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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충권 Oct 11. 2024

판넬 문을 제발 좀 닫으세요.





또 판넬 문을 열어 놨다. 여름 동안에 날씨가 더운데다가 변압기에 열을 나니까 열어 놓았겠다 했다. 이제 그 뜨겁던 여름도 갔다. 연 이틀 비가 여름 장마처럼 내리더니 하루 사이에 가을 냄새가 났다. 그런데도 내가 닫은 변압기 큐비클(Cubicle)에 문을 열어 놓았다. 직원들을 교육할 필요가 있겠다 싶다.


  코자코연수원은 양평 강가에 세워진 연수원이다. 처음 갔을 때는 저압 판넬이 있는 위치를 앞장서 가며 알려 주는 직원과 함께 돌았다. 창문으로 남한강 줄기가 보였다. 

  “이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제 고향에도 갈 수 있겠네요.”

  “고향이 어디신데요?”

  “단양이요. 지금은 충주댐에 막혔지만, 옛날에는 강원도에서 서울로 나무를 옮기려면 뗏목을 만들어 타고 이 앞을 지나다녔겠네요.”

  “좋은데서 나셨군요.”

  “지금은 충주댐의 가장 상류에 물이 닿는 곳이 도담삼봉이에요. 고향에 닿는 강줄기를 보니까 고향 생각이 나는군요.”


  코자코에는 한 달에 네 번을 간다. 가는 날은 수요일로 잡았다. 일주일에 한번을 출근하듯 가야 한다. 전기실을 돌아보고, 각층에 있는 EPS(Electric Pipe Shaft, 전기공사를 하기 위해 수직으로 관을 매설하여 통로를 만든 공간)에 들러 저압 판넬을 점검한다. 그동안에는 전기안전관리자를 채용해서 상주해서 관리했는데, 비교적 적은 전력을 수용해서, 방문하는 관리로 바꾼 곳이다. 일주일에 한번을 가니까, 연수원으로 들어가는 정문에서도 내 차를 등록했는지 가까이 가기만 하면 차단기가 자동으로 열린다. 건물에 들어가면 안내데스크에도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하고 지하로 바로 내려가면 된다. 지하 1층에 있는 관리실에 들러서도 사람이 없으면 전기실로 바로 내려가 점검을 한다. 일주일에 한번 출근하는 직장인 셈이다. 


  시설관리 팀장과 순간정전이 일어난다고 몇 번 전화 통화도 했다. 순간정전은 예기치 못할 때 일어난다. 벼락이 떨어져 전선을 타고 흐르는 전류가 땅으로 흡수될 때도 지락이 일어나고, 벼락으로 두 선 사이에 전류가 건너갈 때 단락도 일어난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 공중에 달린 선이 휘날리다가 가까이 붙으면 정전이 되기도 하고, 나뭇가지가 바람에 날리다가 가까이 닿으면 정전이 되기도 한다. 인근 수용가에서 전기사고가 나도 그 파장으로 다른 수용가에 순간정전이 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전기는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순간정전이 된다. 그래서 전기는 인간이 다 정복하지 못한 분야라고 하지 않는가?


  순간정전도 정전이다. 본래는 전기는 한번 끝어지면 스스로 다시 어이지지 않았다. 자동으로 알아서 붙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일이 하도 잦으니까, 다시 이어주는 장치를 발명했다. 이것을 재폐로기(再閉路機, Recloser)라고 한다. 어떤 원인에 의해 정전이 되었는데, 그 원인이 사라졌으면 수 초 내에 전기를 다시 이어주는 장치다. 


  코자코에서는 이런 순간 정전이 일어날 때 문제가 생긴단다. 정전이 되면 수용가 밖의 전기 사고가 수용가 안으로 파급되지 않도록 차단기를 두고 있다. 코자코에서는 이것을 VCB(Vacuum Circuit Breaker. 진공차단기)로 쓰고 있다. 한전 장비에서 정전이 되면 수용가에서는 이 차단기가 떨어진다. 그래서 저압 장비가 손상되지 않도록 한다. 그 대신 발전기가 자동으로 가동해서 시설에 있는 사람들이 대피할 수 있는 비상 부하에 전기를 공급한다. 이것이 동시에 일어난다. 그런데 코자코에서는 순간정전이 일어나면 VCB는 떨어지지 않는데 발전기는 돌아간단다.

  “안전관리자님, 이런 문제가 왜 생기는지 모르겠어요. 순간정전이 일어날 때 안전관리자님이 이걸 볼 수 도 없고 말이에요.”

  “예, 알았어요. 제가 다음에 가면 자세히 설명해 드릴게요.”

이번에 이 문제까지 아울러서 시설 관리자들에게 단단히 일러 줄 생각을 했다.


  점검을 마치고 올라왔더니, 마침 시설관리 팀장과 전기담당자가 함께 사무실에 있다. 내가 칠판 앞에 자리를 잡고 준비한 말을 풀어냈다.

  “몇 가지 말씀을 드릴게요. 잘 들어 보세요. 첫 번째, 변압기 판넬을 왜 열어 놓습니까?”

  “지금은 사람이 적어서 그렇지만, 연수 받으러 온 사람이 많아서 에어컨을 많이 틀 때는 변압기 온도가 아주 많이 올라가요. 변압기 온도가 올라가면 안 된다고 해서 문을 열어 놓고 선풍기를 틀었어요.”

  “이제는 닫아도 돼요. 뜨거운 여름은 지났잖아요. 지난번에 왔을 때 제가 선풍기도 끄고, 판넬도 닫아 놨는데, 지금 또 열어 놓고 선풍기도 틀어져 있더군요. 변압기 온도가 너무 낮아도 안돼요. 변압기 사양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게 50˚C에서 60˚C가 적당해요. 변압기 온도 공식은 이거예요.

   ‘외기온도(40˚C) + 변압기온도(80˚C) + ∝ = 130˚C’

앞에 있는 백판에다가 적었다.  

  “우리 인간이 생활하는 온도가 많아야 40˚C 잖아요, 거기다가 변압기온도, 변압기 판넬에 표시되는 온도가 80˚C까지는 괜찮아요. 그 이상이면, 플러스 ∝를 더해서, 130˚C 이상이면 위험하다고 하는 겁니다. 변압기 사용설명서에는 대게 50~60˚C에 유지 하면 된다고 하는 겁니다.”

  “그래요? 낮으면 낮을수록 좋은 거 아닙니까?”

  “아니에요. 그 이하로 떨어지면 안 좋습니다. 변압기는 22,900V가 들어가서 380V로 변환해서 나오는 곳이에요. 변압기 외부로는 22,900V가 코일로 감겨 있고, 변압기 내부에는 380V가 코일로 감겨서 나와요. 코일로 촘촘히 감겨 있는데, 구리선이 알선으로 감겼겠어요? 아니에요. 알선으로 그냥 감겼다면, 그냥 구리 덩어리가 되겠지요. 에나멜로 싸여 감겨 있어요. 에나멜은 기능유지를 위해 필요한 적온적습(適溫適濕)이 있어요. 온도가 낮거나 습도가 낮으면 에나멜이 수축해서 틈이 생겨요. 그 틈으로 필요 없는 자기장이 발생해서 변압기의 성능이 떨어지거나 고장의 원인이 됩니다. 변압기 판넬의 전면에 붙은 온도계는 고압코일과 저압코일 사이의 온도를 말하는 겁니다. 지금 전기실에 변압기 판넬 하나에는 31˚C가 떠요. 에나멜을 위한 적온이 아니에요. 50~60˚C는 되어야 해요. 그래서 지금 내가 선풍기 끄고 왔어요.”


  직원 둘이 앉아서 처음 듣는 소리라는 듯이 어리둥절 한다. 거기다가 한 소리 더 했다.

  “여기 전기실에 드나드는 분들 중에 결혼 하지 않는 총각이 있습니까? 결혼 하셨어요? 아이 두셨습니까?”

  “여기 직원 중에는 그런 총각은 없습니다. 다 나이가 40은 넘었어요.”

  “변압기에서는 특고압이 흘러요. 보통 고압은 교류에서는 1,000V부터 고압이라고 해요. 7,000V이상을 특고압이라고 해요. 그런데 변압기에 흐르는 전기는 22,900V에요. 특고압 중에서도 엄청 높은 고압전기에요. 거기서 나오는 전기파장은 엄청나요. 전기실에 가면 ‘웅’하는 소리 들리지요? 그게 전자파가 내는 소리에요. 얼마나 전자파가 세게 돌면 그런 소리를 내겠어요.”

  “그래요?”

  “집에서 전자렌지 돌리지요? 1센치는 되는 자기그릇에 음식을 담고 돌리면 데워져요, 안 데워져요?”

  “데워져요.”

  “그런 두께만한 유리그릇에 음식을 넣고 데우면 데워져요, 안 데워져요?”

  “거기도 데워 져요.”

  “그러면, 아주 얇은 호일에 고구마를 싸워 구우려면 구워져요, 안 구워져요?“

  “그건....”

팀장은 구워진다고 말하고, 전기담당은 불꽃이 튀고 안 구워진다고 한다.   

  “안 구워져요. 불꽃만 마구 튀어요. 왜 그런지 아세요? 철은 정전기를 차폐하기 때문이에요.”

  “차폐해요?”

  “정전기를 차단하고 봉해서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한다는 뜻이에요. 정전기 차폐물질은 네 가지가 있습니다. 간단히 니코철망이라고 해요. 니켈, 코발트, 철, 망간이에요. 그 중에 가장 싼 것이 철이니까, 또 철은 강도가 있으니까, 철을 사용해서 정전기를 차폐해요. 정전기가 밖으로 나오지 않게 합니다. 여기 콘크리트가 1m 두께가 되는 벽이 있어요. 여기는 정전기가 통과해요, 못 해요?”

  “못 해요. 그렇게 두꺼운데....”

  “땡. 틀렸습니다. 아까 도자기 1cm에 음식이 데워 진다고 했잖아요. 정전기는 1m되는 콘크리트도 통과해요. 콘크리트 1m보다 철판 1mm가 차폐에 더 효과적이에요.”

  “그런데 지금 전기실에 변압기 판넬에 문짝은 철판이에요. 정전기를 차폐할 수 있어요. 그래서 판넬 문을 닫아 놓으라는 것입니다. 정전기에 사람이 노출되지 말라고 닫아 놓으라는 것입니다.

  “우리 몸에 세포가 60조개에서 100조개가 된답니다. 세포 하나는 또 여러 개의 원자가 뭉쳐서 구성되어 있겠지요. 원자란 Atom이라고 합니다. A는 ‘아니다’는 뜻이에요. Tom은 ‘쪼개다’는 뜻이에요. 그러니까 Atom은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것이에요. 그런데 원자를 Atom이라고 지은 오랜 후에 원자를 또 쪼개서 뭘로 구성되었는지를 밝혀냈어요. 뭘로 구성되어 있어요? 핵과 전자입니다. 전자가 電子에요. 전기의 성질을 띠고 도는 물질이에요. 정전기는요? 정전기(停電氣), 흐르지 않고 머물러 있는 전기(電氣)에요. 같은 전기의 성질이 상호 반응합니다. 우리 몸의 전기와 특고압에서 흐르는 전기가 가까이 있으면 영향을 주고받아요. 정전기가 우리 몸의 세포를 교란해요. 그러니까 정전기는 암을 유발하는 물질이에요. 그런데 왜 차폐하라고 철로 문짝을 달아 줬는데, 차폐를 안 시키고 문을 열어 놓고 다녀요.

  “우리 몸에서 가장 약한 부분이 어딘지 아세요? 고환이에요. 정자는 우리 세포 중에서 가장 작아요. 난자가 가장 크고요. 약 10배의 차이가 난데요. 정자에도 전자가 흐르겠지요? 전기에 가장 취약한 것이 가장 작은 세포인 정자에요. 그래서 내가 서두에 결혼하지 않는 총각이 직원 중에 있냐고 물었던 거예요. 남자가 고압전기를 많이 쐬면 불임이 될 가능성이 높아요. 그러니까 변압기 판넬을 열어 놓는 것은 살인에 해당될 수도 있어요.”

  “예? 얘기가 그렇게 되요?”

  “그런데 지금까지 전기 전문가가 그렇게 드나들었는데도 그런 이야기를 왜 한 번도 안 해 줬지요?”

  “저렇게 용감하게 문을 활짝 열어 놓고, 판넬에 선풍기가 달려서 돌아가는데도, 대형선풍기를 또 세 개나 틀어 놓고, 그것도 모자라 에어컨까지 팡팡 틀어 놓았는데, 누가 섣불리 이야기를 하겠어요. 자기는 왔다가 가면 그만이라고, 다들 귀찮은 벌집 안 건드리려고, 눈 감아 버린 거지요, 뭐.”

듣고 있던 직원들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서로 마주 본다. 


  나는 다음 문제로 넘어갔다. 

  “그리고 순간정전이 되면 VCB는 안 떨어지는데, 발전기는 돌아간다면서요. 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 드릴게요. 

  “정전이 되면 한전장비인 재폐로기에서 이 정전이 순간정전인지 영구정전인지를 판단해서, 순간정전이면 10초 이내에 전기가 다시 들어와요. 10초 이내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영구정전이지요. 영구정전이 되면 VCB가 떨어져서, 즉 차단이 되어서, 전기가 다 나가요. 그런데 10초 이내가 전기가 다시 들어오는 순간정전이면 VCB는 안 떨어져요. 즉 VCB가 10초를 기다렸다가 작동하는 거지요.  

  “VCB는 한전정전으로 인한 전기 사고로 수용가의 전기장비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장치예요. 그런데 정전이 됐다고 누가 전기 판넬에 가서 스위치를 점검한다고 살피거나 만지다가 전기가 다시 들어오면 어떻게 되겠어요. 인사사고가 나잖아요.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VCB는 자동으로는 절대로 붙어 재작동하지 않도록 해뒀어요. VCB가 떨어졌다면 반드시 사람이 수동으로 작동해야 올라가게 되어 있어요. 사람이 안전한지를 확인하고 올리라는 거지요. 그래서 VCB는 사람이 모르는 사이에 떨어졌다가 다시 붙지는 않아요.”


  “문제는 발전기인데, 발전기는 순간정전이 되어도 돌아간다면서요? VCB는 안 떨어졌는데, 발전기는 돈다면서요? 사람이 와서 꺼야 한다면서요?”

  “예, 그래요. 두 번이나 그랬어요. 전기는 다시 들어 왔는데, 발전기는 돌았어요. 이거 큰 문제지요?”

  “한전 정전이 되면, 아니 한전 정전이 아니더라도, 수용가 내에 전기 사고로 정전이 되어도, 정전만 되면 발전기가 돌아요. 발전기의 역할은 정전이 됐을 때 사람들이 대피할 수 있는 공간에 전기를 공급해서 대피로를 확보하기 위해서 설치한 것입니다. 엘리베이터에 전기를 공급해서, 만일 정전이 되었는데 타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대피할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를 운행하는 거예요. 대피로에 유도등이나 복도에 비상등을 켜는데 필요한 전기를 공급해 주는 거예요. 

  “이 발전기는 언제 도는가 하면 VCB가 떨어질 때 돌아야 해요. 그래야 정전이 되고, 발전기가 돌아서 비상발전을 해도 의미가 있지요. 순간정전으로 전기는 다시 들어 왔는데, 발전기가 돌면 의미가 없잖아요. 비상부하에 전기는 이미 한전전기로 공급하고 있는데, 발전기가 돌아서 뭐하겠어요.”

  “그러면 VCB가 안 떨어졌을 때 발전기가 돌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정전이 되면 VCB에 주는 신호와 발전기에 주는 신호가 동시에 가요. 그런데 여기는 VCB에는 신호가 늦게 가고, 발전기에는 신호가 빨리 가는 게예요. 그래서 VCB는 안 떨어지고, 발전기는 바로 돌아요. 신호 체계를 바꿔야 해요. 저기 발전기 판넬에 붙은 명판에 제작 설치 회사의 연락처가 있어요. 거기에 전화를 해서 수리를 요청하세요.”


  “보통 수용가에서 필요해서 정전을 할 때는 VCB를 손으로 조작해서 내리거든요. 그러면 VCB를 내리고 보통은 10초 정도를 기다려요. 발전기가 돌 때까지. 많이 기다릴 때는 15초를 기다려요. 그만큼이 정전이 됐을 때 재폐로기가 순간정전인지 영구정전인지를 판단할 여유를 주는 시간이거든요. 순간정전이면 10초 이내에는 발전기가 돌지 않게 하고요, 10초가 넘어가 정말로 정전이 되어서, VCB도 떨어지고, 발전기도 돌게 하지요. 지금은 발전기가 먼저 떨어지는 것이니까 제작회사나 설치회사에 연락해서 타이머(Timer)를 조절해서 시간을 맞추세요.” 

  “아, 거기다가 연락을 해요? 알았어요. 그리고 전기가 들어 왔는데 발전기가 돌면 위험하지 않아요? 전기가 이중으로 들어가잖아요.”

  “그렇지는 않아요. 한전 전기와 발전기의 전기는 ATS라서, 두 곳에서 동시에 전기가 들어가지는 않아요. 두 개가 동시에 연결되지는 않아요. Auto Transfer Switch라고 하는데, 한전 전기나 발전기의 전기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받게 되어있지, 둘 다 받을 수는 없어요. 단, 두 개가 다 전기가 오면 이 스위치가 어디로 갈지, 왔다 갔다 하다가 열이 받을 수는 있겠지요. 발전기 무부하 시험에 ATS까지 발전된 전기가 갈 수도 있어요. 그러나 될 수 있으면 가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은 맞아요.”

  “아, 그렇구나. 잘 알았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졌다. 점검기록표 아래 칸에 ‘職員電氣安全敎育’(직원전기안전교육)이라고 한자로 멋있게 썼다. 그리고 교육 내용을 간추려서 적었다. 

  ‘1. 변압기 큐비클 온도.

   2. 변압기 철재 큐비클 전자파의 차폐 효과.     

   3. 발전기 Timer 조절‘

오늘 돌아가면 조부장에게 커피 한 잔 또 사야겠다. 아침에 사무실에서 나와 편의점 의자에 앉아서 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함께 나눈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오늘 아침에도 마시다가 남은 커피를 들고 각자 차로 가면서, 내가,

  “저녁에 살아서 또 만나요.”

하면, 조부장은, 

  “예, 안전운전하시고, 안전점검하세요.”

하고 인사를 했다. 


  ‘국화 옆에서’를 쓴 미당 서정주 시인은 ’자화상‘에서 그랬다. 자기를 키운 것은 8할이 바람이라고 말이다. 나는 벌써 오래 전에 그랬다. ’내 젊은 날에 직업은 가난이었고, 나를 키운 것은 그 가난이었다‘고 말이다. 코자코 앞에 흐르는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면 충주호가 있다. 충주호 끝에는 도담삼봉이 닿는다. 도담삼봉에서 50리는 산으로 더 들어가야 하는 소백산 중턱, 그 비탈을 일구던 화전민의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나를 키운 것은 8할이 가난이었다.


  이제는 아니다. 조부장이 오고는 전기안전관리를 하는데 필요한 지식을 조부장에게서 풍성히 얻는다. 내 자판기다. 지식만 얻는 것이 아니다. 조부장은,

  “재미있지요? 예? 재미있지요?”

를 연발하면서 이야기를 한다. 조부장에게서 발견했다. 평생 해 온 일이 지금에 와서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이 수확이다. 행복이다. 뜨겁던 여름도 가고, 차 한 잔에, 평생 직업을 이야기로 곁들이면, 우리의 가을도 풍성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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