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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사람들

by 황금례 Mar 14. 2025

우는 사람들

시동생과 3년 4개월 만에 통화를 했다. 남편과는 두 살 터울로 바로 밑의 동생인데 유난히 나를 많이 생각해 주던 동생이었다.
3년 전 구미로 내려오던 그때부터 남편과 연결된 시댁 모든 식구들과의 연락을 끊고 살았었는데 지난주 이런저런 몇 가지 이유로 집엘 다녀왔다.
남편을 통해 내가 다녀갔다는 소식이 시댁 식구들에게 전해 졌을 테고 소식을 들은 시동생이 전화를 걸어온 것이리라.
"형수님"  "네"
크게 불러 놓고는 한동안 아무런 말이 없다가 또다시 "형수" 불러 놓고는 또 말이 없더니 전화기 저편에서 젖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삼촌 왜 울어요? 울지 마세요" 할 말이 궁색해진 나는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웃음으로 응수했다.
옆에서 이 사람이 좋아서 그런다는  사람 좋은 그릇이 큰 동서의 변호를 덮는 시동생의 묵직한 말.
"형수님, 형수님 떠나시고 저 얼마나 마음 아팠는지 몰라요.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
근데 지금 너무 좋아요"  거듭 말했다.
돌아가겠다는 약속을 한 것도 아니고,  그저 다녀온 것뿐인데 너무 고마워하고 반가워하는 모습에 나는 저으기 무안해졌다.
나무랄 거 하나도 없는 착한 사람들이었다.
명절에 팔 걷어 부치고 같이 송편도 만들고, 전도 굽고, 설거지는 남자들이 하겠다며 나서던 사람들, 여자들 고생했다며 봉투도 챙겨주던 사람들, 인사도 깍듯했던 사람들...
남편의 술문제만 아니면 볼 때마다  늘 반갑고 기뻤던 사람들이다. 꼭 한번 다녀 가라며 몇 번이고 다짐받는 부부, 저들의 사람 좋음과 진심이 수화기를 타고 뜨겁게 전해져 왔다.
알겠노라고 조만간에 얼굴 한번 보자는 말로 통화를 끝냈다.
두어 주 전에는 맨 위 형님도 전화를 해서 너무 보고 싶다면서 애들 데리고 꼭 한번 다녀 가라시며  우셨다.  
동서 먹고 싶은 거 다 말해 보라고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주겠다는 말도 덧붙이셨다.
착한 사람들이다. 가족의 일원으로 아무 역할도 못했던 내게 늘 한결같이 마음을 보내 주던 사람들,  곧 저들을 만나러 갈 생각을 하고 있다.
여기저기 술렁이는 3월처럼 내 마음에도 이런저런 생각들이 연신 술렁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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