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을 써 내려가는 일은 지루했다.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사무실에 들어가면 6시가 조금 넘는다. 출근시간인 8시까지 두 시간 가까이를 가만히 자리에 앉아 글을 썼다. 하루 한 가지 주제를 대략 2천~3천 자가량 쓴다. 이렇게 짧은 표현으로 끝맺어버리기엔 그 과정이 너무도 지루하고 힘들었다. 50여 개나 되는 주제이니 최소 50번을 반복해야 하는 일이다. 그렇게 글쓰기를 3개월. 인내가 길면 길수록 그 열매는 달다고 했던가. 고된 노력은 배신하지 않고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처음 계획했던 구도에서 조금씩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목표로 했던 10만 자를 조금 넘기는 원고가 기대했던 기한 내에 완성되었다. 매일매일 써야 할 분량을 채우는 일이 버겁기는 했지만, 글쓰기는 분명 쓰는 행위 자체로도 매우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기회였다.
3개월간 쉬지 않고 글을 쓰는 동안 몸무게가 많이 늘었다. 글쓰기의 영향이라기보단 식욕을 제어하지 못한 호르몬이 더 문제였을 테다. 아무튼 내 눈에 보이는 내 몸뚱어리가 너무도 볼품없었고, 무엇보다도 불어난 몸을 지탱하느라 허리와 무릎에 무리가 왔는지 관절 여기저기가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글쓰기가 끝나갈 무렵에는 얼른 글쓰기를 마치고 아침에 운동을 해야겠다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글쓰기를 끝낸다고 바로 모든 걸 멈추고 바로 운동을 시작할 수는 없었다. 마구 써낸 글이 책이 되기엔 아직 거쳐야 할 과정들이 남아있었기에.
목표로 한 10만 자의 분량을 모두 채운 뒤에는 탈고를 시작했다. 지겹도록 쓴 글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은 긴 시간 새 글을 써내는 일만큼이나 따분한 일이었다. 하지만 최소한의 탈고도 없이 출판사에 투고를 던질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나부터가 누군가의 글을 읽을 때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글의 맥락이나 접속사 등이 어색한 글이라면 딱 잘라서 읽고 싶어지지 않는다. 같은 의미로 탈고가 되지 않은 내 글을 누군가 읽는다는 상상만으로도 발가벗겨진 듯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2주 가까운 시간을 탈고에 투자했다. 기본적인 맞춤법은 블로그의 맞춤법 검사 기능을 이용해 수정하고, 수정된 글을 소리 내 읽어보아서 이상한 부분이 없는지 검토했다. 내용적으로도 수정할 사항이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최종 원고를 마무리 지었다. 이제 출판사에 투고를 돌리면 출간 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끝난다.
충남권에서 가장 큰 서점으로 향해 책들을 뒤졌다. 경영서 코너에서 카페나 창업과 관련된 책들 수십 권을 뒤적이며 투고 메일을 보낼 출판사들을 추려냈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책의 제목을 보고 유사한 책들을 찾아냈다. 그런 다음 목차나 내용을 대략적으로 살펴봐서 조금이라도 내 책과 유사한 경향이 있는 듯 보이면 가장 마지막 페이지 혹은 가장 첫 페이지에 기재된 출판사 정보와 이메일을 사진으로 찍는다. 사진을 찍을 때는 메일 주소만 보이도록 하지 않고 출판사 명과 참고한 책의 제목까지는 나올 수 있도록 하는 편이 도움이 되었다.
사진을 찍어 후보로 만든 출판사들을 엑셀로 정리했다. 책 제목과 출판사명, 이메일 주소와 특이사항 등을 묶어두면 후에 메일을 주고받으며 해당 출판사가 어떤 책을 출간했는지 쉽게 찾아볼 수 있어 진행에 매우 유리했다. 정리된 출판사에 메일을 보냈다. 간략한 인사말과 자기소개에 더해 원고에 대한 설명을 적었다. 책을 낸 이력이 있으니 간략한 첫 책의 소개도 빼놓지 않았다. 첨부파일로 원고를 붙여 전송 버튼을 누르면 투고의 과정은 끝이 난다. 주의해야 할 사항이라면 단체 메일처럼 보이지 않도록 메일의 개별 발송 기능을 항상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이다. 네이버 메일은 개별 발송 기능을 사용하기에 아주 편리했다. 개별 발송 체크 박스를 클릭하는 것만으로 4~50여 개의 출판사에 각각 메일을 보낸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출판사 담당자들은 개별 발송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미 짐작하고 있겠지만.
투고를 메일 발송을 마치고 나니 카이사르의 유명한 문장이 떠올랐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몇 개나 되는 출판사에서 답을 받으려나 하는 불안감도 들었지만,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마쳤다는 안도감이 더 크게 몰려들었다. 원고를 완성하고 투고 메일을 보냈다는 생각만으로 기분이 좋아져 주말에는 집사람과 술도 한잔 마셨다. 내 원고의 가치를 알아보는 좋은 출판사를 만나는 일을 상상하며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첫 책의 인연처럼 내 원고를 알아봐 주고 멋진 책으로 변신시켜 줄 출판사가 반드시 나타날 거라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완성된 원고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투고해 볼 것을 권한다. 쓴 사람이 읽기엔 미천해 보이고 누가 이런 글을 읽어줄까 싶을 수도 있지만,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집필한 다양한 종류의 글이 존재하고, 누군가는 그 글을 통해 영감을 얻고 지식을 습득하니 세상에 쓸모없는 글은 없다. 투고 메일을 돌렸을 때 받게 될 냉철한 피드백과 무응답을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처음 몇 번은 당연히 마상(마음의 상처)을 입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마저도 익숙해질 것이다.
처음 장문의 글을 완성하고 나서는 그대로 서랍에 넣어두었었다. 완성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완성된 후에도 2~3년은 서랍 속에 묵혀져 있었으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시간이 무척이나 아까웠다. 에라 모르겠다 심정으로 메일을 보내봤더라면 어땠을까? 완벽하지 않은 글이라도 유능한 편집자와 출판사의 협업으로 더 빠른 시간 안에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까? 나처럼 주저하다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를 바란다. 일단 투고 메일을 돌려보면 생각보다 내 글을 기다리는 출판사 관계자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랄지도 모른다. 뭐가 됐든 던져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