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장애 준범이의 학교생활 이야기
나는 학교가 좋아요. 학교 급식에 케이준 샐러드, 탕수육도 나오거든요. 집에서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반찬은 잘 안 해줘요. 학교는 점심시간마다 노래도 나오고, 1층부터 5층까지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어 신나요. 무엇보다 제일 좋은 시간은 친구들이 노는 것을 볼 때예요. 며칠 전, 친구들이 놀다가 소화기를 떨어뜨렸어요. 분홍색 가루와 연기가 복도에 가득했어요. 선생님들은 치우느라 정신없어 보였지만, 나는 막 웃음이 났어요.
등굣길에 친구 정원이를 만났어요. 정원이에게 어젯밤 텔레비전에서 본 축구 경기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었어요. 엄마가 내 손을 꼭 잡고 있었거든요. 정원이는 엄마와 나를 못 본 것 같아요. 휴대전화기를 보느라. 휴, 다행이에요.
교문에서 엄마랑 헤어졌어요. 교문지도 하는 선생님이 차를 피하라고 큰 소리로 이야기해요. 나도 차 봤는데. 혼자서 할 수 있는데.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봤는데 엄마가 멍하니
앉아있었어요. 나무 아래 핀 민들레가 예뻐 보였나 봐요. 학교까지 10분밖에 안 걸렸는데, 설마 다리에 힘이 풀린 건 아니었겠죠?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선생님은 내가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준범아, 화장실 다녀와!"라고 해요. 아침 먹고 갔다 왔는데. 또 가려니 귀찮아요. 내가 학교에서 한 번 실수한 이후로 더 자주 화장실에 가야만 해요. 나도 긴장하고 있는데, 내 마음을 선생님은 잘 몰라요.
숲 체험 수업에 참여하기 전날은 마음이 두근두근해요. 잠도 오지 않고요. 햇빛에 얼굴이 탈까 봐 모자를 쓰고 학교에 갔어요. 나뭇잎과 곤충을 만나는 일은 친구들도 재밌나 봐요. 쉬는 공간에 나무로 만든 곤충 모양의 악기가 있었어요. 막대기로 두드리거나 긁으면 곤충 소리가 났어요. 신기하고 재밌어 보여 친구에게 다가가서 보여줬어요. 친구가 이렇게 말했어요. “나 게임하고 있잖아. 시끄럽게 하지 마!” 나도 말했어요. “미안해.” 남이 싫다는 행동은 하지 않는 거라고 엄마와 선생님이 이야기했거든요. 깜빡했어요.
친구랑 있으면 대부분은 즐겁지만, 가끔 속상할 때도 있긴 해요. 친구 셋이서 함께 길을 걸어요. 이번 주말에 개봉하는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네요. ‘나도 같이 보고 싶은데…. 나한테는 왜 같이 가자고 안 하지? 내가 엄마랑 같이 갈까 봐 그런가.’ 옆에 가만히 다가가 봅니다. 길이 좁아서 같이 걷다 보니 살짝 내가 뒤로 밀렸어요. 친구가 잠깐 손으로 민 것 같기도 하네요. 아, 헷갈려요.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자리를 바꾸는 날이에요. 친구들은 뒷자리에 앉는 게 좋은가 봐요. 앞줄에 걸린 친구 표정이 좋지 않아요. 그런데, 내 옆자리에 앉게 되는 주혁이의 표정도 안 좋아요. 울려고 그래요. 왜 그럴까요? 우린 맨 뒷자리인데. 친구는 교무실에 가는 눈치였어요. 저번에 우리가 기술 가정 시간에 투덕거린 걸로 속상한 걸까요. 난 지금 아무렇지도 않은데. 짝에게 잘해줘야겠어요. 내 연필도 빌려주고.
1층 특수학급에 가야 하는 시간인데 깜빡했어요. 칠판에 그림을 그리는 데 집중했거든요. 초록색 칠판에 흰색 분필로 그림을 그리는 건 멋진 일이잖아요. 선생님은 5층 교실까지 올라오느라 숨찬 것 같았어요. “준범아, 시간표를 잘 보고 내려와야지.” 할 줄 알았더니 다른 이야기를 해요. “친구 팔을 치면 친구들이 불편하대. 그러지 말자.”라고 하네요. 같이 놀자고 팔을 잡은 것뿐인데. 다른 친구들은 복도에서 어깨동무도 하고, 교실에서 레슬링 놀이를 할 때도 있어요. 축구 경기를 할 때도 팔을 막 치게 되잖아요. 선생님은 다른 친구들에게는 안 그러면서 왜 나한테만 그러는 걸까요?
오늘은 조금 속상한 날이었어요. 하지만, 학교가 좋다는 내 마음은 변하지 않았어요. 오늘 급식에는 보쌈 고기가 나온대요. 같이 나오는 김치도 최고 맛있어요. 7교시 하는 날이라 다른 날보다 1시간 더 공부해야 해요. 그래도, 좋은걸요. 학교에 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