로 꼈다. 왜 못 갔냐….. 역시나 나를 잡았다. 덩치들이 잡으니 거부 하면 안 될 거 같았다.
“이제 슬슬 다니는 사람도 없는 데 파해야 하지 않을까?”
내 주변에 동아리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내 옆에 래연이도 있었다. 언제 왔지?
썩 반갑지는 않았다.
“래연아, 언제 왔어? 내 옆에 앉는 거 못 봤다야.”
입에 잔득 꼬치의 양념을 묻히며 먹는 래연이가 입에 가득 문 문어를 먹고 대답을 했다.
“너 딴 데 보고 있을 때 슬쩍 왔어. 다른 애들과 함께.”
그러고 보니 보라와 그녀의 패거리, 남자 5명이 우르르 몰려 있는 게 이제야 보였다.
‘뭐야, 완전 난 동아리에서 따돌림을 받고 있었네? 총회도 꼬박꼬박 나가고 했는 데 말이야.’
속이 썩 좋지는 않았다. 뭐 그럴 수 있다 생각했다. 래연이가 어느 순간 보라와 그녀의 패거리에 속해보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는 모습이였다. 근데 이 동아리 남자들은 뭐야? 별로 나와 상관이 없어서 관심을 갖지 않았다.
“아, 얘 수현이야. 예쁘장하게 생겼지? 근데 미련하지 않고 빠리빠리하지만 곰 같아. 남자를 돌로 본다?”
갑자기 래연이가 자신이 데리고 온 주변의 남자학생에게 소개를 한다. 내가 동아리 남학생들을 다 안다는 건 말이 안되지.
“어…. 나 수현이라고 해. 하하하하….곰이라니…. 호랑이라고 해 주지.”
나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다.
“그렇구나. 나는 철호야.”
한 명씩 자신을 소개 했지만 기억남은 남자 학생은 없었다. 철호라고 한 이가 도대체 누구였는지 모르겠다. 처음 소개 한 남학생인지, 중간 아니면 끝에 자신을 알린 남학생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어쨌든 또 이 패거리들과 어울렸다. 중간마다 학생들이 들락 되었다. 나도 가야 할 거 같은 데 왜…. 잡혀 있는 건가!
“그니까. 동아리에서 불만이 있는데, 왜! 동아리…..”
라고 하며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갑자기 동아리의 97학번 군입대로 휴학하고 돌아온 복학생이 화를 냈다. 동아리 분위기가 화기애애하지 않고 뭔가 이상하다는 말이였다.
그 속에는 이 복학생외에 여자 복학생도 껴 어떤 오해가 있는지 이야기 하게 되었지만 어찌 분위기가 험악하게 변했다. 바로….. 몇 명 없는 99학번 여학생 4명이 동아리를 좌지우지 한다는 거였다. 그니까, 왜…. 남학생들이 나서지 않으니 여자들이 해 먹는 거 아니냐고. 나는 거의 동아리에 희한하게도 아웃사이더가 되었지만 나도 동아리 돌아가는 분위기를 알고 있었다.
한 마디로 거기에 있던 남자와 여자, 성별 대결을 할 뻔했다. 다행히 당사자로 지목 당한 99학번이 자리를 피해 싸움은 번지지 않았지만 먼저 말을 꺼낸 97학번 복학생은 화를 누그리지 못해 다른 남학생들과 싸울 판이였다.
“자자, 진정하시고… 그런다고 자신이 말한 이게 바뀌지 않아요! 아니, 그렇게 싫으면 동아리 탈퇴나 직접 나서서 동아리 회장을 하시던가…. 왜 나서지 않으면서 화만 내요!”
라고 일침을 날렸다. 어르고 달래도 안 되었던 그 복학생…. 바로 잠잠해졌다.
“탈퇴하지 않아. 회장 하지 않겠지만 비선실세는 할 거야. 내 학번이 그런 짬밥은 안돼.”
정색하고 감정을 진정시키며 대답을 했다. 그러시던가…..
내가 참 중재와 싸움을 잘 말린다. 막 화를 낼 때 말리면 안되고 화가 누그러졌을 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화 날 때 말리면 더 화를 부추기게 되어 말리는 사람까지 싸움판에 끌어들이니까.
한 밤의 난장판은 간단히 정리가 되었다.
이런 기억이 중국의 역사라는 수업 들으면서 생각이 났다. 씁쓸했다. 언제 여자가 그렇게 득세를 했다고. 중국의 역사를 들으며 그 속에 진정한 여 황제가 달랑 측천무후 뿐이거늘. 후세 남자역사가들에게 엄청나게 비난과 멸시의 글로 평가를 받았지만 그 여황제가 있었던 고대에 태평성대를 이뤘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신라 성골 선덕여왕 이후 박근혜 대통령으로 끝이다. 한국 역사상 국가를 이끄는 원수 자리에 오른 여성은 딱 4명. 그것도 신라 시대에 3명의 여왕뿐이다. 한 숨만 나왔다.
여실히 현실을 보여주는 사건이였다. 나는 이런 생각을 떨치고 수업을 집중 하려 했더니 어느새 수업은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
아, 내 아까운 수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