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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혁신파크 부지 활용(안)에 대한  5가지 비판

지난 12월 19일 오전, 서울시청 공무원들이 시청 출입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뿌리고 브리핑을 했다. 브리핑의 제목은 "직(職)·주(住)·락(樂) 융복합도시"였다. 은평구 녹번동에 소재한 11만㎡ 면적의 서울혁신파크를 코엑스급 규모 '직(職)·주(住)·락(樂) 융복합도시' 만들겠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혁신파크 부지 활용(안)은 다음과 같다.


서울시, 서울혁신파크 부지에 코엑스급 규모 '(職)·(住)·(樂) 융복합도시' 만든다

 - 시 소유 최대 가용지이지만 10년 간 폐쇄적 이용…서북권 신 경제생활문화 중심으로

 - 코엑스와 비슷한 총면적 약 50만㎡ 규모…연내 기본계획안 확정, '25년 착공 '30년 준공

 - 중앙에 대규모 광장과 60층 랜드마크 건물, 가로변엔 대규모 복합문화쇼핑몰

 - SFC 규모 첨단산업공간, 시립대 산학캠퍼스도 조성…세대공존형 등 미래형 주거

https://newsis.com/view/?id=NISX20221219_0002127412&cID=10201&pID=10200

필자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서울혁신파크 부지 활용(안)에 대해 비판적 도시계획 관점에서 5가지 문제를 지적하겠다.


1. 은평구민을 현혹하는 프로파간다식 '조감도 정치'


도시계획은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정치의 영역이다. 개입주의적 입장에서 볼 때, 도시공간을 만드는 이기에 개인 또는 집단의 이해관계 충돌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각각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주체들이 참여할 수밖에 없다. 도시만들기에 중립은 없다. 이는 도시계획을 주도하는 계획가(행정=서울시)도 마찬가지다. 조감도는 바로 계획가(행정=서울시)의 입장을 시민들에게 프로파간다(propaganda, 선전)*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강력한 프레임워크*이다.


*프로파간다 : 일정한 의도를 갖고 여론을 조작하여 사람들의 판단이나 행동을 특정의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선전활동을 프로파간다라고 한다.

*프레임워크 :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를 단순화시켜 해결하기 위한 구조이며, 프레임워크는 선전선동을 위한 뼈대 역할을 한다.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는 도시계획이나 개발 분야에서 '조감도'라는 프로파간다적 프레임워크를 자주 사용한다. 비주얼이 화려한 도시개발 조감도는 시민을 현혹하고, 오세훈 서울시장의 방향(=이해관계)을 단순하게 설득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도시계획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조감도 정치'이다.

조감도 정치의 사례 - 서울시가 19일 발표한 서울혁신파크 부지 개발 조감도. (사진 : 서울시 제공)

 

2. 주민참여 거버넌스가 빠진 구시대적 도시계획


21세기 도시계획에서 주민참여는 옵션이 아니라 필수적인 요소이다. 도시계획은 도시 내 시민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반영되는 갈등과 충돌의 장이다. 즉, 욕망과 욕망이 충돌하고 대립하는 현장인 것이다. 그래서 도시계획이나 도시개발 계획의 수립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 즉 주민참여는 필요하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계획 과정에 참여하여 갈등과 충돌을 줄이면서 공론을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시의 서울혁신파크 부지 활용(안)에는 주민참여 거버넌스 운영 방안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현대의 도시계획에서 주민이 계획 과정에서 배제되는 도시만들기를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인데,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는 주민배제 도시개발을 추진하려 한다. 어이가 없다.


서울시가 주민참여 도시개발을 외면하면 은평구청이라도 나서서 주민참여 거버넌스를 만들어서 공론장을 운영해야 한다고 서울시를 압박해야 하는데,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3. 비욘드 조닝을 넘어 크로노 어바니즘이 구현되는 개발 필요


서울시는 서울혁신파크 부지를 비욘드 조닝(Beyond Zoning) 방식으로 개발하겠다고 하였다. 비욘드 조닝이란, 주거.상업.공원.녹지 등으로 땅의 용도를 구분하지 않고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해 복합적인 공간 배치가 가능한 도시계획 방법론이다. 비욘드 조닝의 도입과 적용은 대체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서울시가 서울혁신파크 부지 활용(안)에서 밝힌 두 번째 공간원칙은 속도전 시대의 도시개발 원칙일 뿐이다.


"서울시는 이와 같은 융복합도시를 실현하기 위해 ‘3가지 공간원칙’을 적용한다. 첫째, 창의적인 개발을 위해 공간 범위를 필지 단위가 아닌 ‘슈퍼블록’으로 대형화한다. 둘째, 급변하는 시대에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설을 동시에 건설해 신속하게 공급한다. 셋째, 땅의 용도를 구분하지 않고 주거‧업무‧상업 등 다양한 기능과 용도를 복합개발하는 ‘비욘드 조닝(Beyond Zoning)’ 개념을 적용한다." (출처 : 12월 19일 서울시 보도자료)


'땅'을 개발한다는 것은 사람이 살고 있는 도시와 마을의 공간을 재구성한다는 것이다. 이는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갈등과 분쟁이 필수적인 과정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 급변하는 시대에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설을 동시에 건설해 신속하게 공급"한다니, 1980년대 서울로 돌아간듯한 사고가 아닌가! 사업을 추진하려면 지구단위계획 변경, 실시설계, 철거 및 착공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은평구민들의 구체적인 의견수렴 절차를 서울시는 밟아야 한다. 주민참여 도시계획이라는 21세기의 방향을 과거로 퇴행시켜서는 안 된다.


필자는 비욘드 조닝 방법론에 크로노 어바니즘(chrono-urbanism)을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크로노 어바니즘, 도시공간을 시간단위로 활용하는 개념의 도시계획 이념이자 방법론이다. 예를 들자면, 낮에는 도로 밤에는 주차장, 낮에는 시민교육 공간, 밤에는 커뮤니티 파티의 장소,  낮에는 주차장으로 밤에는 레스토랑 테라스로 활용하는 식이다. 파리의 15분도시가 대표적인 크로노 어바니즘 도시만들기다.


글로벌 문화 투자자본이 서울로 몰려 오고 있다. K-컬처의 힘이다. 문화 투자 자본의 서울 쏠림현상은 '문화도시로 서울에 걸맞은 공간의 변환이 일어난다는 의미이다. 문화는 경직된 공간에 갇힌 관상용 식물이 아니다. 생동하는 생명체이다. 문화에게 필요한 도시공간은 언제든지 다용도로 쓸 수 있는 유연한 공간이다. 그래서 문화도시로 가는 서울에게 필요한 도시계획의 방법론이 바로 크로노 어바니즘이다.


4.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탄소중립 그린-스마트시티인가?


서울시도 인정했듯이 축구장이 15개나 들어갈 수 있는 11만㎡에 코엑스급으로 개발하는 도시개발사업인데, 탄소중립과 스마트시티라는 미래도시상은 담겨있지 않다. 서울시의 화려한 프리젠테이선 자료와 보도자료에서도 탄소중립 그린-스마트시티라는 미래도시에 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저이용 되고 있는 ‘서울혁신파크 부지’를 서북권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20세기 구호만 보일 뿐이다.


IPCC* 제5차 평가보고서에 의하면, 도시가 탄소 배출의 대부분을 발생시킨다. 세계 인구의 약 54%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세계 에너지 사용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함에 있어 ‘도시’는 그만큼 중요한 공간이다.  


*IPCC :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은 UN의 전문기관인 세계기상기구(WMO)와 그 산하기관인 환경계획(UNEP)에 의해 1988년 설립된 조직


인류의 미래를 위하고, 지구를 위하는 탄소중립 2050에서 도시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탄소배출을 저감하면서 2050년에는 탄소제로 도시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런데 서울은 탄소빌런 도시이다. 한국일보 기사에 따르면, 지난 7, 8월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덴마크 코펜하겐을 방문해 세계 대도시들의 적극적인 탄소감축 성과(30~60%가량)를 확인했다고 한다. '탄소빌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서울의 현실(고작 3~8% 감축)은 암담할 뿐이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20809550000112


서울시는 C40 도시기후리더십그룹의 일원으로 탄소저감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대규모 도시개발계획을 발표하면 탄소중립 그린-스마트시티의 내용을 배제시킨 것은 인류와 지구에 무책임한 행위이다.


*C40 도시기후리더십그룹 : C40는 기후변화 대응을 약속한 전 세계 대도시들의 협의체로, 서울, 뉴욕, 런던, 파리, 베이징, 도쿄 등 97개 회원도시가 참여하고 있다.  

탄소중립 그린-스마트시티 내용이 없는 탄소빌런 조감도 (사진 : 서울시 제공)


5. 여의도 '더현대서울'보다 큰 복합쇼핑몰 조성, 지역상권은 죽어도 그만인가?


서울시는 서울혁신파크 부지 내 가로변에는 여의도 ‘더현대서울’보다 큰 복합문화쇼핑몰을 넣으려 한다. 이 지역은 대조전통시장, 불광음식문화거리, NC백화점 등 상가가 자리를 잡고 있다. 그리고 멀지 않은 3호선 구파발역 인근에 롯데쇼핑몰이 있으며, 고양시 삼송동에 스타필드까지 있다. 절대로 상업시설이 부족한 지역이 아니다. 오히려 포화상태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다.


그런데 지역 상인들 의견도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대규모 상업시설을 포함시킨 서울시는 무슨 생각인지 궁금하다. 은평구 내 소상공인들 다 죽이려는 음모로 읽어도 과하지 않은 부지 활용(안)이다. 필자는 대규모 도시개발을 하겠다는 서울시가 지역상권과 상생하는 공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더 어이없는 것은 은평구 내 소상공인들의 이해를 대변해야 할 은평구청의 침묵과 외면이다. 서울시가 이런 폭력적 상업시설 계획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을 하지 않은 은평구청의 행위는 무책임 행정의 표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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