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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by 한나

눈물

시댁 큰 조카한테서 전화가 왔다. 나이 마흔의 총각이다. 어릴 때부터 자주 우리 집에 놀러도 오고 방학이면 한동안 우리 애들과 함께 지내다 가기도 해서인지 마흔이 된 지금도 시시콜콜한 이야기들로 자주 통화를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한 시간도 넘게 통화를 할 때도 있다.
"작은 엄마" "응 왜?" "작은엄마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어요"
"응? 누구? 내가 아는 사람이야? 아! 아는 사람이니까 보고 싶다고 하겠지? " 깔깔거리고 있는데 수화기가 옮겨 간 느낌
"동서"
나더러 동서라고 할 사람이 누구지 ~?
조카의 엄마 되는 형님이었다.
남편과 관계가 멀어지면서 수년 째 시댁과의 모든 연락을 멈췄다.
형님은 눈물을 가득 머금은 목소리로 울먹이기 시작했다. "동서 너무 보고 싶어서...
동서 목소리 들으니까 왜 이렇게 울컥 거리냐?"
남편의 지독한 주취로 심하게 고생한 걸 아는 시댁식구들은 나만 보면 미안해하고 눈물부터 글썽거린다.
형님은 나와 우리 애들이 너무 보고 싶다고 한번 다녀가라고 몇 번이나 이야기를 한다.
솜씨 좋은 형님은 뭐가 먹고 싶냐고 먹고 싶은 거 다 말하라고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줄게 하신다.
꼭 보자고 빨리 보자고 하신다.
보고 싶어 해 주셔서 너무 고맙다고 빠른 시일 내에 애들과 시간 맞춰보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나를 보고 싶어 해주는 눈물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에 어제 오늘 제법 가까워진 봄이 한꺼번에 훅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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