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시댁에서 2박을 한다고 하면 친구들은 불편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MZ세대는 1박이 대세인가 보다. 나는 시댁에 2박을 머무는 게 부담 없다. 시댁에 가면 신랑 친구들을 만나고 이곳저곳 놀러 다닌다. 시부모님과는 주로 외식을 하고 집에서 먹어도 설거지는 짝꿍이 한다. 내 집만큼 편하지는 않지만 2박을 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시댁에서 며칠을 머무느냐는 배우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짝꿍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짝꿍과 나는 결혼 2년 차 동갑내기 부부다. 우리는 서울에 살고 양가 부모님은 제주도, 경상도에 사신다. 친정과 시댁, 멀리 떨어진 2곳을 가기 위해 우리의 명절은 항상 바쁘다. 결혼 전 우리는 양가 용돈과 방문을 공평하게 하기로 했다. 명절, 어버이날, 양가 부모님 생신에 드릴 용돈을 똑같이 정하고 명절에는 한 집씩만 가기로 했다. 설에 시댁을 가면 친정은 그 전 주말에 가고 추석에는 반대로 친정을 가고 시댁은 그 전주에 가는 식이다. 그러나 현실은 계획과 달랐다.
결혼 후 처음 맞는 명절부터 어느 곳을 명절 전에 가야 할지 정할 수 없었다. 첫 명절이라는 이유로 당일에 가지 않는 게 큰 불효처럼 느껴졌다. 짝꿍도 나도 미혼일 때는 명절 아닌 다른 날 가도 됐던 ‘우리 집’이 결혼을 하니 ‘시댁’과 ‘처가’로 바뀌었다. 부모님과 집은 그대로인데 결혼을 함으로써 예전엔 당연했던 게 당연하지 않았다. 그래서 명절 뒤로 휴가 이틀을 붙여 양가를 모두 다녀왔다. 시댁을 먼저 가고 명절 당일날 아침을 먹은 뒤 친정으로 갔다.
설 당일에 친척들이 모두 모이는 시댁에서는 점심을 먹고 가지 않는 것에 처음에는 서운해하셨다. 그러나 지금은 지방 2곳을 가야 하는 우리의 상황을 이해하고 항상 공항까지 데려다주신다. 친정은 명절 연휴를 하루밖에 같이하지 못하는 대신 시댁보다 하루 더 머무른다. 엄마는 짝꿍이 좋아하는 갈비찜과 잡채를 매일 하고, 설거지는 내가 한다. 짝꿍이 3박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우리의 명절 계획은 결혼 전과는 다르다. 명절에 한 곳만 방문하기로 한 이상적인 계획은 실제 겪어보니 불가능했다. 명절 때 양가 2곳을 다녀오면 피곤하고 미혼일 때처럼 마음대로 할 수도 없다. 결혼에는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임이 한쪽에게만 부담일 필요는 없다. 부모님 댁을 방문했을 때 나의 태도가 배우자의 다음 방문 의지를 결정한다. 나의 부모님은 내가 설득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추석은 양가 모두를 방문하지 않기로 했다. 각자 부모님께 미리 말씀을 드리고 이번에는 쉬기로 했다. 추석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