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유민 Sep 23. 2024

가을의 끝

<우주의 삼차원> 1부 제1우주. 2장

 우편함 속에는 아주 작은 목걸이가 들어있었다. 어린아이만이 할 수 있을 법한 크기였다. 제대로 보려고 눈을 가까이할수록 목걸이의 보석들이 연달아 빛났다.


 “이게 왜 나한테...”


 무려 십 년 동안 궤도 센터에 있었는데 처음으로 우편물이 왔다. 게다가 한 번도 보지 못한 목걸이.


 “토미야, 이거 네 거야? 누가 보낸 거야? 나는 네가 목걸이 한 걸 본 적이 없는데.”


 미랑 언니는 우편함 속 목걸이를 꺼내 보석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눈이 초롱초롱한 걸 보니 꽤나 좋은 보석이 박혀있나 보다.


 “아니요, 저도 처음 봐요. 제 것도 아닌데 왜 제 우편함에 있는지...”

 

 어차피 내 것도 아닌데 목걸이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언니한테 줘야겠다.


 그 순간 언니가 내게 다급하게 물었다.


 “토미야, 너 생일이 언제야?”

 “2981년 1월 1일이요. 갑자기 왜요?”

 “...”


 대답 없는 언니를 보니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이거, 네 목걸이네! 빨리 여기 봐봐!”


 언니는 내 눈앞에 목걸이를 내밀었다.

 내 목걸이라고? 아무리 봐도 특별할 것이 없어 보였다. 여기저기 둘러보는 그때, 강하게 쏘는 빛이 눈에 들어왔다. 독특한 빛을 내는 그 부위에는 무언가 쓰여 있었다. 내 생일이었다.


 “내 생일...”


 목걸이를 이루는 보석보다 더 빛나는 물질로 ‘2981.01.01.’이라는 글자가 희미하지만 확실하게 보였다.


 나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내 생일이 쓰여 있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지구에서 태어나는 새 생명은 일 년에 열 명도 채 되지 않는다. 현재 살아있는 사람끼리 생일이 겹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뜻이다. 2981년 1월 1일에 지구에서 태어난 사람은 확실히 나 혼자다.


 그렇다면 이 작은 목걸이는 분명 내 것.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신생아 때 누군가 내게 목걸이를 주었나? 지구에 있을 때 이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어떻게 된 걸까.




 그날 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가슴 뛰는 느낌을 받았다. 불안함, 두려움, 그리고 설렘이 뒤섞인 감정이었다. 잠이 올 리가 없다.


 나는 침대에서 뛰쳐나와 우편함 관리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우편을 관리하는 인공지능이 있었다. 수업을 가르치는 그 녀석은 아니었다.


 나는 헐떡이는 숨을 고르며 물었다.


 “이 목걸이가 어떻게 제 우편함에 있는 거죠?”


 정적이 흘렀다. 나를 바라보는 인공지능 녀석의 눈동자가 더 무섭게 느껴졌다. 그때, 그 녀석은 목걸이를 스캔하기 시작했다. 이런, 괜히 겁먹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조그만 목걸이가 나를 이렇게 만든다.


 스캔을 마친 녀석이 말했다.


 “이 목걸이는 우주에서 강한 빛을 내며 떠다니고 있어 우리 센터에 감지되었습니다. 목걸이에 적힌 날짜로 보아 토미 님의 목걸이기 때문에 우편함에 넣었습니다.”


 우주에 떠다니고 있었다고? 왜? 도대체 내 목걸이가, 아니, 나도 모르는 내 목걸이가 어떻게 우주에 떠다니고 있었단 말이지?


 손에 있는 목걸이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희미하지만 강렬한 빛을 내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미랑 언니는 나를 보자마자 달려왔다.


 “토미야, 목걸이에 대해 알아낸 거 있어?”

 “관리실에 가보았더니 그 목걸이가 우주에 떠다니고 있었대요. 확인해 보니 제 생일과 똑같았고요.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언니는 깜짝 놀라 입을 막았다.


 “일단 갖고 있어 봐.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고!”


 그 후 나는 수업을 들으러 강의실로 향했다. 강의실에 들어가자 인공지능 녀석이 나를 불쾌하게 반겼다.


 “토미 님은 지금 센터장실로 가보기 바랍니다. 센터장님 지시입니다.”


 여태껏 저 녀석은 내게 한 마디 한 적도 없었는데 처음 꺼낸 말이 센터장실로 가라는 거라니. 아침부터 기분이 영 좋지 않다.


 강의실에 들어가자마자 다시 나와 센터장실로 갔다. 오늘은 수업하기도 전에 나를 부르셨군. 또 어떤 잔소리를 하실까. 보나 마나 수업 제대로 들으라는 잔소리겠지.


 여느 때처럼 노크를 하고 센터장실로 들어갔다. 웬일로 센터장이 웃으며 나를 반겼다.


 “오, 토미 양. 이리 와 앉아 봐.”


 요즘에 왜 이렇게 이상한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센터장의 처음 보는 미소에 알레르기 반응이 생길 것만 같았다.


 “토미 양이 그동안 여기서 일을 배우고 공부도 나름 열심히 하고. 참 수고가 많아요. 내가 어제 좀 혼낸 것 같아서. 허허...”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건지, 쓸데없는 말씀만 늘어놓으시는군. 그럴수록 점점 불안해졌다.


 “음, 내가 말이지. 토미 양의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다그치기만 해서 미안했어요. 알다시피 우리 센터 사람들수준이 좀 높잖아. 그거야 뭐, 그동안 내가 열심히 지원해 준 덕이지. 다른 센터들은 인공지능한테 의지하기만 하고. 이럴 때일수록 능력 있는 기술자가 필요한데 말이야.”

 

 또 본인 자랑을 하시는군. 그래서 어떤 말씀을 하려고 부르셨나요.


 “생각해 봤는데, 토미 양은 여기서 수준에 맞는 공부를 못 받을 것 같아서. 내가 잘하는 친구들만 키워내다 보니 토미 양 같은 못하는... 아니, 아직 성장하고 있는 친구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거야.”


 맞는 말씀이긴 하다. 못하는 걸 어떡해. 기분은 조금 나빴지만 이 정도로는 타격이 없다.


 센터장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다시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그래서 여기가 아닌, 토미 양에게 더 잘 맞을 다른 궤도 센터를 알아봤어요.”


 네? 다른 궤도 센터라니. 무슨 말씀이신지. 불안함은 점점 커져갔다.


 “찾아보니 겨울 궤도 센터와 엔지니어를 서로 교환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교환. 불안함은 항상 예상을 빗나가질 않는다.


 하루도 빠짐없이 나를 짐처럼 여기셨던 센터장이 십 년이나 나를 품고 견딘 것 놀랍기는 했다. 하지만 ‘교환’한다니. 내게 동의를 구하지도 않은 채. 희로애락 없이 여기서 지낸 세월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곳에 가고 싶지는 않다. 나는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토미 양은 내일부터 겨울 궤도 센터에서 일할 겁니다.”


 센터장은 내 얼굴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몇 시간 후 여기서 겨울 센터로 가는 우주선이 출발할 겁니다. 수고했어요. 행운을 빕니다.”


이전 01화 가을 궤도 센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