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평범한 결혼 2년 차 맞벌이 부부다. 신혼은 짝꿍이 살던 15평짜리 민간임대 아파트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결혼 3달 만에 전세를 끼고 방 3개, 화장실 2개를 갖춘 25평짜리 내 집 마련을 했다. 집값 하락론자와 상승론자가 만나 집을 사기까지 설득과 회유, 투쟁의 시간이 있었다. 부부는 경제적 동지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재테크 가치관을 하나로 수렴해야 자산을 빠르게 늘릴 수 있다. 재테크 가치관이 다른 배우자에게 '설득 당해 본' 경험자로서, 부부가 공통의 목표를 세울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첫 번째, 상대방이 '믿을 만한' 모습을 보인다.
결혼 후 아내가 남편에게 '이제부터 내가 지출관리를 할 테니 월급을 달라'라고 하면 어떨까? 저축액도 많고 평소 허튼 소비를 하지 않았다면 남편이 쉽게 동의할 것이다. 반면 달마다 옷을 사고, 냉장고는 열어보지도 않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상대방이 돈 관리를 하겠다고 나설 수도 있다. 배우자에게 믿음을 얻고 싶다면 내가 먼저 믿을만한 모습을 보였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경제신문은 보지도 않으면서 주식투자를 한다는 배우자를 믿고 월급을 맡기기는 어렵다.
결혼 전 나는 집값 하락론자였다. 우리가 결혼한 2020년에는 10년 가까이 이어진 아파트 상승장이 고점을 지나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지금 집을 사면 상투를 잡는 거라고 생각해 집은 결혼 후 2~3년 뒤에 마련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짝꿍은 실거주 1채는 무조건 있어야 한다는 확고한 사람이었다. 결혼을 준비할 때도 온통 집에 신경이 쏠려 있었다.
짝꿍은 6개월 동안 출퇴근 시간에 매일 부동산 공부를 하고, 주말에는 혼자 자전거를 타고 임장을 다녔다. 그리고 결혼 후 내 회사 위치, 예산, 장단점을 분석한 아파트 리스트를 내밀며 나를 믿고 제발 집을 사자고 설득했다. 나는 연애 때부터 짝꿍이 몇 년째 매일 경제신문을 읽고 자기개발에 열심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노력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배우자에게 그저 집값이 떨어질 것 같으니 사고 싶지 않다는 주장은 약해졌다. 그렇게 나는 짝꿍을 믿고 집을 샀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전세를 살면서 세입자에게 받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쏟아지는 언론의 집 값 뉴스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집 값이 떨어지든 오르든 1채를 가지고 있는 우리는 집을 팔지도, 사지도 않는 중립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에 소모할 에너지를 다른 투자 공부에 쓴다.
두 번째, 자기 전 10분 재테크 대화를 한다.
상대방이 의견을 수용해 하나의 목표를 세웠다면 그다음이 더 중요하다. 부부 공통의 재테크 가치관을 달성하도록 끊임없이 대화하고 함께 공부하는 것이다. 재테크를 일임한 배우자가 이 주제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겠다고 느낀다면 추진 동력을 잃는 것과 같다. 부부는 한 배를 탄 경제적 동지로 가계경제에 관련된 이야기는 함께 논의해야 빠르게 성장한다.
우리 부부는 매일 자기 전 투자 이야기를 한다. 환율이 오르는데 달러를 팔아야 할지, 내일 국내 주식은 얼마큼 더 사야 할지 의견을 주고받는다. 짝꿍은 경제신문에서 읽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고, 나는 유튜브로 공부한 내용을 공유한다. 거창하게 토의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자기 전 하루 10분 재테크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서로에 대한 신뢰도 생기고 관계도 더 돈독해진다. 내가 투자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니 흥미도 더 생겨 책도 찾아 읽게 되고 스스로 공부하게 된다. 밖에서 듣고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계의 소득을 창출하는 두 명이 힘을 모아 자산을 늘리는 것이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이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도 있다. 서로를 믿고 결혼한 부부라면 결혼 후 의견이 달라도 분명 조율할 수 있다. 그리고 부부의 재테크 가치관이 일치해야 자산 증식의 추진력이 생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상대방이 아니라 나부터의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