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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노운즈 Sep 26. 2024

부모교육강사지만 육아서는 잘 안 읽는 이유!

24년째 상담일을 하고, 20년째 부모들을 대상으로 아이들의 발달, 기질, 학습, 진로부터 부모역할까지 강의로 돈을 버는 사람이긴 하지만, 강의에서 늘 '전문가'의 이야기를 걸러 들으라고 강조합니다. 저도 부모님들께 이래라저래라 이야기하고 다니는 사람이면서, 제 얼굴에 침 뱉기 같기도 합니다만... 항상 제 시각과 다른 시각, 저와 다른 의견을 동시에 강의에 담으려고 노력합니다. 무엇이든 각자에게 필요한 답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자식을 기르는데 부모의 역할이 크게 '가르치기'와 '사랑하기'로 나누어지는데, 어떤 부모는 가르치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어떤 부모는 사랑하기에 마음의 추가 기웁니다. 올바른 행동을 하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신념이 강한 부모는 사소한 일에도 훈육을 하게 되고, 자녀의 실수를 바로잡아주려고 하죠. 부모의 가르치는 시선에 얽매인 아이들은 위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에 사랑하는 마음이 부모는 자녀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하려 애쓰다 자녀가 스스로 해내야 몫을 부모가 대신하게 되고, 결국 자녀의 자립심을 키워주기 어렵습니다.


부모의 역할에 대해 간단하게 적어봤습니다. -일반 부모교육서의 톤이 이렇잖아요!- 이런 글을 읽으면 아래와 같은 생각들이 떠오릅니다.


1. 나는 가르치기를 많이 하나? 사랑하기를 많이 하나!

2. 이래서 우리 애가 위축되었나? 그래서 우리 애가 자립심이 없나?


부모 교육서를 읽는 것은 더 나은 부모가 되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우리를 돌아보고 부족함을 고쳐서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하지요. 하지만 인생은 기출문제로 이루어져있지 않습니다. 과거를 돌아봐야 과거를 더 잘 이해하게 될 뿐 미래를 바꿀 수는 없지요. 하물며 우리는 하루하루 성장하며 변화하는 자녀에 맞추어 늘 새로운 방법을 찾고, 용기를 내어 낯선 시도를 하도록 압박을 받습니다. 


관계에 민감한 기질인지 아닌지는 우리 뇌에서 분비되는 '노르에피네프린'이라고 하는 호르몬의 양에 의해 결정됩니다. 자녀의 표정이나 기분과 같은 외부 자극이 쉽게 노르에피네프린의 분비를 일으키는 뇌를 가지고 있는 부모의 경우에는 자녀의 마음에 무의식적으로 공감하게 되고, 빠르게 자녀의 마음을 풀어주고 싶은 동기를 갖게 됩니다. 반면 자녀의 감정에 쉽게 동화되지 않는 독립적인 기질의 부모는 자녀의 기분에 공감하거나 달래주고 싶다는 마음이 적게 들 수 있습니다. 대신 자녀에게 올바른 행동을 하도록 가르치거나 스스로 하도록 지도하고 싶은 동기를 갖게 되지요. 


이 글을 읽으면서는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나는 어떤 기질인가? 나의 기질적 특성으로 아이에게 이렇게 행동하게 된 건가?' 등등을 고민해 보셨나요? 조금만 덧붙여볼게요.


부모에게 기질 특성이 있듯, 자녀에게도 자녀의 기질적 특성이 있습니다. 어떤 자녀는 부모의 기분에 쉽게 좌우되고, 자신의 강렬하고 복잡한 느낌을 해결하기 어려워합니다. 반면 어떤 자녀는 부모의 감정에서 독립적으로 행동하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반기지 않습니다. 만약 부모와 자녀가 서로 비슷한 기질을 지니고 있다면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보다 수월하겠지만-마음에 든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비슷해서 싫어하는 분도 계시지요.- 서로 다른 기질이라면 이해의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관계 민감한 부모는 관계의 욕구가 적은 아이에게 '사회성'의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하게 되고, 관계에 둔감한 부모는 관계에 욕구가 큰 아이를 보며 '너무 치대서'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지요. 사실 서로 달라 적응하기가 어려울 뿐 그 행동 자체가 문제는 아닌데 말입니다.


육아 솔루션 프로그램을 걸러보고, 전문가의 이야기를 재해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단편적인 사건, 상황에 대한 설명으로 우리는 모든 것을 알 수 없습니다. '떼쓰는 아이에게는 이렇게 해라', '부모가 강압적이라 아이가 저렇게 행동한다' 등등의 말들은 어느 때엔 맞고, 어느 때엔 맞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시선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취할 수 있는 '주체성'을 가져야 합니다.


자기 감정에 빠져 벗어나기 어려운 자녀에겐 감정이란 시간이 지나가며 옅어지니 조금만 인내하고 기다려주자고 이야기해볼 수 있습니다. 자녀의 마음에 큰 관심이 없는 편이지만, 그래도 사랑을 표현하고 싶다면 아침에 아이와 헤어지며 한 번, 다시 만났을 때 한 번 다정한 포옹에 도전해볼 수도 있지요. 허그는 우리의 뇌에서 옥시토신을 분비시키고 옥시토신은 스트레스를 낮추고 면역력을 높여주니까요.


"여름방학에 글씨를 예쁘게 쓰라고 잔소리를 했더니 아이가 알림장에 글씨를 안 쓰려고 해요. 혹시 아이에게 트라우마가 된 게 아닐까요?"


사실 부모님들의 고민은 아이의 일상에 아주 짧은 찰나에서 시작됩니다. 키즈노트에 올라온 사진에 내 아이만 덩그러니 혼자 앉아있어서, 학교 공개수업에서 내 아이만 발표를 제대로 못해서, 놀이터에서 내 아이만 야무지게 자기 몫을 못 챙기는 것 같아서...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클수록 작은 문제도 무겁게 다가오지요. 저도 그렇습니다. 이해해요. 하지만 우리는 일상에서의 작은 타격을 이겨나가며 더욱 강해집니다.


바람 없이 자라는 나무는 큰 나무가 되기 전에 쓰러집니다. 바람에 저항하며 뿌리의 힘을 길러야 하는데, 바람이 없으니 뿌리가 튼튼해지지 못해 잎과 줄기가 가득 자라면 무너져버리는 것이지요. 조너선 하이트는 그의 저서 '불안세대'에서 '안티프레질'을 강조합니다. 강해지기 위해 우리는 때때로 넘어질 필요가 있으며,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복잡계의 공통된 성질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자녀가 경험하는 대부분의 어려움은 자녀가 이겨낼 수 있는 크기입니다. 어려움의 크기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며 고비를 넘기고 나면 더욱 성장한 자녀를 만나게 되지요. 우리는 자녀의 어려움만큼이나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과 그 성취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을 통합적으로 볼 때 우리는 온전해지지요.


문제와 원인을 깊게 아는 것으로 상황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새로운 도전과 가능성, 그리고 그것을 실제 삶에서 구현해 낼 때 우리는 변화하지요. 아는 것이 힘이라곤 하지만, 안다고 내가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달라지고 싶다면 다르게 행동해야지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우리가 시청자로서가 아니라 수행자로서 살아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여러분은 보다 나은 '부모'로 존재하기 위해 오늘 어떤 도전을 행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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