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그리고 첫 이사

이제부터 본격적인 생존 서바이벌

by 라엘

프랑스에서 대학을 가기로 결심한 건 리옹에서 지낸 지 6개월쯤 되었을 때였다. 프랑스에 오기 전부터 심리학과에 들어가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외국에서 혼자 잘 지낼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3개월 정도 리옹에 살았을 무렵 대학교 입시가 시작되어 나도 입시 전쟁에 뛰어들었지만 여전히 확신은 없었던 것 같다. 입시를 준비하면서 사람들도 많이 만나면서 아 이 정도면 프랑스에서 혼자 살 수 있겠다 싶었다.


입시를 준비하는 동안 동기서와 이력서를 준비하는 데 거의 두 달은 걸렸던 것 같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동기서를 써본 건 처음인 것 같았다. 나는 이미 한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한 상태였기 때문에, 프랑스 대학도 비슷한 방식으로 입학하겠거니 생각했었는데 완벽하게 달랐다. 나는 Parcoursup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지원했는데, 정말 어려웠다. 지원동기며 이런저런 물어보는 항목이 많은데 어떻게 써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 아직 언어 실력이 완벽하지 않다 보니 버겁게 느껴졌다.


매일 쓰고, 매일 고치고, 선생님께 보여드리고, 프랑스 친구들에게도 의견을 물어보고
이렇게 두 달 정도 매일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입시 결과가 나오는 날이 되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결과를 받았을 때 나는 울 줄 알았는데 기쁘면서도 담담했다. 사실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더 컸던 것 같다.


어학원을 졸업 후 한국에 돌아갔고, 다시 프랑스로 돌아갈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집은 구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에어비앤비를 예약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프랑스에서 집을 구해본 적이 없어서 엄청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었다. 이 얼마나 어이없고 멍청한 생각이었던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비행기와 기차를 혼자 타고 프랑스 작은 바닷가 마을에 도착을 했다. 에어비앤비 앞까지 무사히 도착했는데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내가 예약한 집은 4층이었는데 계단 폭이 정말 너무 좁았다. 캐리어는 총 3개...


힘들게 케리어를 올리고 집을 확인하는데 이 집은 주인이 잠시 어디에 갈 때마다 집을 에어비앤비로 돌리는 집으로 보였는데 문제는 정말 너무 지저분했다. 사진과는 완전히 달랐다. 부엌에는 파리가 윙윙 거리면서 돌아다니고 있었고 구석구석 먼지와 여기저기 있는 생활 용품들...


일단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일단 자고 생각해 보기로 했다. 자고 일어나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기에 나는 집을 구할 준비를 했다. 한국에서 준비해 온 서류들을 확인하고 집 근처 부동산 위치들을 전부 적었다.


다음날부터 열심히 부동산을 돌았지만 생각보다 집이 너무 없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른 에어비앤비를 예약하고 열심히 부동산을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빠른 포기와 빠른 판단은 프랑스 생활에 있어 가장 큰 도움을 주었다.


내가 구한 두 번째 에어비앤비는 엄청 큰 집이었는데 6명이 함께 살 수 있었다. 이 에어비앤비에는 여행객은 없었고 나처럼 조금 더 길게 머물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이곳에서 두 달 반 정도 지냈는데 쉽지 않았다. 집주인이 전기세를 내는 것을 잊어버려 한 달 동안 전기가 없이 살기도 했다. 처음에는 이게 얼마나 지속될지 몰라 낭만 가득하다고 생각했었다. 21세기에 샤워하러 가는 길에 촛불을 켜서 들고 간다는 게 정말 낭만 가득하게 느껴졌는데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열흘이 되니 낭만은 얼어 죽을 낭만이었다.

xrvWL0c9ew9awMSFO-_Py4MsSlA.JPG 두 번째 에어비앤비에서 본 풍경


qHnB1nkB9toaHUW9UZZYfVxhmy4.JPG 집은 없어도 공부는 해야

나는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했는데 여러 사람들이 함께 지내다 보니 그럴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다. 나는 매일 학교가 끝나면 부동산을 돌아다녔는데 여전히 쉽지 않았다.


프랑스에서 집을 구하려면 프랑스 보증인이 필요했다. 만약 보증인이 없다면 보증회사와 계약을 하는 것도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 두 방법 모두 나에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방향을 바꿔 사립 기숙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미 학기가 시작했기에 기숙사도 방이 없었다. 거의 포기하다 싶은 마음으로 갔던 기숙사에서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지금 살고 있는 학생이 조만간 기숙사를 나가게 될 것 같다고. 조금만 기다려줄 수 있겠냐고 마담이 내게 물었다. 나는 당연히 알겠다고 했고 얼마뒤 마담에게로 연락이 왔다.


첫 번째 기숙사 마담과의 만남에서 나는 내 상황을 꽤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내가 왜 프랑스에 왔는지 왜 심리학을 공부하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마담이 날 좋게 기억했고 이사 선물과 함께 반갑게 날 맞아주었다.


KaZw9yAhpa6mnwRa97M2oBY_liI.jpg 프랑스에서 첫 이사
F57a5dIse74PZ2sXl5mBCLUaupw.JPG 나도 프랑스에 집이 생겼다


프랑스에 온 지 세 달이 지나서 그런가 처음 왔을 때보다 짐이 조금 늘었다. 내가 머물던 에이비앤비에서 이사하는 집까지 대중교통으로 1시간이 조금 안되게 걸렸는데 아직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친구들에게 이사를 도와줄 수 있냐고 물어보는 게 민폐처럼 느껴져서 일주일 동안 짐을 정말 열심히 날랐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물어볼걸 싶지만 그때는 프랑스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혼자 모든 걸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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