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노래
'비는 정말 나랑 안 맞아'
우중충한 하루로 하루를 시작했다.
이유 없이 우울하고, 한 것도 없이 축 처지는
이런 날씨는 정말이지 나랑 안 맞는다.
그런데 나랑 안 맞는 것이 비단 비 하나뿐일까?
'이런 사람은 나랑 안 맞아'라면서
숱하게 멀어져 간 인연들,
'이런 건 나랑 안 맞아' 하면서
멀리해 왔던 운동, 공부, 기타 등등
그저 나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동안 나는 얼마나 많은 것들과
멀어져 왔는지를 떠올려보니
등골이 오싹 해질 정도로 민망하다.
돌이켜보면 살면서 내 구미에 딱 맞는 것들이
몇 이나 있었단 말인가.
내가 원하는 삶은,
결국 나랑 맞지 않는 것들에
내가 얼마나 진득하게
잘 견디면서 적응해 나가느냐에 따라
얻어지는 것일 텐데 말이다.
방금도 숙제를 하기 싫다고 징징거리는
아이를 다독이며 학원으로 향했다.
"원하는 것만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원하지 않는 것들을 잘 참고 견뎌내는 사람만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거야."라고 말했다.
말을 하는데 부끄러웠다.
나부터 그렇게 살고 볼 일이었다.
아무튼 이제라도 나는
나와 안 맞는 것들을 조금씩 견뎌볼 작정이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처럼,
조금씩 견뎌내는 사이
모든 것들을 계절처럼 지나가고
또 계절처럼 자연스레 다가올 테니까.
오늘의 PLAYLIST
- 샤프, 연극이 끝난 후-
https://youtu.be/QxQyMGZkD6w?si=MvMGL2mCZCtMwbK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