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세포 각각, 뇌 속 860억 개 뉴런 각각이 미세하고 짧은 전압 신호를 전송함으로써 다른 뉴런들에게 말을 건다. 신경과학자들은 그 짧은 신호를 ‘스파이크(spike)’라고 부른다. (...) 우리는 스파이크를 통해 보고 듣고 느끼며, 생각하고 계획하고 행동한다"
-마크 험프리스, <스파이크> 중
우리는 그간 여러 글을 통해, 우리의 경이로울 만큼 복잡한 사고를 가능케 하는 신경 구조물에 대해 알아보았다. 또한, 이 구조물(신경계) 는 신경세포, 즉 뉴런이라는 특별한 종류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았다. 오늘은 조금 더 작은 문제로 들어가, 이 뉴런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아주 먼 과거로 돌아가 본다.
뉴런의 해부학적 그리고 기능적 특징
우리 몸은 무수히 많은(평균적으로 37조 개 가량의-평균적인 한 사람을 세포 단위로 조각조각 찢어서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나눠준다면 우리는 대략 5천여 개 정도의 세포를 받게 될 것이다(미주 1). 실험실에서 핸드폰 화면만 한 페트리 디쉬에 천만 개의 세포를 키우는 것에 비하면 꽤나 적은 양이다)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수많은 세포들 중에서도 신경세포는 꽤나 독특하다. 별 생물학적 지식이 없는 아이에게 보여주더라도, 그 독특한 생김새는 꽤나 눈길을 끈다. 그저 둥글둥글하고 납작하게, 그래서 특색 없이 생긴 다른 세포 덩어리들에 비해 신경세포는 미터 단위에 달하는 길고 복잡한 가지를 뻗고 있기 때문이다(그림 1, 커버 사진).
그림 1. 신경 세포가 길게 뻗어내는 축삭 돌기와 그 말단의 성장원추. 이와 같은 구조물은 신경에게서만 찾아볼 수 있다. Wayman, 2004.
형태학적으로뿐만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신경세포는 독특하다. 전기적 활성도(즉 전압의 차이) 를 기록할 수 있는 자그마한 전극을 찔러 넣으면 신경세포는 갑작스러운, 그리고 큰 전압을 만들어내는 것을 알 수 있다(그림 2; 이것을 스피커에 연결하면 신경세포가 활성화될 때마다 지직거리거나 또는 틱틱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전통적인 전극 기록을 하는 과학자들은 이 소리에 의존해 관심을 갖는 세포를 '찾아가곤' 한다. 이 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 유튜브 링크.). 그리고 이 전기적 활성, 우리가 활동전위(action potential, 흔히 AP로 줄여 씀) 라고 부르는 것이 곧 신경세포의 작동 방식이다(미주2).
그림 2. 신경세포가 만들어내는 갑작스러운 전기적 신호, 즉 활동전위에 대한 최초의 기록. "Schwankung" 은 fluctuation 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다른 세포들과는 명백히 구분되는 특징 때문에, 그리고 우리의 <고등>한 정신과 사고에 연관된다는 특별함 때문에 우리는 신경세포는 무언가 독특하고 독보적인 진화적 노선을 밟아 왔으리라 흔히 생각하곤 한다. 정말로 신경세포는 동물의 탄생과 함께 갑자기 생겨난 것일까? 우리가 그간 살펴보았던 지식들을 기반으로 하여, 이에 대한 답을 던져보자(시작하기 전, 분자 시계에 관한 이전 글의 단락과 초기 동물의 전반적인 진화에 대한 글을 훑어 보기를 권한다).
활동 전위와 그 본질
신경세포는 본질적으로 정보의 빠른 전달을 위해 만들어졌다. 세포 하나가 곧 생명체인 단세포생물들은 정보의 전달이랄 게 없었다. 세포가 느끼는 것을 곧 행하면 되었기 때문이다(노파심으로 미리 경고하자면, 나는 이해를 돕기 위해 과학에서 경계해야 하는 의인화와 목적론적 사고방식을 차용하겠다). 그러나 여러 세포들이 모인 다세포 생명체가 되고, 이 생명체들이 서로를 잡아먹고 도망다니기 시작할 필요가 생김에 따라서 이들은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계산하여 현재 해야 하는 최적의 행동을 빠르게 만들어 낼 필요가 생겼다. 따라서 이러한 빠른 정보의 취합 및 계산, 그리고 전달을 담당하는 세포가 생겨나게 되었다. 그것이 신경세포이다(미주 3).
따라서, 우리는 신경세포가 가지는 가장 독특한 특질이자 신호 전달을 위해 사용하는 활동전위의 생성 과정부터 시작해, 그 세부를 낱낱이 흩어 보도록 하자.
활동 전위란, 신경 세포가 필요하다고 '판단' 할 때 급격하게 전압을 상승시키는 행위다(약 100mV-1.5볼트 건전지의 15분의 1). 전압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전하(그러니까, + 나 - 전기를 띠는 것)를 가진 물질이 이동해야 한다. 인간이 만들어 낸 전자제품들은 일반적으로 전자(음전하를 갖는) 를 이동시킴으로써 그렇게 하지만, 생명체가 택한 방식은 전하를 띠는 이온ion 을 이동시키는 방식이다(그림 3). 우리가 이전 글에서 살펴보았듯이, 세포란 본질적으로 기름막에 둘러싸인 물주머니이며 신경 세포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기름막은 무극성이므로 전하를 띠는 입자들은 통과시키지 않으며, 따라서 마치 축전지처럼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세포는 이 막 안에 들어 있는 양이온들을 밖으로 옮길 수 있고, 이렇게 막 밖에 쌓인 양이온들은 세포 안을 밖에 비해 음전압을 띠도록 만들어 준다(미주 4).
그림 3. 막의 안팎을 기준으로, 서로 다른 이온들(전하를 띠는 입자) 가 위치하고 있다. 이 전기를 띤 입자들이 움직임에 따라, 세포막의 전위차가 결정되게 된다.
더 간단히 풀어서 비유하자면, 이것은 마치 댐의 원리와도 비슷하다. 댐으로 가로질러 호수를 두 조각으로 나누었다고 생각해 보자. 왼쪽 호수 조각에 있는 물을 인위적으로 퍼 날라 오른쪽 호수 조각으로 옮긴다면, 오른쪽에는 더 많은 물이 쌓이고 따라서 에너지가 저장될 것이다. 이러한 저장은 댐이 물을 통과시키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데, 댐의 수문이 열려 있다면 우리가 열심히 옮긴 물은 죄다 중력에 따라 원래 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이와 비슷한 원리로, 기름막은 전기를 띠는 이온들이 안팎에 쌓여 전압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해 준다.
그림 4. 댐은 물을 통과시키지 않으므로, 물이 가지고 있는 위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문이 열리면, 이렇게 저장된 에너지는 운동으로 방출된다.
그렇게 쌓인 댐의 물은 수문을 여는 순간 폭발적으로 쏟아져 내릴 것이다(그림 4: 포텐셜 에너지의 차이 때문에). 신경 세포도 마찬가지로, 본디 이온을 투과시키지 않는 기름막에 달린 일종의 '이온용 통로' 를 여는 순간 전위차에 따라 외부의 양이온들이 세포 내부로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세포의 내부가 음전압을 띠고 있으므로). 따라서 이 통로가 열리는 순간에는 세포 내부의 전압이 급격하게 상승하게 되고, 이것을 두고 우리는 신경이 활성화되었다고 말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전압은 신경의 긴 축삭을 타고 이동하며 신호를 전달한다(미주 5).
신경만 갖는 특징을 찾아: 이온 통로 단백질
이런 식의 전기 활동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최소한 세 가지의 요소가 필요하다. (댐 비유를 계속하자면) 에너지를 저장해 줄 댐, 물을 퍼 올려 에너지 차이를 유지해줄 펌프, 그리고 필요할 때만 문을 열어 줄 조절 가능한 수문이다.
여기서 댐의 역할은 모든 세포들이 갖는 세포막이 해 주고 있고, 에너지의 차이를 유지해 주는 펌프 또한 세포의 필수적 기능 유지를 위하여, 모든 동물 세포에서는 소듐-포타슘 펌프 또는 소듐-포타슘 ATP 분해효소라고 하는 단백질이 막에 존재하고 있다(그림 5).이 단백질은 끊임없이 ATP 라는 에너지원을 소모하며 세포 안에 있는 소듐(나트륨) 이온을 밖으로 퍼나르고, 밖에 있는 포타슘(칼륨) 이온을 세포 안으로 끌어들인다(3:2 비율로, 미주 6)-사실은 이 일이 너무나도 중요한 나머지 우리의 뇌는 전체 소모 에너지의 절반을 이런 이온 농도 조절에 사용한다!(M. Erecinska and I. Silver, 1994)
따라서 모든 세포는 내/외부의 독특한 이온 농도 구배를 형성하게 되며, 이는 일반적인 모든 세포에서 나타나는 음의 휴지막전위를 유지시켜 주고 있다(다음 장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약간의 스포일러를 하자면 이는 막전위가 신경세포를 위한 독특한 형질로 나타났다기보다는, 모든 세포에 존재하는 막전위를 신경세포가 차용해 신호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했다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그림 5. 신경세포의 막에는 특별한 수송 단백질이 있어 항상 이온을 퍼나르고 있다. 이 단백질은 최초로 발견된 이온 수송 효소이며, 1997년 노벨상이 여기에 주어졌다.
그렇다면 뉴런에게만 독특하게 존재하는 것은 아마도 남은 퍼즐의 한 조각, 필요할 때만 문을 열어 주는 수문이다. 이러한 단백질을 우리는 이온을 통과시키는 통로라는 뜻에서 이온 채널(channel, 본디 통로, 수로나 운하라는 뜻이며 운하를 뜻하는 단어 canal 과 같은 어원을 가진다: 그 어원은 속이 빈 갈대를 뜻하던 cane 인데, 여전히 사탕수수sugarcane에서 그 원래 뜻을 찾아볼 수 있다) 이라고 부른다.
뉴런은 이 독특한 이온 채널을 가짐으로써 자신이 원할 때 세포막 안팎에 쌓인 이온 농도의 구배를 갑작스러운 전압 차이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으며, 따라서 이 채널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살펴보면 우리는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신경세포에 존재하는 이 독특한 채널, 전압의존성 이온 채널(voltage-gated ion channel; 문이 항상 열려 있을 수만은 없듯, 채널은 열리고 닫히는 과정을 거친다. 이것이 전압에 의해 조절받는다면 이 채널을 전압의존성 이온 채널이라고 부른다) 에 대해 알아본다.
미주 Endnote
미주 1. 그러나 이 세포들의 무게와 수량은 균등히 배분되어 있지 않다. 간단히 말해, 우리의 핏속에서 산소를 나르는 적혈구는 세포 수의 87% 를 차지하지만 그 무게는 3kg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근육과 지방 세포는 0.1% 의 세포수에도 불구하고 큰 크기 때문에 무게의 70% 를 차지한다.
미주 2. 미안하다. 사실 예외도 있다. 거의 모든 생물학적 지식들이 그렇듯, 경험적으로 자연에 난 마디를 따라 나누고 정의한 우리의 지식에는 예외 없이 예외가 있다(다르게 말하면, 생물학에 있는 유일한 법칙은 예외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신경세포를 정의할 때 사용하는 수많은 정의 기준들은 엄밀히 모든 신경세포가 가지는 것은 아니며, 신경세포가 아님에도 정의 기준을 따르는 세포도 있다. 어떤 신경세포들은 활동전위를 만들지 않으며, 근육은 신경세포가 아님에도 활동전위를 만든다.
미주 3. 따라서, 정보의 수용 및 통합/전달을 담당하는 신경 세포와 그 명령을 충실히 따르는 근육은 같이 태어나 진화하기 시작했다. 근육 중에서도 더 진화상으로 먼저 생겨난 근육인 민무늬근은 신경의 출현과 함께 나타나며, 다양한 연체동물들의 운동 패턴을 조절해 왔다. 민무늬근은 에너지는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지속적인 운동에 적합하지만, 순간적인 힘과 속도를 내는 데 있어서는 덜 효율적이다. 따라서 에너지는 더 많이 소비하지만 순간적인 강한 힘을 내는 데 특화된 줄무늬근이 진화 과정에서 덧붙여졌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의 '가장 오래된 부분' 인 장은, 5억 년 전의 꿈틀거리는 생명체들이 그러했듯 민무늬근으로 이루어져 있다.
미주 4. 전압, 또는 전위차를 풀이하면 '전기적 위치 에너지의 차이' 가 된다. 항상 전압은 X에 대한 Y의 상대적인 값으로 정의되는데, 이것은 우리가 물체의 고도를 지정하기 위해서는 항상 기준값이 필요한 것과도 같다. 뒷산의 높이가 300m 라고 할 때, 그것은 어떻게 정의되었는가? 우리 집에 비해 300m 높은 것인가? 산의 바닥면에 비해 300m 높은 것인가? '어디를 기준으로' 측정된 것인지를 명시하지 않는다면 이 수치들은 의미를 잃어버린다. 따라서 우리는 해수면을 기준으로 정의된 해발고도를 주로 이용한다. 전압 또한,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두 지점의 차이를 통해 구한다. 따라서 전압을 기록할 때에는 항상 두 개의 전극이 필요하다. 기준 전극과 기록 전극이 그것이다. 전압계는 기록 전극과 기준 전극의 전압 차이를 나타내 준다.
미주 5. 사실 이 이야기는 아주 간략화된 비유적 예시에 불과하다. 댐 비유에 따르면, 댐을 열어 두면 물은 양쪽의 수위가 같아질 때까지 흐를 것이다(포텐셜 에너지의 차이가 사라질 것이므로). 그러나 이온은 양쪽에 고루 분포하고자 하는 화학적 에너지 구배뿐 아니라 전하도 띠고 있으므로, 이 두 가지가 평형을 이루는 지점에서 멈추게 된다(이 지점에 생겨나는 전위를 해당 이온에 대한 평형전위라고 부른다). 심지어 이온이 여러 종류가 있다면 화학적 구배는 각 이온별로 적용되지만 전기적 에너지는 같이 적용되므로, 상황은 좀 더 복잡해진다. 이와 같은 전기-화학 에너지 구배에 대한 공식이 너른스트 방정식이며, 호지킨-헉슬리는 이온에 대한 투과도를 고려한 호지킨-헉슬리 모델을 제안하였다.
미주 6. 여담: 세포 내에는 칼륨이 많고, 밖에는 나트륨이 많다. 이것은 마치 바닷물 속에 잠긴 것을 연상케 하는데(세포막 밖은 소금물인 것이다), 실제로 칼륨-나트륨의 농도 구배는 최초의 세포부터 내려오는 중요한 기능적 특징 중 하나일 것으로 생각된다(A. Mulkidjanian et al., PNAS, 2012). 이와 같은 아주 간단하고 기초적인 생물학적 기능일수록 오래 전에 나타난 형질일 가능성이 크며, 수많은 이온 조절 시스템이 아마 그러할 것이다. 다음 글애서 더 자세히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