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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 방이 생겼다

by 김혜정

오, 이게 얼마만인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역사적인 이 날은!

3월 25일 이후로 아흐레 엿새나 되는 날이다.


흘러간 나의 2304시간은 어디로 갔을까.

96일 동안을 발하고 쇠했다가 소멸한 내 시간들.

내 손안에 잡힐 것 같지 않았던 시간들,

뜬 구름을 잡으려 애썼던 것만 같은 시간들.

뜬 구름처럼 내 몸도 공중을 붕붕 떠다닌 것만 같은 시간들.


너무 많은 일들이 내 몸과 정신을 뒤범벅했다.

이번 학기는 가혹했고 잠잘 시간을 빼앗아갔다.

주 3일 중 아침 10시 수업을 두 개나 들었고

대학원 수업이 끝나면 내 수업을 했다.

심리검사 팀별 과제로 매주 밤 12시 넘도록 고전했지만

기말고사를 망쳐서 B+을 받았고,

토익점수가 안 나와서 졸업 시험이 유예되니,

논문 연구등록은 내년 1학기로 미루어졌다.


눈을 뜨면 움직여야 했고

잠시라도 쉴 시간이 없었다.

씻기 전 자정쯤 잠깐 누웠다가 소파에서 깜빡 잠이 들면

새벽 5시 반에 동이 틀 때 눈이 떠졌고 그때서 세수를 했다.

언제쯤 이 여정이 끝날까, 언제 편히 숨을 쉴 수 있을까,

고대하고 고대했다. 이번 학기가 제발 끝나기를.


이번 학기가 유난히 힘들었던 건

심리검사 수업도 그렇고 과제나 전과목 시험도 그랬지만,

교습소를 차린 일 때문이기도 했다.

이전 공부방에 예비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아서 마음을 졸였고

결국 시간차가 생기는 바람에 월세를 이중부담하면서 통장이 털렸다.

처음 해 보는 리모델링 인테리어라는 것 역시

모든 걸 맡기는 방식이 아니라 내가 하나하나 구상하고 선택해야 했고

생각지도 않은 부분에서 큰 비용이 발생하면서 마음에도 구멍이 났다.


시간이 힘들게 지나간다는 느낌은 여전히 그렇다.

학기가 끝나서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겼고

내가 그토록 원하던 교습소를 내 마음대로 인테리어해서 기쁜데

산을 넘으니 또 다른 산이 버티고 있다.

하나의 산이 아니라 첩첩산중이다.

인생이 고달프다는 게 이런 것인가.


그래도 인생이 고달프기만 할까.

낙이라는 게 있는 거지.

여기 나의 교습소 내 방에 앉아 브런치에 글 하나 떨어뜨리는 이 시간.

이게 바로 낙이라는 것이지.

교습소 나의 방


깜깜한 밤은 동이 트면 언제 깜깜했냐는 듯이 소멸되고

떠오르는 아침해가 또다시 우리를 향해 빛을 발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아침해를 맞으며 7월에는 나의 방에서 글을 쓰기 시작할 것이다.




https://brunch.co.kr/@serendipity712/193


작년에 품었던 교습소에 대한 열망을 1년 후에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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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