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진료가 끝나고 시간이 남을 땐 언제나 카페를 간다.
딱히 검색을 하고 지도를 켜지 않아도 조금만 둘러보면
서너 군데는 거뜬하게 보이는 것이 카페라 아주 손쉽게.
시원한 음료를 한 잔 마시며 조금 전 진료를 곱씹어본다.
약 먹는 주기가 길어졌으니 나름 괜찮은 상태구나,
그래도 조금 더 마음을 다스릴 법은 깨우쳐야 할 텐데.
멍하니 바깥을 보고 목을 타고 흘러오는 음료에 고민을 후루룩 삼켜낸다.
아, 거리에 카페가 많은 이유는 그럴지도 모르겠다.
내려지는 아메리카노 샷만큼 짙은 고민이 많아서.
그렇게 짙은 고민을 적당한 물과 얼음을 넣어 목으로 훌렁훌렁 넘겨버릴 수 있도록.
또는 다디단 휘핑을 얹어 잠시 쓴 맛을 잊어가도록.
스피커를 타고 나오는 이별 노래를 집중해서 듣는 여자,
뒷자리에서 학교 생활 고민을 터놓는 학생들,
제일 안쪽자리에서 노트북 화면을 한 없이 바라보는 남자.
모두 각자의 고민을 컵에 담긴 음료에 삼켜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