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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레 언니 Oct 26. 2024

같은 취미를 갖기엔 달라도 너무 다른 부부

출산 직후만 빼고 평생을 일했는데도 계속되는 사업 실패로 우리 부부에게는 대출이 많아도 너무 많이 남았다. 나는 출산과 육아 기간 동안 1년 남짓을 쉬었지만 남편은 쉬지 않고 평생 일한 셈이다. 그 많은 시간을 돈을 버는데 썼는데도 왜 갚을 것이 많은지, 이쯤 되면 대출은 우리 미래였다. 얼마를 갚아야 하는지를 계산하기보다는 그저 모시고 살아야 하는 짐 같은 걸로 여겨야 했다.


회사 일이 힘들어도 집에 오면 충전이 되었다, 그래도 우리 부부는 끈끈하니까. 그럼에도 경제적 위기는 언제든 우리를 위태롭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우리를 흔들지 못하게 하려면 우리가 더 돈독해져야 했다. 같이 갈 수 있을까,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위기일 수 있었다.


같이 살 수록 우리 둘은 음악, 음식, 영화, 운동 등 취향이 너무 다르다는 것이 확연해졌다. 

같이 가려면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야 하는데 취미는 왜 이렇게 돈과 시간을 많이 써야 하는지. 부부가 같이 할 수 있는 취미로 골프를 권하는 회사 동기가 있었다. 같이 해 볼 수 있는 것들을 나열하자면 여행, 캠핑, 낚시, 테니스, 배드민턴, 악기, 요리, 등산이 있는데 이것들을 같이 한다고 생각하니 아름다운 그림은 아니었다.


- 돈이 많이 드는 것(대출과 교육비 만으로도 벅차다.)

- 레슨을 별도로 받아야 하는 것(퇴근 후 레슨을 받아 취미로 즐기기까지 시간 투자가 많으면 아이들과 시간이 줄어들 수 있고, 그 단계에 오르기 전에 포기할 확률이 높다.)

- 부부 외의 멤버가 필요한 것(약속을 조율하고 회원들 기분을 맞추는 사회생활을 취미에서까지 하고 싶지 않다.)


우선 피해야 할 큰 세 가지를 정해놓고 판단해 보니 위에 나열한 것들은 하나같이 불합격이었다. 우리 부부가 평생 같이 할 취미 선택이 이렇게 힘들어서야.


사업 실패로 바닥을 칠 때마다, '그래도 같이 늙자.'라고 다짐하면서 서로 건강하기로 약속했었다. 정적인 운동을 하다가 잠이 들어버리는 남편은 동네 YMCA 헬스장에 시간이 날 때마다 가서 순간 스퍼트를 올리는 근력운동을 위주로 하고 있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나는 집 근처 학원에서 4년 가까이 발레를 배우고 있었다.


쇠 냄새 가득한 헬스장은 근처도 가기 싫어하는 나와 기구 없이 하나에 의지해서 아름다운 선을 만들어 내는 것에 진저리 치는 남편은 이렇게 같이 가지는 않고 각자 가고 있었다. 그래, 이것도 어쨌거나 각자 길을 가는 거니까 같이 가는 건 맞겠지. 그러다 정말 그렇게 각자 가면 그 끝은 어떻게 되는 건지.


그러던 중, 지인이 티켓을 선물했다. 오픈과 동시에 완판 돼서 정말 구하기 힘든 거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2024 JTBC마라톤 2

대회-11월 3일까지 두 달하고 이틀이 남았다. 


돈을 주고 달리는 티켓을 구하기가 힘들다? 대체 왜?

마라톤이 유행이라더니 그 유행이 결국 우리 집에도 도착했다. 이렇게 시작되었다, 부부의 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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