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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오 Oct 04. 2023

우리의 머리는 커져만 가고, 몸은 멀어져만 간다

현대사회의 득과 실 / 20대, 내면의 목소리를 찾아서 7



어렸을 때부터 상상을 좋아했다. 애니메이션과 만화책이 그렇게 재미있었다. 쉬는 시간에 다른 애들이 경도(경찰과 도둑) 놀이나 공기놀이를 할 때 나는 꿋꿋하게 소수의 친구들과 그림 그리기를 했다. 내가 그린 만화를 종합장에 그려서 연재하며 친구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컴퓨터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하면서 나는 인터넷 과의존 상태가 되었다. 하루에 8시간 가까이 컴퓨터만 한 적도 있고, 그 일로 동생과 많이 싸웠고, 부모님께도 많이 혼났다. 사춘기의 울적함을 인터넷과 게임으로 달랜 부분도 있다.


어렸을 때 만화와 컴퓨터를 좋아했던 나는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성인이 되어 대중교통을 탈 때에도, 잠깐 줄을 서서 기다릴 때에도, 잠들기 전에도, 일어난 직후에도 인터넷을 하고 게임을 하고 있었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성인기의 우울함과 분노도 SNS와 게임을 통해 회피되고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걸 못하는 사람이었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다. 생각은 여러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온갖 걱정, 타인의 의도에 대한 의심과 불안, 그런 나 자신을 자책하는 마음, 날 힘들게 만든 세상과 사람에 대한 분노까지. 내 몸은 누워만 있고, 그저 걷기만 하고 있는데 이미 나는 최악의 상황 속에 놓여있었다. 오로지 상상과 사고만으로!


생각이 너무 많아서 다른 곳에 신경을 쓰고 싶어 진다. 그러면 생각에 집중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지루하지 않고, 괴롭지 않고, 즐거운 곳. 그게 바로 스마트폰이자 SNS이다. 잠재적 소비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다채롭고 새로운 자극들이 마구잡이로 쏟아진다. 그러다 종종 부정적인 자극들(동물학대, 살인사건, 환경파괴 등등)을 만나면 눌려있던 불안과 공포가 다시 올라온다. 다시 사고의 늪에 빠지거나 또 다른 즐거운 자극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언제부터 우리의 몸을 방치하게 되었을까?

스마트폰을 할 때 쓰는 신체 기관은 눈, 귀, 뇌, 손가락이 전부이다. 다리근육, 허리, 목과 어깨, 심장, 호흡기관들은 모두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존재는 잊히고 말았다. 나처럼 어렸을 때부터 운동에 재미를 붙이지 못한 사람들은 몸에 대한 감각이 부실하다. 몸속에 여러 장기들이 들어있지만 그것들이 보내는 신호를 바로 알아듣지 못한다. 나를 위해 매일매일 기능하고 있지만, 나는 그들의 기능을 당연시하며 돌보지 않는다. 내가 그들의 신호를 알아차리는 순간은 딱 한 순간. 고장 나서 기능을 하지 못해 내가 고통스러울 때뿐.


그래서 요가를 시작했다. 천천히 호흡하며 내 팔과 다리를 여러 방향으로 천천히 움직이면서 몸에 대한 감각을 익히기 위해서였다. 형편없는 유연성에 답답한 것조차 지금 '나의 몸'이 보내는 적절함의 신호라는 것까지도. 나는 어디가 약하고, 어디는 나쁘지 않고, 어떤 동작을 할 때 시원한지. 머리는 잠깐 쉬고, 오로지 몸에 대한 감각을 극대화하는, '몸'과 가까워지는 시간을 보냈다.


2021년엔 운동을 '취미'삼아해 보기 시작했다. 한 달에 1번 할까 말까 하던 운동을 일주일에 1회씩은 해보려고 노력했다. 노력이 힘들지 않았다. 내 몸을 풀어주는 시간은 스마트폰을 쓰지 않아도 '생각'을 멈출 수 있는 최고의 시간이었고, 내 수준에 맞는 운동을 마친 후 몸은 너무나 개운하고 자유로웠다.


https://brunch.co.kr/@muomuo/6


감정은 감각이다. 우리가 '기쁨', '슬픔', '두려움', '분노', '실망감' 등등 이름을 붙이지만 감정은 우리 몸에서 느껴진다. 명치가 답답한 감각, 목어깨가 딱딱하게 굳는 감각, 가슴이 저려오는 감각, 뱃속이 불편한 감각, 호흡이 얕아지는 감각. 감정을 잘 알아차려야 내가 무엇을 원했는지 나의 욕구와 욕망을 알아차릴 수 있다. 내 감정을 알아차리려면,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심한 통증으로 나타나기 전에, 일상적인 메시지들을 포착하고 그때그때 몸에게 원하는 것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나는 그래서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호흡명상을 추천하고 천천히 호흡하며 요가하는 것을 추천한다. 20대는 특히 미래를 위해 대비하는 일들을 많이 한다. 그러다 보니 사고의 중심이 '미래'에 가있는 경우가 많다.

 이른 시기에 많은 실패를 겪고 좌절 중일 땐 생각이 늘 '과거'에 가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를 살아간다. 아직 아무것도 성공하지 못했어도, 많은 실패를 겪었다고 해도,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실패도 성공도 없이 그냥 우리로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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