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사관학교 - 태도/마인드: 섬세
차장 사관학교 - 태도/마인드/능력편
1. 오토 최적화 센스
2. 미션인지
3. 자존감
4. 극강의 오너쉽
->이번글: 5. 배려하는 섬세함
일 잘하는 사람들을 관찰해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섬세함입니다.
그 섬세함은 단순한 친절이나 꼼꼼함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감정을 티 나지 않게 배려하고,
상대방의 생각을 말하기 전에 미리 읽어내는 능력.
이 섬세함이야말로,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할 때 빛을 발하고,
나 혼자 일할 땐 상상하지 못한 실수를 줄여줍니다.
저는 이 능력을 두 갈래로 나누어 관찰했습니다.
하나는 감정을 읽는 섬세함,
다른 하나는 생각을 읽는 섬세함입니다.
당신의 판단으로는 A 방향이 맞습니다.
그런데 상사는 B 방향을 지시합니다.
그 순간, 당신은 이렇게 말합니다.
“아, 네. B로 진행하라는 말씀이시군요.”
“근데 제가 좀 헷갈려서요… A는 이런 장점이 있고,
B는 또 이런 면에서 괜찮은 것 같기도 해서…
제가 아직 판단이 부족해서요…”
잠시 고민하던 상사는,
결국 A로 결정합니다.
당신은 바로 이렇게 반응합니다.
“역시 명쾌하십니다. 저는 잘 몰랐는데,
방향을 딱 잡아주시네요.”
상사는 자신이 지시를 번복했다는 느낌 없이,
오히려 '좋은 결정'을 내린 리더로 기억됩니다.
당신은 원하는 방향을 얻었고, 상사의 기분도 전혀 상하지 않았습니다.
이게 바로 감정을 건드리지 않고 설득하는 섬세함입니다.
회의 발표자료 중
특정 부서 담당자가 곤란해질 내용이 있을 때,
아무 말 없이 그대로 발표하면
그 사람은 불시에 타격을 받습니다.
하지만 섬세한 사람은
발표 전에 살짝 다가가 말합니다.
“오늘 발표드릴 자료 중에
이 부분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미리 알고 계시면 나중에
대응하시기 편하실 것 같아 말씀드립니다.”
이 한마디에 상대는
**‘아, 이 사람은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이구나’**라는
감정을 갖게 됩니다.
아무리 합리적인 설명이라도,
준비 없이 맞는 말은 때로 공격처럼 들립니다.
당신이 단 30초만 먼저 다가갔을 뿐인데,
회의의 온도가 달라집니다.
어떤 사람이 메일을 보냈는데,
내용에 자잘한 오류가 있습니다.
그리고 참조(Cc)에는 리더십 전원이 들어가 있죠.
어떤 사람은 ‘전체회신’ 버튼을 누르고 이렇게 씁니다.
“이 부분은 사실과 다르며, 수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섬세한 사람은 다르게 행동합니다.
그 사람만 수신자로 넣고, 조용히 정정합니다.
혹은 리더십만 ‘참조에서 뺀 채’ 회신합니다.
받는 사람은 순간,
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깨닫고
**‘누구까지 알게 된 건가’**를 생각합니다.
그리고는 **‘리더한테는 일부러 안 보내주셨구나’**라는
은근한 배려를 느낍니다.
회의 10분 전, 상사는 바빠 보입니다.
곧 중요한 발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정작 그 이슈의 세부사항은 아직 모르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때 당신은 슬며시 다가가 말합니다.
“이거 상무님이 물어보실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이런 배경이고, 최근 이런 이슈가 있었습니다.”
그날 회의에서,
상사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합니다.
그리고 회의 후,
아무 말 없이 당신을 슬쩍 한번 쳐다봅니다.
그 눈빛 하나로도 알 수 있습니다.
**“고맙다”**라는 말이 들어 있었다는 것을.
아내와 여행 중 신발 매장에 들렀습니다.
예쁜 신발이 눈에 들어와 몇 켤레를 신어보았지만,
캐리어에 더 이상 짐을 넣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직원은 그걸 눈치챈 듯했습니다.
아무 말 없이 계속 응대해준 뒤, 마지막에 명함 한 장을 건넸습니다.
거기엔 손글씨로 모델명과 사이즈가 적혀 있었습니다.
“혹시 나중에 온라인 주문하시게 될까 봐요.”
나는 그 순간 고객이 아닌 ‘사람’으로 존중받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뉴욕의 한 의류매장에서 바지를 입고 있었을 때입니다.
피팅룸에서 거울을 보고 있었는데,
문 위로 다른 바지 하나가 살짝 건네졌습니다.
“이거는 같은 디자인인데 다른 색상이고요,
이 사이즈가 더 잘 맞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그 직원은 내가 말하지 않은 불편함을 먼저 느끼고,
내가 아직 고려하지 않은 옵션을 먼저 제안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필요한 것을 건네는 것.
그게 바로 생각을 읽는 섬세함입니다.
현장 업무 중, 나는 C대리와 자주 짝을 이뤘습니다.
차량 정비 과정에서 그가 어떤 도구를 꺼낼지 항상 미리 예상했습니다.
볼트 작업이면 스패너,
좁은 공간이면 롱 드라이버,
위험한 작업이면 장갑과 받침대.
그가 말 꺼내기도 전에,
내 손에서 도구가 쏙 나가면 그는 항상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야, 너랑 일하면 진짜 편하다.”
이건 기술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몰입의 결과였습니다.
원가 데이터를 검토하던 중,
협력사가 어떤 항목을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산정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보통은 협력사가 너무 비싸게 써냈는지를 보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 경우 나는 거꾸로 생각했습니다.
“이건 너무 낮은데… 계약 후 문제 될 수도 있겠다.”
보고서에 그 가능성을 적었습니다.
“이 항목은 과소 계상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며,
사후 손실 보전 요청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리더는 한참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 정도까지 생각해주는 보고가 진짜 보고야.”
자료가 너무 많아 보고서를 길게 썼던 날,
나는 모든 내용을 정리한 뒤 마지막 페이지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이 중 핵심 이슈 Top 5를 요약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 순간 회의의 결이 바뀝니다.
자료는 많지만,
당신은 무엇이 중요한지를 아는 사람으로 보이게 됩니다.
사람의 감정과 생각을 읽는 능력은
관찰과 상상, 그리고 반복 훈련으로 충분히 길러집니다.
한 가지 추천하는 훈련 방법은 세계 문학 읽기입니다.
요즘 콘텐츠처럼 단순한 캐릭터가 아닌,
복합적인 감정과 상황에 놓인 인물에 몰입해보는 경험은,
현실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감정선도 더 입체적으로 읽게 해줍니다.
섬세함이란, 상대의 감정에 ‘빙의’하는 습관에서 출발합니다.
섬세한 사람은, 단순히 ‘착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들은 말하지 않아도 필요한 걸 해주는 사람이고,
누구보다 조용히 남을 돋보이게 해주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과 일하면,
다시 함께 일하고 싶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게 바로,
일잘러의 진짜 실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