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마음자리 07화

미움받기 위한 조건

절대 당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말아요

by 한꽂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누군가 받아주고, 나 또한 있는 그대로의 누군가를 수용해주는 경험은 한 개인으로서의 평생의 숙원이다.


'나를 좀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면 안 돼?'


조건을 붙이고 나를 밀어내는 그 사람에게 애원해본다.


엄마가 나를 조건 없이 예뻐해 주면 아이는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조건 있는 사랑을 받으면 아이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법을 먼저 배운다. 사람들은 누구나 나의 본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


'나의 본모습을 알면 저 사람이 떠나갈 거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면 실망할 거야'


이러한 생각 속에 사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어느 정도의 겸손은 유익하지만 지나친 타인 의식은 사람의 마음을 한없이 움츠리게 만든다. 이러한 타인 의식은 개인 본연의 모습을 포장하게 만들고 이러한 포장이 늘어갈수록 그 사람은 자신의 색깔을 잃어버리고 만다.


'이제는 제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어요'


라고 말하는 사람은 오랫동안 타인 중심의 삶을 살아왔음을 증명한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아득하기만 하다. 자신의 어떠한 부분을 타인에게 감추는 사람은 타인이 자신에게 실망하기 전, 이미 자신에게 실망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실망감을 드러내기 싫기에 괜찮은 척, 좋은 척, 자신 있는 척을 한다.


그러나 명심하자. 바로 이런 당신의 모습으로 인해 당신은 분명히 미움을 받게 될 테니 말이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진실되게 드러내지 않으려 할수록 자신과 다른 모습을 타인에게 인식시키고자 애쓰게 되는데 이러한 역동은 미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다. 자신에게 생긴 자연스러움 감정에 대해 '내가 너무 유치한 거 아냐?' '내가 너무 실없는 생각을 한 거 아냐?'라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은 불안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하다.


상대방에게 거절당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당신의 필사적인 노력은 그다지 효력이 없다. 당신의 어떠한 모습이 당신 스스로에게 맘에 들지 않는가? 상대방은 당신이 숨기고 싶은 그 모습 때문에 당신을 좋아하는지 누가 알겠는가? 사람은 자신의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순간 인위적인 모습이 가미된다. 인위적 모습은 자연스러움을 앗아가고 사람 본연의 아름다움을 가리게 된다. 결국 당신이 드러내야 할 부분은 당신의 본모습일지도 모른다. 그 모습이야 말로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무이한 정체성(正體性, identity)이다.


친밀감(親密感, intimacy)은 자신의 사고와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드러낼 때 생기는 라포 형성(rapport building) 과정이다. 친밀감은 상대방과 나의 영혼을 하나로 묶는 안전한 끈 역할을 한다. 친밀감을 형성하지 못할 경우 인간관계가 삐걱거리게 되는데 급진전되는 관계가 되거나 돈독한 관계 자체가 불가하다.


다른 사람에게 나의 본모습을 숨기는 데 성공한 채로 사는 사람들도 있다. 진짜 내 모습을 숨기는 데는 능숙할지 몰라도 삶의 즐거움을 찾는 데는 서툰 사람이 될 뿐이다. 이런 삶이 장기화될수록 자신의 모습은 점점 멀어진다.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어떨 때 마음이 설레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사람이 된다. 결국 자신의 정체성이 무너지게 된다는 말이다.


'이건 진짜 내 모습이 아니야'


라는 생각을 자주 하는 사람이라면 삶의 기반인 정체성(正體性, identity) 자체가 흔들리게 되니 조심해야 한다. '진짜 내가 아닌데?'라는 마음은 삶을 두려움 속에 가둬놓는다. 이러한 사람은 항상 '방심 다 가는 미움받게 될 거야'라는 생각에 긴장감 있는 관계를 유지한다. 다른 사람들은 충분히 그 사람 자체의 장점뿐 아니라 단점을 수용해줄 준비가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담을 쌓고 웅크리고 있는 격이다. 결국 상대방의 진심은 자신에게 전달되지 못한다. 이러한 마음의 벽이 결국 상대방을 떠나게 만들고 당신을 '도대체 그 속을 모르겠는 사람'으로 만들어 미워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제 막 썸을 타기 시작한 커플이 있다. 남성은 여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 노력으로 인해 상대방의 여성은 마음의 문을 열고 호감(好感)을 표시한다. 이렇게 되면 여성의 마음을 얻는 데는 성공했지만 결국 이 노력은 이 남자의 본연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에 오래가지 못한다. 호감을 얻기 위한 난무한 전략은 오히려 그 남자의 개성을 흐리게 만들고 매력을 떨어뜨린다. 이 여성을 붙잡기 위한 노력이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이다. 다소 억지스러운 사례로 비칠 수 있지만 우리 주변에는 흔히 발생하는 일이기도 하다. 호감을 주려고 했던 행동이 오히려 비호감(非好感)이 되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이렇게 해주지 않으면 그녀가 나를 떠나갈 거야'라고 느끼는 남성은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다. 자신이 잘해줘야만 여성이 자신 곁에 머물 거라는 생각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나친 자기 숨김은 그 사람만이 가진 독특한 매력을 가리게 된다는 말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단점이 있다. 그 누구에게도 단점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자신에게 있는 단점을 허용하라. 오히려 단점이 장점이 될지 누가 아는가? 당신만의 착각을 벗고 자신감의 옷을 입기 바란다. 자신의 모습을 담백하게 드러내라. 상대방도 당신의 진실된 모습을 알 권리가 있다. 그 앎을 허락하는 과정이야말로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이다. 당신의 모습을 드러내다가 상대방에게 실망감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그 실망감으로 인해 당신을 떠나가는 사람이라면 주저 없이 떠나보내라. 지금이 아니어도 언젠가는 떠날 사람이니까.....


성숙한 관계는 서로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서로가 어떠한지를 물으며 조율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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