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를 임신하기 전에 왠지 몸이 건강해야만 엄마의 자격이 있는 것 같아서 달리기를 했었다. 그때 살던 아파트 앞에 천변을 둘러 러닝트랙이 있었는데 그 길을 일주일에 두세 번 20분 정도 달렸던 기억이 있다. 지금 그 나이 때 속도를 감안하자면 4km 정도를 달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 달을 넘게 달리던 중 아기가 찾아와 달리기를 멈추고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
지금 취미로 배우고 있는 발레 수업을 하나 들으면 590kcal가 소모된다, 운동을 해 본 사람이라면 짐작하겠지만 아무 기구 없이 땀을 비 오듯 쏟아내는 발레는 결코 하늘하늘 손만 움직이는 무용만이 아니라 운동이다. 그러니까 달리기도 어렵지만은 않을 거라고 나를 위로하면서도 겁나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발레가 두 다리를 굴러 심장을 뛰게 하는 종류의 유산소 운동은 아니라서였다.
우리 부부가 참가할 마라톤은 10km
기록에 따라 빠른 순으로 A, B, C, D그룹으로 나뉘는데 우리는 첫 참가이고 기록이 없으니 가장 느린 D그룹에 속한다. 대회는 오전 8시부터 시작해 10시에 끝난다. 물론 10km를 두 시간 동안 달릴 리는 없지만, 1시간 반 안에는 들어와야 주최 측이 대회를 마무리하는 호송차 탑승을 피할 수 있다. '이제 그만 뛰세요.'라며 무리에서 뒤처지는 참가자들을 하나씩 차에 태워 철수하면서 점유했던 도로를 본래의 기능으로 돌려놓고 대회를 종료한다는 그것 말이다.
남편은 근력 운동뿐 아니라 헬스 자전거와 러닝머신을 타왔기 때문에 10km를 달리는 것이 어렵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내가 먼저 훈련을 시작했다.
호흡이 짧은 나는 덜컥, 숨이 차는 게 겁이 난다.
너무 창피하지만 이번 주는 매일 1km만 달려보자.
설거지를 마치고, 내일 출근 준비를 마친 일요일 밤 9시. 회사에서 보급해 준 까만색 운동화를 신고 집 앞 공원으로 나갔다. 산책 중인 주민들과 강아지들이 보인다, 밤이라 내 얼굴이 벌게져도 알아볼 사람이 없을 것 같아 자신감이 생겼다. 거의 15년 만이지, 내 두 다리가 달리는 게.
러너블 어플을 설치하고 첫 러닝을 시작했다.
거리: 1km
페이스: 6분 36초
숨이 너무 찬다, 마라톤 대회 티켓을 선물한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못 하겠다고 해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숨이 짧은 게 정신을 지배했다.
저질이었다, 내 체력은.
남편은 설마 10km를 못 달리겠냐며, 못 달리면 걸어서 들어오면 된다며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한다. 태평한 남편이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나를 너무 잘 안다. 첫 번째, 아무리 짧은 거리라도 마라톤을 걸어 들어오는 나 자신을 용납할 수 없다. 두 번째, 달리기를 하면 발레에 무조건 도움이 될 것이다. 세 번째, 이렇게 강제적으로라도 체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어디인가. 꼭 달려서 들어오겠다. 그래서 나는 내 몸을 꽉 채운 짧은 숨들을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