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가 없다>를 보기 2시간 전
또렷하지 않고 약간 멍때리는 느낌
갈피를 못 잡겠다.
이런 적이 있었나.
이렇게 몽롱한 기분
눈은 약간 졸린 듯 꿈벅꿈벅
숨은 쉬는 듯 안 쉬는 듯 고요히 들락날락
늘어진 뱃살이 몸에 추를 달아놓아서 그런지
어깨마저 천근만근
아들 말마따나 에너지드링크라도 마셔봐야 할까.
전두엽이 고장 난 이 느낌
몸을 쉬라는 뜻인지,
점점 체력이 고갈되고 있는 것인지.
해야 할 일을 체크리스트에 담아두고
띄엄띄엄 체크를 해보지만
일이 손에서 스르륵 빠져나간다.
나는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
측좌핵과 편도체가 지루하다고 투정부리고 있는 걸까.
좀이따 <어쩔 수가 없다>를 보면 정신이 번쩍 들까.
너무 쉽게 흘려보내는 1초 1초가 아까운데
그냥 막 달리고 있는 시곗바늘을 멈출 수가 없다.
1분 1초가 아쉽고 하루가 아쉽고
멍 때리는 나의 멍한 기분이 너무 아쉽다.
늘 또렷한 정신으로 바쁘게만 사는 게 정답이 아닌데
늘어진 육체를 닦달하는 나의 두뇌 때문에 오늘의 괴리가 벅차다.
나의 몸과 정신을 정비하기 위하여
오늘 밤 8시 20분 나는 가족을 이끌고 영화관으로 간다.
<어쩔 수가 없다>를 온몸으로 느끼며 뇌에 제동을 걸어
나는 어쩔 수가 없는 나의 도파민을 기어코 채우고 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