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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했을때, 보고잘하면 오히려 상사한테 점수딴다

보고와 지시 2편: 문제/실수 보고

by 마찌

실수를 보고했는데,

오히려 신뢰를 더 얻는 일도 가능할까요?


민수의 하루


금요일 오후 4시 10분.

민수는 계약서를 다시 읽다가, 순간 멈췄다.
한 줄이 이상했다.

납품 조건 중 하나가 빠져 있었다.
“이거… 진짜 문제 될 수도 있겠는데?”

머릿속에선 두 목소리가 싸우기 시작했다.

“지금 말해. 팀장 회의 들어가기 전에 알려야 해.”

“아냐, 일단 해결하고 깔끔하게 보고하자.”


민수는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팀장 방 앞. 노크 전, 마지막으로 중얼였다.


“혼나더라도, 지금 말하자.”

“팀장님, 하나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민수는 그렇게 시작했다.
아직 해결책은 없었지만, 문제는 분명했고,
그 문제를 지금 말하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었다.


“납품 조건 중 하나가 누락된 걸 확인했습니다.
아직 다 정리된 건 아니지만,
혹시 회의에서 이 얘기 나오면 당황하실 수 있어 미리 공유드립니다.”


팀장은 말없이 민수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미리 말해줘서 고맙다. 회의 중엔 내가 커버칠게.”


그 말을 듣는 순간, 민수의 손바닥에 맺혔던 식은땀이 사라졌다.
‘아, 이게 진짜 보고구나.’
혼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상사를 준비되게 해주는 사람, 그게 진짜 ‘보고 잘하는 사람’이었다.


“해결안은?” 그 질문 하나에, 숨이 턱 막혔다


회의가 끝난 뒤, 팀장이 조용히 물었다.

“해결 방안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지?”


순간 민수는 얼어붙었다.
“해결 방안… 아직 생각 중입니다.”

팀장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 표정이 민수에게 말했다.
‘문제만 던지고 끝이야?’

민수는 그제야 알았다.
‘문제 생겼습니다’는 보고가 아니라,
‘불안 던지기’에 불과하다는 걸.


두 번째 보고에서,

민수는 달라졌다


다음날 아침, 민수는 새 보고서를 들고 팀장에게 갔다.


“어제 건 관련해 두 가지 방안 정리했습니다.
– 기존 계약 수정 시나리오
– 납기 조정으로 보완하는 안


두 가지 모두 검토했고,

A안을 우선 추진해보려고 합니다.
다른 의견 있으실까요?”


그 말을 듣자 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런 식으로 갖고 와.

해결까지 같이 고민한 보고가 진짜 보고지.”


민수는 그때 깨달았다.
해결이 완벽하지 않아도,
고민한 흔적이 담긴 보고는 무기력하지 않다는 걸.


팀장이 던진 한마디


“혹시 이거, 다른 계약에도 같은 오류 있을 가능성은?”


민수는 멈칫했다.
‘생각 못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본능처럼 튀어나왔다.


“바로 확인하겠습니다.
동일 유형 조항은 전체 계약서에서 전수 점검하고,
핵심 프로젝트는 오늘 중으로 우선 확인하겠습니다.”


팀장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표정 하나에 민수는 배웠다.

“상사는 늘 확산을 막는 사람이다.”


“주의하겠습니다”는 가볍고,

“시스템 바꾸겠습니다”는 무겁다


그날 저녁, 민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다음부턴 조심해야지…”


하지만 곧 다시 생각했다.

“아니야, ‘주의’로는 안 돼.”


다음날 보고서 맨 아래, 민수는 이렇게 썼다.

“해당 항목 누락 방지를 위해
계약서 검토 시 ‘핵심 조항 체크리스트’를 신설하고,
2인 교차 검토 체계를 도입하겠습니다.”


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게 진짜 재발 방지지.”


그 순간 민수는 알았다.
주의는 뇌에 맡기는 거고, 시스템은 구조에 맡기는 거다.


마지막 고비: ‘누가 실수했는지’ 밝힐 것인가?


일이 마무리되고, 정식 회의에서 이슈를 보고해야 했다.
팀장은 민수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 조건 어떻게 빠진거지?”


민수는 대답할 수 있었다.
신입 사원이었고, 실수는 명확했다.

하지만 민수는 조용히 말했다.


“최종 검토는 제가 맡았는데, 팀책임입니다.”


팀장은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 회의실에서 그 말은 다시 나오지 않았다.

며칠 뒤, 실수했던 신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거… 왜 제 실수라고 안 하셨어요?”


민수는 웃으며 말했다.

“넌 지금 이름 하나가 평판인 시기야.
내평판은… 이정도로는 무너지지 않을 시기고.”


민수의 변화, 당신도 할 수 있다

그 한 번의 실수.
그걸 어떻게 보고했느냐에 따라
민수는 혼나는 사람이 아니라,
믿음이 쌓이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실전 상황: 셰프에게 보고할 때도 똑같습니다


요리대회를 이틀 앞두고,

핵심 재료 ‘한국 대파’가 빠졌습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말하시겠습니까?


잘한 보고 예시:


“셰프님, 한국 대파가 누락되었습니다. (원칙1: 즉시보고)
지금 두 가지 해결방안을 병행 중입니다.
– 한인마트 구매 시도 중 (막내가 이동 중)
– 한국 본사 긴급 배송 요청 중


둘 다 확보되면 상태 좋은 쪽을 사용할 예정이며,
혹시 다른 아이디어 있으실까요?

(원칙2: 해결제안)


동일한 누락 방지를 위해
전체 재료 리스트 전수 점검 완료했습니다.

(원칙3: Readacross)


다음부터는 두 명이 크로스 체크하는 시스템으로 바꾸겠습니다.

(원칙4: 재발방지 시스템개선)


(원칙5: 귀책 함구)


요약하면,
사람은 덮고, 시스템은 고치고, 보고는 신뢰를 만든다.


결국, 보고는


이 한마디로 기억되는 일이다

“그때, 그 친구는 진짜 믿을 만했지.”

실수를 감출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고했는가’로 신뢰는 두 배가 됩니다.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혹시 지금, 뭔가 문제가 생겼나요?
감추지 마세요.
아직 정리 안 됐어도,
'먼저 말하는 사람'이 결국 신뢰받습니다.

그리고 보고의 끝엔,
이 한 줄을 남기세요.


“다음부턴 시스템으로 막겠습니다.”


그 순간,
당신은 혼나는 사람이 아니라,
다음 기회도 맡길 수 있는 사람으로 기억됩니다.

보고는 신뢰의 시작입니다.
당신의 한마디가, 팀을 바꿉니다.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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