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8일
극복도 무뎌짐도 어느 하나 쉽지 않고.
시내에서 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산책길에 웬 아주머니 한 분이 멈춰 서계시는 모습이 보였다.
산책길 한복판이라 저렇게 가만히 서계실 이유가 없을 텐데, 의아한 마음으로 조금씩 다가가니 길 위엔 아주머니 말고도 다른 것이 있었다.
비둘기는 비둘기인데, 그저 날지도 도망가지도 않고 가만히 서있는 비둘기.
발걸음 속도를 줄이며 천천히 다가가보니 언뜻 아주머니와 비둘기가 기싸움이라고 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저 가만히 있는 비둘기가 이상한지 아주머니는 손을 휘저어보시기도 하고 발을 쿵쿵 내려놓으시기도 했다.
하지만 비둘기는 가당치도 않다는 듯이 아주머니를 향해 고개를 빤히 들고 있을 뿐. 깃털을 움직일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애초에 저렇게 가까이 사람이 다가가면 진작에 겁을 먹고 날아갔어야 하는 비둘기인데, 오히려 가만히 있는 비둘기에 아주머니가 주춤하며 물러서셨다.
비둘기를 등지고 돌아서는 아주머니를 나를 지나가고 내가 비둘기 앞에 섰을 때도 그 비둘기는 여전히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이젠 새로운 사람이 등장했나, 싶은 얼굴로 나를 바라볼 뿐.
옛날 비둘기들이나 사람을 피해 다닌다고, 요즘 비둘기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는다더라,라는 말이 머리를 스쳤다.
쟤도 사람이 발자국 소리만 나도 푸드덕 기겁하며 날아가던 때가 있었을 텐데,
그 무서움을 극복한 것일까, 아니면 무뎌진 것일까.
극복한 것이든 무뎌진 것이든 비둘기에게는 이래나 저래 나 좋은 결과이지 않을까 싶다.
푸드덕 깃털 빠지게 도망가 날아다닐 필요도 없이 유유히 맡은 자리에서 쉬었다 가면 될 테니 말이다.
내가 비둘기였다면 저럴 수 있었을까, 글쎄.
비둘기를 두고 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을 봐선 그러긴 힘들 것 같았다. 무서움을 극복하든, 무뎌지는 것이든 둘 다 너무 어려워서. 나는 여전히 옛날 비둘기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