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을 용기를 내라! 아프니까 청춘이다!
요즘 사람들에게 많이 읽히고 위로를 주었던 책들의 제목입니다. 저도 동의해요. 격하게 공감합니다! 제 스스로에게도 늘 그렇게 말해요. "실패를 통해 배우고 좌절을 통해 힘을 기른다! 조금만 더 버텨보자!" 절대 꺽이지 않을 것 같이 무더위가 지속되는 날처럼 고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날들엔 책 제목처럼 멋지고 거창하진 않지만 '사는게 다 그렇지~. 사는게 고행이지!' 이렇게 되뇌며 하루를 버텨봅니다.
하루는 운동이 마음처럼 안 된다며 큰 아이가 크게 속상해 한 날이 있었어요. 늘 최선을 다하는데 도무지 결과가 나오지 않는 아이가 안타깝기도 하고, '이렇게 노력해도 안 되는데 내가 운동을 하는게 맞냐며'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 모습에 마음이 너무 아팠지요. 늘 그랬지만 그날 만큼은 특히나 나의 모든 행운이 큰아이에게 닿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실망한 아이 뒷모습에서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무력한 부모인 제 자신이 너무나도 싫어지고 이 상황이 마치 내 탓인것처럼 느껴졌지요.
그런데 또 이런 어려움 없이 어떻게 사람이 자라나요! 이런 실패와 좌절을 이겨나가야 어른이 되는거잖아요! 늘 자녀에게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부모가 되자고 외치지만, 현실의 부모 세계에선 안타깝고 속상한 내 마음이 커서 쿨한 부모가 되기 쉽지가 않아요. 니 일은 니 일, 내 일은 내 일! 구분이 잘 되어 내 감정을 자녀 일에 섞지 않는다면 힘든 친구에게 해주듯 위로하는 일이 조금은 수월할텐데요.
아무래도 저에겐 뒷마당 항아리에 맑은 물을 한사발 떠놓고 달님에게 빌던 우리 조상들의 DNA가 강렬하게 심어져있나봅니다. :) 큰 아들 일로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으니 엄마가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니가 애를 잘 키워서 그래. 뭐 하나 놓치지 않고 열심히 길러서 그런 마음도 드는거야." 너무나도 아이러니하지만 맞는 이야기였어요. 전 정말 엄마로도 열심히 살았거든요. 좋은 어른으로 좋은 부모로 실수 하지 않으려고, 흔들리지 않으려고 늘 고민하고 돌아보고 나 자신을 다독이며 살았거든요. 이렇게 애틋하게 길렀는데, 그런 자식이 속상해하니 어떻게 제가 안 힘들 수 있겠어요.
그리고 엄마가 덧붙였어요. 길이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닌데 너무 무겁게 미래까지 걱정하지 말라고. 둘 다 잘 하고 있는 거고 지금은 그냥 이렇게 할 때라고. 맞지요. 부모 입장에 자식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느끼는 건 당연하지만 애가 닳을 정도로 힘든 건 내 문제이지 아이 문제는 아니지요. 제가 엄마 일에 너무 나 자신을 투영했어요. 아이 설움이 내 설움이 되면 안 되는데, 내 안타까움이 아이의 안타까움이 되면 안 되는데, 아이는 잘 하고 있는데 저 혼자 얽히고 섥혀서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어요.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지만 상황이 마음처럼 되지 않아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열심히 해보자는 응원조차 미안해지는 날이 있습니다. 칼이 잔뜩 박힌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데, 배에 꼽힌 칼을 뽑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배를 버릴 수도 없고, 그저 맞은 편 강둑에 다다를 때까지 열심히 노를 저어야 하는 그런 날엔 위로도 건네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나의 힘듦을 왜 누구에게서도 위로받을 수 없었는 지 이해됩니다. 엄마가 되어보니 알겠더라고요. 모든 부모가 자녀를 위로할 수 있지만, 때론 그런 위로조차 자녀의 마음에 닿기가 허락되지 않는 순간이 분명히 있다는 걸.
헤세의 소설 [싯다르타]의 깨달음에선 영재 출신인 주인공 고타마도 자식 앞에선 자신이 쌓아온 모든 성찰이 허물어지던데요. 평범한 부모인 저에겐 당연한 무너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 버티기 힘든 날 듣는 노래가 있는데요. 대학원 시절 정말 앞뒤가 다 막혀있고 위아래로도 도망칠 수 없다고 느껴지는 어느 날 운전하며 들은 노래에요. 너무 좋아서 1곡 무한 돌려듣기를 하며 엉엉 울었던 순간이 기억납니다. 큰 아이한테도 들어보라며 이야기해줬어요. 물론... 이런 옛날 노래엔 별로 흥미가 없겠지요?
지겨운가요 힘든가요 숨이턱까지 찼나요
할수없죠 어차피 시작해 버린것을
쏟아지는 햇살속에 입이 바싹 말라와도
할수없죠 창피하게 멈춰 설순없으니
단 한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끝난 뒤엔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오랫동안) 쉴수 있다는것
지겨운가요 힘든가요 숨이 턱까지 찼나요
할수없죠 어차피 시작해버린 것을
쏟아지는 햇살속에 입이 바싹말라와도
할수없죠 창피하게 멈춰설순없으니
이유도없이 가끔은 눈물나게 억울 하겠죠
일등아닌 보통들에겐 박수조차 남의일 인걸
단 한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것
끝난 뒤엔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오랫동안) 쉴수있다는것
-S.E.S.의 '달리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