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9일

현실은 상상보다 잔인해서.

by 제밍




병원을 다니기 시작한 지 두 달, 저 멀리 막연하게만 걱정했던 상황을 오늘에서야 마주했다.
건물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어린아이와 그 어머니, 그리고 할머니 한 분, 내 또래로 보이는 여성분 한 분과 함께 올라탔다.
엘리베이터 안에 붙어있는 층별 안내를 보니 아이와 어머니, 할머니는 소아과로 향하시는 모양이었고
내 또래로 보이는 여성분은 치과로 향하시는 모양이었다.
항상 한 두 명 정도 나와 같이 정신과를 향하는 분들이 계셨었는데 오늘은 병원이 조금 한가한 모양이구나,
이런 대수롭지 않은 생각을 하며 층수를 눌렀다.

그러자 옆에서 바로 꽂히는 하나의 시선.
층별 안내와 나를 번갈아 보시던 할머니는 이내 내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훑어보시기 시작하셨다.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어떤 말도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사실 생각해 보지 못한 상황은 아니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많이 열려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아직도 좁은 시야는 여전히 존재하기도 했으니까.
나는 운이 좋게도 주변 지인들이 나를 이해해 주고 받아들여주는 것이지,
그렇지 못한 사람들 또한 분명 있으리란 생각을 처음 병원을 방문하는 순간부터 해왔었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마주하는 날이 오면, 그들이 내게 그릇된 시선과 질문을 쏟는다면 이렇게 대응해야지,라고
시뮬레이션을 그리듯 머릿속으로 한참을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상상과 현실은 다르다고.
온몸을 스치는 시선에 나는 아무것도, 아무 생각도. 그저 잘못한 사람처럼 굳은 채 가만히 서있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순간까지도 나를 훑어보고 가던 그 시선은 병원에 도착해서도, 진료가 끝나고 나서도,
집에 가는 길에도 나를 계속해서 훑었다. 겉이 아니라 이젠 머릿속, 마음속까지 훑어지는 기분에 순간적으로 목이 멨다.
예상했던 것보다 그 시선은 꽤나 서러웠고, 예상해 놓고 이렇게 서러워하는 내가 싫어서.

다음 주에도 병원을 찾아야 한다.
아직 불안정한 마음이 자리를 잡기까지도
예상했던 시선에 무던해지기까지도
조금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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