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발레 언니 Oct 26. 2024

드디어 부부가 함께 러닝

첫째 주에는 1km 매일 달리기, 정말 힘들었다.

둘째 주에는 3~4km 매일 달리기 훈련을 했고 곧 추석이 다가왔다. 바쁜 남편은 업무 시간 틈틈이 헬스장에서 근력운동과 러닝머신으로 연습했다. 야식과 술로 배는 나왔지만 전체적으로 근육형 몸을 가진 남편의 달리기는 걱정되지 않았다, 내가 문제였지. 연휴가 되면 같이 달려보기로 약속하고 부모님 댁으로 가족 모두 내려갔다. 시댁 가까이에는 유등천을 주변으로 자전거도로가 길게 설치되어 있어 우리 부부가 처음 함께 달리는 장소로 제격이었다. 아직은 덥고 습한 공기를 이겨내고 늦은 저녁 밖으로 나갔다. 맞바람이 세게 불어 달리기가 더 힘들었다. 처음 도로를 달려 본 남편은 허리와 무릎 통증으로 1km를 제대로 완주하지 못했다. 당황스러운 건 남편뿐 아니라 나도 마찬가지였고 3km를 어찌어찌 채웠지만 부끄러워 이 날 달리기는 어플에서 기록을 지워버렸다. 


'숨이 짧아서'

'맞바람이 불어서'

'마주 달려오는 저 러너가 나를 빤히 쳐다봐서'

'덥고 습해서'


자꾸만 핑계가 떠올라 이 날의 러닝은 망해버렸다. 드디어 고향에 내려와 부부가 함께 러닝을 한 날이었지만, 당황한 기색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던 우리는 유등천을 나와 맥주를 마시러 들어갔다. 심장이 뜨거워져 나는 땀이 아니라 그저 날씨가 덥고 습해서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나는 땀으로 범벅이 된 우리는 시원한 생맥주를 들이켰다. 


'그냥 걸어 들어올까? 그럼 티켓 선물 준 사람한테 너무 미안한데, 우리 어떡하지?'

 

숨이 짧은 나는 숨이 차오른다는 공포를 덜어내는 것과 체력을 키워야 했고 남편은 허리와 무릎 보호대, 그리고 가볍게 뛰기 위해 체중 조절이 필요했다. 걸어서 10km를 완주한다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고 싶어, 생맥주로 시원해진 가슴과는 상반되게 머릿속은 불이 나는 듯했다.


함께 달리는 성취감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그래도 한 가지, 부족한 것을 보완하고 문제점을 고치기만 한다면 부부가 러닝을 함께 한다는 것에 기대감이 생겼다. 사실, 내가 늘어놓은 핑계에 대한 도전의식이 생겼다. 얼굴에 닿는 공기에는 아직 여름이 남아 있었지만 뜨겁고 끈적한 우리의 두 손 끝이 맞닿을 때 퀴퀴한 내가 날 것 같다거나 찝찝할 것 같다는 불편한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달리기를 하니 손 잡을 일이 생겼다는 것, 러닝은 우리 부부에게 설렘을 가져왔다.


그리고, 걱정 없을 것 같았던 남편의 달리기는 의뢰로 나의 것보다 '관리'가 필요하다는 숙제를 남겼다.

이전 03화 너무 창피하지만, 1km부터_호송차 탑승만 피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