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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 흔적 지우기

흔적을 지워라! 남김없이 지워라~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집권한 지방정부들은 전임 대통령과 지자체장의 흔적 지우기에 바쁘다. 오세훈 서울 시장은 도시재생, 마을공동체, 사회주택, 주민참여예산제 등 사회혁신 분야의 정책사업을 지우기 바쁘다. 서울시만 그러한가 경기도 고양시는 그 강도와 속도가 어마어마하다.


자치공동체센터 예산 75% 삭감… 사업비커녕 인건비 '반토막'(고양신문 2022.11.28)

http://www.mygoyang.com/news/articleView.html?idxno=70711

세부적으로 살펴보니, ▲평화, 인권사업-94%삭감 ▲도시재생사업-96.8% 삭감 ▲주민자치 관련 예산-60%삭감 ▲기후위기 환경정책예산-40% 감축 ▲전통시장 활성화 지원사업-60% 감축 ▲공공일자리사업-60% 삭감 ▲문화예술정책포럼예산-80%삭감 ▲문화예술교육지원-전액삭감 ▲문화공간공유 활성화지원예산-전액삭감 ▲자치공동체지원예산-75%삭감 ▲거점평생학습센터 운영-전액삭감 ▲여성친화도시공모사업-전액삭감 등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고양시의 의지가 결연하다.


서울시와 고양시만의 일이 아니다. 중앙정부 각 부처와 수많은 지자체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로컬 크리에이터 육성으로 지방상권을 살리고 지방쇠퇴에 대응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기괴한 단면을 보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국토교통부도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축소하면서 거버넌스를 후퇴시켰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정책의 방향이 180도 달라진 이유는 무엇인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 힘 지자체장들이 전임 대통령과 전임 민주당 지자체장들을 인간적으로 증오해서 그런가? 인간적으로 증오한다 하더라도 이렇게 쉽게 빈대떡 뒤집듯이 정책이 뒤집힌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사업을 이야기하면서 그 원인을 살펴보자.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거버넌스 측면에서 양적 성장의 성과를 내었다. 거버넌스의 허브 역할을 하던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전국적으로 424곳(22년 6월 21일 기준)이 설립.운영되었다. 지역재생회사의 초기적 형태인 마을관리협동조합도 107개소(22년 5월 기준)가 설립인가를 받았다.     


그러나, 양적 성장이 곧 질적 성장을 보장한 것은 아니었다. 400여 곳이 넘게 설치.운영된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지자체 행정의 의지 부족과 인재들의 부족으로 지역재생을 지속가능하게 이끌 역량을 축적하지 못했다. 또한  107곳이나 설립된 마을관리협동조합은 ▲열악한 자본금 및 규모의 영세성 ▲관련 비즈니스 모델의 경영전문성 부족 ▲상품개발 미흡 및 판로에 대한 마케팅 부족 ▲경영관리, 인사관리 등 조직 관리 미숙 ▲정보와 네트워크 역량 미흡 등 정부의 지원 없이는 유지가 어려운 협동조합이 다수이다.

     

도시재생지원센터나 마을관리협동조합 모두 앵커조직으로 성장하여 정부지원 이후 지속가능한 지원조직으로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 상황이다. 도시재생 거버넌스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할 민간주체들의 역량은 지역별로 편차가 컸고, 행정은 중간지원조직의 역량 강화와 자율성 보장을 외면했다.

     

설상가상으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도시재생 거버넌스에 대한 투자(재정지원)를 지자체에 떠넘기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사실상 도시재생 거버넌스의 포기였다. 마을관리협동조합이나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지속가능한 사업의 앵커조직*으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앵커조직으로 성장은커녕 서울시를 시작으로 많은 지자체에서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운영을 종료하고 있다.

(*앵커조직 : 로컬 비즈니스 분야에서 전문성과 창의성을 갖춘 단체나 기업으로 사업계획의 수립 및 운영, 자원 발굴 및 유치 등을 수행하는 조직)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변심이 그 원인일까? 물론 정권 교체로 정책의 방향이 바뀐 원인도 크다. 그러나 도시재생사업을 포함한 사회혁신 분야에서 협력거버넌스의 붕괴는 정권교체의 이유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협력거버넌스의 붕괴 원인을 지역사회의 이해관계와 민간주체의 역량에서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도시재생 거버넌스의 만들다 보면 고질적인 장애요인이 방해한다.


하나, 의사결정권자의 의지 부족 : 권한과 자원의 배분 및 권력을 지닌 지자체長의 관심과 의지 부재

둘, 거버넌스 주체들의 미흡한 역량 : 행정공무원, 주민(주민조직), 중간지원조직, 지역경제조직 등 주체들의 역량 미흡

셋, 중앙정부 및 지자체의 성급한 성과주의 : 지역 역량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성과위주의 사업 추진과 무리한 사업계획(마중물) 및 추진

넷, 쇠퇴 현실에 대한 지역민들의 절박함 부재 : 지역쇠퇴에 대한 낮은 체감도, 적극성 부족, 낮은 참여도와 지역사회의 포용성, 개방성 부족(폐쇄성)으로 인한 창의적인 사람들의 참여 어려움

다섯, 사업 과정에서 갈등관리의 실패 : 주민 vs 주민, 행정 vs 주민, 주민 vs 지원조직, 행정 vs 지원조직 등  여러 이해관계에서 촉발되는 다양한 갈등의 관리 실패      


이런 장애요인은 도시재생사업의 거버넌스 운영 과정에서 악순환 사슬을 만든다.

<지역역량 미흡--> 지역 폐쇄성 --> 성과를 내지 못하는 지역-->축적되지 못한 지역역량-->지역역량 미흡>     


미흡한 전문성과 역량을 가진 지역 주체들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하나, 주민협의체 : 사업운영의 미숙함, 배가 산으로 가는 회의 구조, 불분명한 리더십 등

둘, 주민리더 : 열정과 의지에 비해 관련 사업에 대한 비전문성 및 리더십 미숙련 등

셋, 지자체장(長) : 자치단체장의 무의지와 무관심은 형식적인 거버넌스 구성

넷, 행정조직 : 부서 간 칸막이, 전문성 없는 담당 공무원-타 부서로 이동하고 싶은 담당자


이상적인 도시재생 거버넌스 구조는 아래 그림과 같이 행정조직, 주민조직, 중간지원조직, 지역경제조직, 외부자원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야 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바람직한 도시재생사업 거버넌스


도시재생사업은 도시의 경쟁력 회복이 목표인데, 사업주체들의 경쟁력은 부족했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정책적 장은 열렸으나, 민간주체가 이를 감당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했던 것이다. 사업역량의 부족은 도시재생사업의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었고, 국토부와 지자체의 중간지원조직 무용론*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 전국도시재생센터협의회 등의 조직이 있었지만 결속력과 연대의식이 높은 수준이 아니었기에 국토부의 거버넌스 후퇴 정책에 적절한 대응을 못했다.

(*윤석열 정부가 하는 정책 행위를 보면, 중간지원조직의 무용론이라 해도 과한 표현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지자체장들의 사회혁신 정책의 흔적 지우기는 사회혁신그룹*의 힘과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한때 인구 천만의 대도시 서울시의 시장을 3선까지 당선시켰고, 문재인 정부 초기에 청와대에 사회혁신수석실까지 설치할 파워를 가졌던 그룹이 이토록 협력거버넌스의 붕괴를 제대로 아내지 못하다니.     

(*필자가 이야기하는 사회혁신그룹은 시민사회단체 + 노동운동에 새롭게 등장한 마을공동체 + 사회적경제 + 도시재생 + 로컬 크리에이티브 분야에서 활동하는 일군의 사람들 및 세력들을 의미한다.)


왜, 사회혁신그룹의 힘과 영향력이 이토록 허약해졌는가?


우선, 사회혁신그룹은 정치리더를 발굴 성장시키는데 옹색했다.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 도시재생 그 어느 분야에서도 의식적으로 '선수'를 발굴하고 키우는데 투자를 전혀 하지 않았다.     

둘, 사회혁신의 인프라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사회혁신의 경제적 기반이 미약한 상태였다. 기반이 튼튼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적 진출 및 세력화는 명망가 중심의 '투항정치' 그 이상을 할 수 없다.     

셋, 사회혁신그룹 간의 소통과 통합성 부재이다. 마을공동체 따로, 시민단체 따로, 사회적경제 따로, 도시재생 따로. 사회혁신가들은 비빔밥 정신으로 연대와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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