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 과연 같이 갈 수 있을까.
문장의 끝에 물음표를 붙이지 않았다, 마침표다. 마침표는 문장의 마지막에 찍는 부호니까, 그 문장이 끝났음을 의미한다. 평생을 함께하겠다고 약속한 관계인데, 과연 같이 갈 수 있을지를 물으면서도 내 마음은 끝장을 내버렸다.
몇 번의 사업 실패로 계속해서 고꾸라지면서도 헤어지지 않은 것이 용하다는 주변의 평이 있을 만큼 우리 부부는 끈끈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평생 의리로 또는 정으로, 예식장에서 서약한 약속으로 함께하고 싶지는 않다. 20대에 결혼해서 죽을 때 까지 6-70년 동안 사랑이 식지 않을 거라는 순진함은 없었다. 그래도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니까, 부부니까, 그런데 왜 우리가 기대되지 않지? 위기였다.
'오빠, 보통 60세까지 일한다고 봤을 때 난 이제 일 할 수 있는 시간이 20년도 안 남았다?'
'그러네, 우리가 벌써 그렇게 됐네. 아빠가 얼마전에 그러시더라. 60살때까지는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처럼 마음이 젊었대, 그러니까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하고 싶은거 다 해보라고.'
'은퇴 후에 시간이 너무 길어. 요즘 백 살까지 산다며, 우리 어떡해?'
'걱정마, 우리는.'
일흔 넘으신 아버님이 당신의 막내 아들에게 이런 마음을 표현하셨다니 뭉클했다. 사회적으로 은퇴까지 얼마 남지 않았고, 이후의 삶이 너무 지루한 나머지 가정에서도 그 지루함이 죽을 때까지 이어진다면 얼마나 슬플까 하는 마음에 대화를 시작했다. 60살이 젊은 나이였다는 걸 20년 더 살아보신 아버님께서 느끼셨다고 하니, 나도 60살이 되면 마흔 살에 참 젊었다고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매일 대출을 갚다가 은퇴를 맞으면 그 이후는 어떨지 마침표를 찍지 말고 물음표를 던져보자, 아니면 마침표를 몇 개 더 붙여서 여운을 남겨보자, 그래야 했다.
게을러서 밥을 차리기보다는 굶는 걸 택하는 사람
엉덩이가 닿으면 누워버리고, 머리가 닿는 순간 골아 떨어지는 사람
뭘 하고 있는지 보면, 눕거나 자거나 둘 중 하나인 사람
이 사람과 같이 갈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