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마인드: 오너쉽
차장 사관학교 - 태도/마인드편
1. 오토 최적화 센스
2. 미션인지
3. 자존감
-> 이번글: 오너쉽
최근에 오랫동안 알아온 존경하는 리더쉽과의 만남에서
업무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전무님은 **“자기 일처럼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하셨고,
이 말이 오너십의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낸다고 느꼈습니다.
우리 회사는 제품 단위로 각 분야 인원이
TFT 형식으로 배정되어 협업합니다.
예를 들어 소형차 핸들이라는 제품이 있다면,
설계 담당자
시험 담당자
품질 담당자
구매 담당자
코스트 엔지니어 등
여러 부문이 함께 일하지만,
설계 담당자가 대표로 TFT를 리드하고
상황을 보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마 전,
전무님이 계신 조직에서 사고가 터졌습니다.
조립라인에서 이상 부품이 발견된 겁니다.
문제가 된 부품은 이미
몇 차례 시험 생산을 마친 후,
대량 생산을 앞둔 핵심 부품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부품이 장착된 차량은
며칠 뒤면 출고가 시작될 예정이었죠.
긴급 보고가 올라왔고, 임원 회의가 소집됐습니다.
현장에서는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설계팀에서 준 스펙대로 만들었어요.”
“공장에서 잘못 생산한 거 아닐까요?”
“운송 중에 충격이 있었는지도 확인해야겠네요.”
“조립팀 테스트 장비가 이상 있는 건 아닌가요?”
리드할 책임자는 설계담당자였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희는 정해진 스펙을 정확히 공장에 전달했습니다.
제 영역은 이상 없습니다.”
…그 말이 끝이었습니다.
(이 심리에 대해서는 이전글 자존감편 참조)
원인 분석도 없고,
추가 시험 계획도 없고,
다음 액션도 없었습니다.
각 부서가 서로
**“나는 문제없이 잘했어요”**만 외치며 물러서고,
문제는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았습니다.
그때 전무님이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서 당신의 업무는 스펙 전달만이 아니에요.
당신의 업무는
이 제품이 양품으로 조립 라인에 무사히 올라가는 것입니다.
(이전글 '미션인지'참조)
그리고 지금, 그 책임자가 당신입니다.”
그 한마디가
회의실 공기를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설계담당자의 자리엔
차분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습니다.
오너십은 '잘못했냐, 아니냐'가 아니라
‘내가 해결하겠다’는 자세에서 시작됩니다.
신입대리 시절,
아무도 해본 적 없는 시험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습니다.
북미 본사와 공동으로 시험을 설계하고,
협력사에서 장비를 구입해 진행하는 구조.
긴밀한 협력관계였지만,
경험도 자료도 부족했습니다.
결정적인 일이 터진 건,
협력사가 장비를 잘못 주문했단 걸 알게 되었을 때입니다.
수천만 원짜리 장비였고, 시험 일정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문제는 누가 이 비용을 책임질 것이냐였고,
양사의 관계가 흔들릴 위기였습니다.
메일은 의미 없었고,
회의는 겉돌았고,
법무팀을 끌어들이긴 민감했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제가 미국 본사에 가서 협력사와 직접 논의하고,
문제를 마무리하겠습니다.”
팀장은 황당한 표정이었습니다.
출장 경험도 거의 없는 신입대리가,
그것도 비행기 값만 해도 백만원이넘는 미국 출장을 간다고?
“출장이 어려우시면, 휴가를 내고 제 사비로 다녀오겠습니다.
다만,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고 돌아오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팀장님은 말없이 회의실로 들어갔고,
한참 뒤에 돌아와 말했습니다.
“출장 승인 났다. 잘 다녀와라.”
그 출장 이후,
문제는 원만히 해결되었고,
북미와의 신뢰는 오히려 더 견고해졌습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오너십은 직급이 아니라 태도로 증명되는 것임을.
곁들이는 말: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새파랗게 어린 대리가 휴가를 쓰고 사비로
출장 다녀오겠다고 한 상황 자체가
참 극단적이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큰 회사라도,
그런 이야기가 안팍에 알려지면
회사 체면이나 리더십 체면이 말이 아니니
결국 승인해주신 게 아닐까 싶습니다.
솔직히 돌이켜보면,
그 출장에 회사 돈을 썼어야 했나 싶은 마음도 듭니다.
이건 제 커리어 중에서도
아주 예외적인 사례였고,
이런 태도를 늘 기본값처럼
가져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건 아닙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해야 할 일을, 정해진 시기에,
자신의 최선을 다해 책임 있게
챙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중요한 건 그 일의 결과에 대해
‘내 일처럼’ 책임지는 태도입니다.
그게 바로 진짜 오너십이니까요.
한 가지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R&R(역할과 책임)이 명확히 나뉘어 있는 경우,
타인의 권한을 침범하는 것은 오너십이 아니라 오지랖입니다.
예를 들어,
내 경험상 더 나은 방향이 보여도 상대 부서의 권한이라면
조언은 “참조용 자료”로만 제시하고,
최종 선택은 권한자가 하도록 남겨야 합니다.
또, 반대로 상대가 본인 권한 밖의 내용을 강하게 주장할 때는,
다음처럼 부드럽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업무에 미흡함이 있어 권한 구분이 헷갈렸는데,
이 부분이 A님 권한이라는 문서가 있을까요?
말씀하신대로 진행하기위해 내부 승인 시
권한 확인이 꼭 필요해서요.”
이렇게 확인된 권한이 상대에게 없다면,
“훌륭한 의견 감사합니다.
공식 권한은 아니시지만, 말씀은 꼭 참고하겠습니다.”
정도로 마무리하면 상대 자존심을 지키면서도
역할은 명확히 구분할 수 있습니다.
진짜 오너십은 ‘책임 회피하지 말자’ 수준이 아닙니다.
오히려 다음의 세 가지를 포함한 행동 중심의 태도입니다.
내 일이 끝까지 잘 마무리되도록 끌고 가는 책임감
직급이나 조건을 뛰어넘어 문제를 풀어내려는 실행력
타인의 권한은 존중하되, 협업은 책임 있게 조율하는 감각
이러한 오너십은
당신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핵심 자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