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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오 Aug 16. 2023

평가하는 마음 2

20대, 내면의 목소리를 찾아서 6


쉽게 경쟁에서 이기고, 성공만 하며 살았다면 마음 속에 내가 나를 무시하는 면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성공한 내 모습이 그냥 나 자체가 되어있었을 테니까.

그래서 때로 성공은, 특히 쉬운 성공은 내가 여기는 '하찮고 별 볼일 없는 나'를 보지 않을 수 있는 쉬운 회피법이 되기도 하고, 실패는 내가 본연의 나와 더 가까워지는, 거대한 잠재력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언젠가 모두가 한 번쯤은 애써도 좌절을 맞이해야하고, 누군가의 공격과 비난을 들어야할 수도 있고, 어처구니 없게 모자란 나를 경험할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순간에도 누군가는 좌절의 터널을 지나가고 있을지 모른다.


초라한 나까지도 포용하고 사랑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단번에 그런 당신을 사랑해주라고 함부로 말 못 하겠다. 사랑할 수 없으니 이렇게 외부의 성취로 나를 인정해주는 건데. 어떻게 아무것도 가진 거 없는, 어찌보면 초라해보이는 나를 사랑해줄 수 있겠는가.


그래도 한 번쯤, 그냥 그런 나를 아주 사랑하는 친구, 귀여워하는 아이,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처럼 바라봐주면 좋겠다. 넘어져도 스스로 발을 딛고 일어나는 어린이가 장하고 대견한 마음처럼. 마음 고생하는 것이 안쓰럽지만 버텨내는 것이 너무나 훌륭해보이는 마음으로. 그런 내가 짠해서 어느 날은 펑펑 울어도 괜찮기 때문이다.


그러면 괴로운 시간이 끝날까? 언제 끝나게 될까? 하찮아보이는 내가 이제 하찮아보이지 않게 될까?

괴로운 시간이 순식간에 끝난다고 할 순 없지만 이전보다 괴로움의 고통이 약해지는 건 확실하다. 엄격한 어른(어린시절 내가 보았던)의 시점으로 나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날 사랑해주는 친구의 시점으로 바라보게 되니 내 내면은 점차 고요해진다.


왜냐하면, 내 내면이 근본적으로 인정받고 수용받고 싶은 건 오직 '나' 하나이기 때문이다. 내 내면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건 '나 자신'이 유일하다. 겉보기엔 크게 달라지지 않을 지 모른다. 습관된 성실함이 하루 아침에 도망가지 않는다. 여전히 남들에게 잘나보이고 싶고, 내 못난 점을 보이는 게 부끄러울 것이다. 그러나 내가 또 못나 보일 때, 외부의 평가에 전정긍긍하는 내가 보일 때, 내 외모가 추해보일 때. 그냥 그럴 때마다 애썼지만 좀 지쳐있는 내 마음에 공감해주면 된다.


처음엔 그냥 "힘들지." 정도의 표현일 수도 있다. 나 자신과 자주 대화를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떠오르는 표현이 단순하다. 하지만 내 마음 속에 떠오른 말이 내가 듣고 싶은 말이다. "힘들지." 라는 말 뒤에는 "맞아. 진짜 다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들어." 라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평소 같으면 "그래도 해야지. 참고 해."라는 말이 나왔겠지만, "네가 힘든 거 너무 잘 알아. 너 늘 최선을 다해왔어. 애썼어." 하고 공감을 해주었을 때 몸의 감각을 잘 느껴보자. 그 순간 내가 내 편이 되어준 그 느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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